▲ 1806년 찰스 디킨슨과 앤드루 잭슨의 결투
위키미디어 공용
이 집념이 나라를 위해 발휘된 것은 1814년 말에서 1815년 초까지 이어진 뉴올리언스 공방전 때였다. 영국과 전쟁 중이던 이때 백악관이 영국군에 의해 잿더미가 되기도 했다. 나폴레옹 군대와 겨뤘던 정예 영국군은 신생 미군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미시시피강 하류의 뉴올리언스는 미군으로서는 포기할 수 없는 요새였고, 요새의 방어 책임자가 앤드루 잭슨이었다.
앤드루 잭슨은 어설픈 미군 정규군 외 모든 방어력을 총동원했다. 각 주의 민병대는 물론 흑인 자유민과 인디언까지 함께 싸웠고, 해군의 일부 대포도 배에서 떼어 육상 방어전에 활용했으며 평소에는 토벌 대상인 해적들까지 끌어들였다. 이 위대한 '실용주의' 군단은 막강 영국군에게 참패를 안겨 주었다. 영국군 총사령관의 목숨까지 빼앗은 대승리였다. 그런데 승리 과정에서 잭슨은 과도한 행동을 했다.
계엄령을 선포하고 영국군에 맞선 것은 좋았는데 승리를 이룬 다음에도 계엄령을 해제하지 않은 것이다. "영국군이 다시 올 수 있다." 그는 이 조치를 비판하는 주의원을 잡아 가뒀고 그를 풀어주라며 인신보호영장을 발부한 연방법원 판사 도미니크 홀까지 뉴올리언스 밖으로 추방해 버렸다.
하지만 영국군은 다시 오지 않았고, 평화가 왔다. 평화와 함께 잭슨에게 이를 득득 갈았을 판사도 돌아왔다. 복귀한 홀 판사는 잭슨의 행동을 법정 모독으로 다스리고자 잭슨에게 법정 출두를 명령했다. 잭슨은 전쟁영웅이었고 뉴올리언스를 구한 명장이었다. 그래도 판사는 그를 소환했다. 전쟁영웅의 위세로 소환을 거부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잭슨은 법정에 출두했고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오가는 가운데 방청객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잭슨을 지지하던 군중의 입에서 판사를 비판하는 날 선 소리가 튀어나왔을 때 이를 만류한 사람은 놀랍게도 입이 험하기로 이름난 잭슨이었다. "이 도시를 침략자들의 폭력으로부터 지켜냈던 바로 그 손이 이제 이 법정을 지키고 보호할 것이다." 즉 내가 이 법정의 신성함을 수호할 테니 판사 당신은 법대로 판결하라는 선언이었다.
결국 판사는 잭슨에게 법정 모독으로 1000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지지자들이 돈을 모아주겠다고 했으나 거절한 잭슨은 자비로 벌금을 즉시 납부해 버렸다. 법정 밖에서 외친 그의 일성은 그의 모든 결점을 덮어주고도 남는다고 생각한다.
"시민의 첫째 의무는 법이 부당하게 적용됐다고 생각할 때조차 법에 복종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본받았으면 좋겠다 싶은 건

▲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자료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앤드루 잭슨은 여러모로 이재명과 비슷한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인간적이고 푸근한 매력이 넘치는 사람이 아니었다. 앤드루 잭슨처럼 수틀리면 욕설을 퍼붓기도 했고, 그 때문에 두고두고 흠집을 잡힐지언정 예의를 차리기보다는 나중에 삼수갑산에 가더라도 하고 싶은 일과 지르고 싶은 말은 하고 보는 경향이 강한 캐릭터다.
목에 칼을 맞고도(그게 살짝 맞은 거다 어쩐다 비아냥거리는 사람들은 연필 깎는 칼을 한 번 목에 대 보라) 일어서서 정치 일선에 복귀했고, 기라성처럼 늘어섰던 민주당의 유망주들이 하나둘 거꾸러진 틈에서 일어섰고, 그렇게 그를 죽이려 들던 이들의 발길질을 용케 피하며 대통령 자리에 이르렀다.
어쩌면 '당신을 무너뜨릴 수 있는 건 앤드루 잭슨 바로 당신뿐입니다', '제발 입 좀 다물고 계세요' 사정사정했던 앤드루 잭슨의 친구들처럼, 이재명 대통령의 참모들은 '제발 SNS 좀 하지 마세요', '제발 좀 말 먼저 하지 마세요'라고 사정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것도 참 비슷하게 닮았다.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이 가장 닮았으면, 본받았으면 좋겠다 싶은 건 바로 뉴올리언스의 잭슨이다. 승리를 위하여, 신생 국가의 생존을 위하여 무슨 수를 쓰든 최선을 다해야 했던 잭슨은 불법을 저질렀다. 판사까지 내쫓는 무리수였다.
하지만 돌아온 판사가 불법을 다스리려 할 때 최선을 다해 항변하면서도 판사를 위압하려는 지지자들을 제어했고, 자신에게 떨어진 형벌을 기꺼이 감수했다. 그리고 선언한다. 우리말로 의역하자면 "아무리 뭣 같아도 시민의 첫 번째 의무는 법을 준수하는 것이다." 얼마나 멋진가.

▲ 2월 23일 이재명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모임에 참여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출범식 및 결의대회에서 손팻말을 들고 있다.
남소연
부디 이재명 대통령이 공소 취소 같은 무리수를 두지 않기를 바란다. 이는 판사를 추방한 것과는 질이 다르고 결이 다른 '법 파괴 행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뉴올리언스의 잭슨처럼 최선을 다해 대한민국의 위기를 해결하고 모순을 줄이고 사람들을 널리 이롭게 하여 승리자로서 은퇴한 뒤 정정당당하게 법정에서 그 무죄함을 밝히고 법에 대한 시민의 의무를 천명해 줬으면 좋겠다. 설사 유죄판결이 나오더라도 그것을 피하지 않고 감수하고, 그 뒤 시민들이 그의 공과를 다시 평가하게 할 만큼 성공한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
1000달러의 벌금 판결 29년 후, 미국 의회는 잭슨의 벌금에 연 6%의 이자까지 친 금액을 잭슨에게 반환했다. 판결은 판결대로 남았지만 수십 년 후 정치 공동체가 잭슨이 냈던 벌금을 부담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에게도 그런 결과가 있기를, 아니 그 전에 무죄가 나기를 바란다. 그러나 공소 취소 같은 잔머리는 이 모든 희망과 바람을 처절하게 바스러뜨리고 동시에 이재명 본인의 미래에 검은 칠을 하는 결과를 빚을 것이다. '공소 취소합시다'는 간신배를 가장 경계하기 바란다. 그는 윤석열만큼이나 이재명 대통령의 목을 노리는 자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2
공유하기
이재명 대통령님, '뉴올리언스의 잭슨'을 아십니까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