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월 서울과 수도권 외에 영남권에서도 혼인평등소송을 시작했지만, 모두 각하 결정이 나왔다. 성소수자와 인권, 시민사회단체는 동성혼 인정 국제적 추세에도 한국의 법원만 경직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보성
넉 달 전 부산과 울산, 대구에서 동성 부부 세 쌍이 평등하게 결혼할 권리 요구에 나섰지만, 가정법원의 장벽은 높았다. 세 지역의 법원은 구청의 혼인신고 수리 거부에 맞선 이들의 불복을 받아들이지 않고 잇달아 각하했다.
헌법상 보장된 혼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게 아닌지 묻겠다는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 역시 거부됐다. 이번 대응은 비수도권 지역 첫 공개 '혼인평등 소송'으로 주목을 받았는데, 성소수자 단체는 "10년 전보다 후퇴한 결정"이라고 반발했다.
수도권 넘어 영남권서 성소수자 부부 소송, 결국 각하
2일 해당 소송 대리인단에 따르면, 지난 8월 11일 부산가정법원은 50대 오수·선우비(가명)씨가 연제구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가족관계등록사무의처분에 대한 불복 신청'을 각하했다. 이들은 행정기관이 민법상(812조) 혼인을 이성 간의 결합으로 한정해 신고 접수 자체를 받지 않자, 차별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동성혼 불인정'이라는 기존 해석을 바꾸지 않았다. 부산가정법원은 "혼인은 전통적으로 '남녀의 생활공동체적 결합관계'이며, 현행법령 체계도 이 내용을 규율하고 있다"라고 정의했다. 이어 가족관계등록법 111조를 적용해 이들의 신청을 수용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단 취지를 담은 위헌법률심판제청 요구도 비슷한 근거를 들어 기각했다. 재판부는 "동성 간의 법률혼을 인정하지 않은 이 사건의 조항이 헌법상 혼인의 자율, 평등의 원칙, 과잉금지의 원칙, 인간 존엄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라며 이들의 신청 자체가 타당하지 않다고 봤다.

▲ 지난 4월 8일 부산가정법원 앞에서 50대 선우비(가명)씨와 60대 오수(가명)씨 등 동성 부부의 혼인을 인정해달라는 요구를 담은 성소수자, 인권, 시민사회단체의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김보성
이러한 입장은 대구와 울산에서도 반복됐다. 울산가정법원(7월 24일)과 대구가정법원(8월 12일)에 신청서를 낸 20대 이현중·오승재씨와 임아현·최진아씨도 부산가정법원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결정문을 통보받았다. 모두 동성 부부의 혼인 수리 거부가 현행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진일보한 판단을 기대한 당사자들과 변호사는 좌절감을 느꼈다. 오수씨 부부를 도운 하준영(법무법인 새곁) 변호사는 <오마이뉴스>에 "심문기일에서 한 목소리가 전혀 반영이 안 됐다. 결정문 또한 서로 복붙 수준이다. 너무 일률적으로 단순하게 처리한 게 아닌지 유감스럽다"라고 말했다.
"혼인은 남녀의 결합관계" -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 침해"
동성 혼인이 법제화한 미국 등에서 절차를 밟기보단 변화를 위해 국내 법정의 문을 두드린 오수씨 부부도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하 변호사는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두 분 모두 크게 실망한 표정이다. 그러나 국제적 추세와도 맞지 않아 항고와 헌법소원 등으로 다시 힘을 내겠다는 입장"이라며 이들의 분위기를 전했다.
한국성소수자차별반대 인권단체연합 무지개행동의 혼인평등 캠페인 조직인 모두의결혼은 앞으로 전방위적 대응에 들어가기로 했다. 규탄 성명을 낸 모두의결혼은 "지난 10여 년간의 변화를 얼마나 성실하게 살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라며 세 가정법원의 닫혀있는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2016년 김조광수 감독 부부의 혼인신고 사건에서 서울서부지법이 항고를 각하하면서도 '시대적·사회적·국제적으로 혼인제도를 둘러싼 여러 사정 변화'를 언급한 바 있다. 모두의결혼은 이보다 후퇴했단 지적을 더하며 "더 경직된 해석이 나왔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결정문이 비슷하단 점도 문제 삼았다. 송이원 모두의결혼 활동가는 과연 서로 독립적인 사법적 판단 기구가 맞느냐고 반문했다.
세 쌍 부부 신청 기각·각하 건은 확전으로 번질 전망이다. 그동안 성소수자 인권 단체를 통한 법적 대응은 수도권과 영남권까지 10여 건 수준이었다. 그런데 곳곳에서 소송전 바람이 불 가능성이 있다. 이날 모두의결혼은 이번 결정에 대한 항고와 헌법소원 심판 청구뿐만 아니라 혼인평등 요구 확장 차원에서 전국 단위 소송 원고 모집에 들어가겠다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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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보성 기자입니다. kimbsv1@gmail.com/ kimbsv1@ohmynews.com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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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의 혼인평등 소송 잇단 각하... "10년 전보다 후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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