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임대주택 출입문의 글 서울의 한 주거취약계층 용 임대주택 거주자가 출입구에 붙인 글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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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임대주택 편중 공급의 부작용
국토교통부 훈령은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을 통해 건설임대, 매입임대, 전세임대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그러나 전체 공급량의 81.4%(2023년 말 기준)은 전세임대주택으로 공급되고 있다. 제도 초기에는 매입임대와 전세임대주택 공급 비율이 비등했으나 현재는 전세임대주택 과의존 상태인 것이다. 당국 입장에서는 매입·건설임대주택 대비 호당 공급 단가가 낮은 데다, 나중에 보증금을 회수하는 융자 방식인 전세임대주택이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주거취약계층 당사자에게도 그럴까?
서울역에서 거리 노숙을 하던 심씨는 활동가를 만나 2021년 12월, 서울시 희망온돌(긴급지원)을 통해 고시원에 들어갔다. 2022년 조건부 수급자로 자활사업단에 배정되어 학교에서 청소원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뒤이어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을 신청하여 2023년 3월, 전세임대주택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를 지원해 온 활동가와 같이 이삿짐이랄 것도 못 되는 박스 몇 가지를 함께 날랐다. 그런데 그가 계약한 전세임대주택은 다름 아닌 서울시에서 지정한 동자동의 한 쪽방이었다.
방은 약 세 평 정도로 큰 편이었으나 화장실 등 필수설비를 공용으로 써야 했다. 1959년에 준공된 주택으로, 못을 박으면 벽이 부스러져 옷걸이 하나 설치할 수 없었다. 그에게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은 '고시원'에서 '쪽방'으로 옮긴 것에 불과하다. 좋게 봐도 수평 이동일 뿐, 정책이 목적한 '주거상향'이 되었을 리 만무하다. 달라진 것은 무보증 월세 쪽방이 1억 2천만 원짜리 전셋집이 됐다는 것, 상향된 것은 심씨의 주거가 아니라 건물주의 재정 여력이다.
입주자의 현실과 동떨어진 매입임대주택
'매임임대주택'은 대단지, 외곽지역 중심의 공공임대주택 공급의 대안으로 "현 생활권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거주"(국토교통부, 2022 주택업무편람) 할 수 있도록 도입된 주택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그 본질적 기능은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혈액암 환자인 김씨에게 방음과 위생이 취약한 고시원에서 투병하기란 버거운 일이었다. 호흡곤란 증세를 겪던 그에게 고시원은 안정과 치료를 기대할 수 없는 환경이었다. 여러 차례 설득 끝에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을 통해 매입임대주택을 신청하기로 했다. 선택을 망설인 단 하나의 이유는 아무도 모르게 생길 수 있는 변고였다.
"그래, 한 번 도전해 보지 뭐. 지금보다야 나빠지겠어?"
큰 결심 끝에 SH 공사의 매입임대주택에 들어갔다. 이사하던 날 집을 개방하고 입주 안내를 하던 SH공사 직원은 멋쩍어하며 "고시원에서 오셨으면, 그래도 여기가 조금은 나을 거예요"라 했다. 그러나 김씨는 밖으로 난 창을 보며 햇볕이 들어서 좋다고 했다. 그가 살 집은 전용 14.21㎡의 원룸이었다. 전철역과의 거리도 2km로 환자인 그에게는 꽤 먼 거리였다. 그 집의 유일한 장점은 '2층'에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해당 공급 회기의 1순위 선택권자였으나 공급대상 주택 중 승강기가 있는 집은 없었고, 그나마 숨을 고르며 올라갈 수 있는 집을 고른 것이다.
보일러실 겸 세탁실은 보일러 폭에 맞춰져 있어 세탁기를 놓을 수 없었다. 겨우 수소문해 기저귀 세탁기를 얻어 설치해 줬지만, 그 작은 세탁기는 외투 하나 빨지 못했다. 김씨는 어느 날 달력을 뜯어 창문에 발랐다. 그 반갑던 햇볕이 왜 싫어졌는지 그도 몰랐다. 그의 임대주택 도전은 깨끗한 위생과 사람들로부터 침해받지 않는 조용한 일상을 주었으나, 그를 고립시켰다. 그의 도전, 그것을 부추긴 활동가의 선택은 올바른 것이었을까?

▲주거취약계층 용 매입임대주택 서울의 한 주거취약계층 용 매입임대주택. 신축 건물이지만 내부에 승강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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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 쪽방촌에 살던 최씨도 암 수술을 네 차례나 한 환자다. 재개발 과정에서 건물주에 의해 퇴거당하며 활동가를 통해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으로 매입임대주택에 들어왔다. 한 번도 살아 본 적 없는 구로구의 언덕배기, 승강기 없는 원룸. 그 역시 외출은 택시를 불러 병원에 가는 것 외에는 엄두를 못 낸다. 이사 후 몇 년간 쪽방촌의 지인들이 찾아왔지만 6년이 지난 지금은 발길이 없다.
"집 앞에 있는 구멍가게에 가 앉아서 사람들 돌아다니는 거 구경하다 저녁때 들어와."
그는 영구임대주택에 가고 싶다고, 신청하는 때가 있다고 하는데 그때 꼭 신청을 도와 달라고 했다.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동네로 가고 싶은 것이다. 집 밖에 나오기 수월한 엘리베이터 있는 집을 원하는 것이다.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을 통해 실망을 경험한 이들, 이들 경험의 환류는 제도 자체에 대한 불신을 유포한다. 이에 더해 정권에 따라 다르게 이름 붙는 임대주택의 유형과 공급 방식, 일면적이고 국지적인 주거복지제도의 신설과 폐지의 반복은 주거취약계층에게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공연한 불신과 피로를 증폭해 왔다.
계속해서 늘어만 가는 주거취약계층이 진정한 주거상향을 이룰 수 있도록, 이제껏 집행 당국의 재량(국토교통부 훈령)에 맡겼던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을 법률로 정해 실효성 있게 챙겨야 한다. 법률 제정 요구에 국토교통부는 훈령 체제가 현실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어 더 낫다 한다. 그러나 여태껏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은 행정에게 편리했을지언정 정책 수요층에게 다양한 부작용을 낳았다. 주거취약계층의 주거난을 해소하기 위해, 이제는 훈령의 유연함보다 법률의 강행력이 필요한 시기다. 늘어만 가는 주거취약계층의 존재는 그 당위성에 대한 실증이다.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법 제정 토론회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가 9월 8일 오후 2시, 국회에서 열린다
홈리슺주거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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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전세임대주택에서 '쪽방'으로 돌아온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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