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나는 엄마와 아내, 며느리로서 전통적인 여성상을 따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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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나의 경우, 자신이 킬러임을 알리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애착대상'인 남편에게만은 들킬까 봐 불안해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가부장적 전통에서 터부시되는 여성의 이미지를 지닌 '킬러'로서의 면모들을 보나는 드러낼 수 없고, 늘 긴장하며 살아간다.
더욱이 태성을 통해 사랑과 돌봄이 있는 세상을 처음으로 알게 된 보나에게 가족은 더없이 애틋하고 반드시 지켜야 할 존재일 테다. 그래서 스스로가 고분고분한 며느리이자, 사랑스러운 아내, 현명한 엄마의 모습을 선택하고 이를 더 철저히 실천하는 면도 있을 거다. 그 때문에 보나에겐 '킬러'라는 직업을 누설해선 안 되는 이유에 감정도 더해진다. '킬러'의 면모가 알려졌을 때 현모양처로 받아온 사랑과 그렇게 지켜온 가정이 깨질 수도 있다는 두려움 말이다.
가정을 지키는 방식이 자신의 모습을 감추는 것에 기반해 있기에 보나의 마음엔 불안이 늘 깔려있다. 그리고 이 불안감은 보나의 가정에도 스며든다. 너무나 화목해 보이는 장면에서 저 행복이 깨질 것 같다는 조마조마함이 전해지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특히 태성은 이런 불안을 그대로 전달받는다. 태성은 종종 보나가 사라지는 꿈을 꾸며 놀라서 일어난다. 이 꿈들은 현모양처 보나를 잃게 되는 것에 대한 불안, 그러니까 보나의 온전한 모습을 알게 되는 것에 대한 무의식적인 불안을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두려움에서 벗어나려면
보나의 가정에 흐르는 불안한 기운을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까? 이는 여성을 가부장제에서 대상화하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을 멈출 때 비로소 가능해질 것이다.
만일 이미지가 아닌 '한 사람'으로 여성을 바라보는 게 당연한 사회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보나 마음 속에 '현모양처'여야만 사랑 받을 수 있다는 가정 자체가 사라질 것이고, 눈물을 흘릴 만큼 참아가며 며느리 역할을 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가부장제의 기준에 따르기보다는 엄마, 아내, 며느리의 역할에 보다 자신만의 색을 더할 수 있을 게다. 또한, 직업을 밝히는 것과는 상관없이 현모양처가 아닌 다른 면들, 그러니까 강인하고 냉철한 자신의 모습 때문에 가족에게 버림받을 것이라는 두려움은 느끼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이렇게 보나의 두려움이 줄어든다면, 가족 안에 흐르는 불안 역시 줄어들고 보다 편안한 관계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다행히, 드라마는 11회 12회에서 이런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11회 보나는 시어머니 옥자가 보이스 피싱을 당하자 자신의 특기를 살려, 보이스 피싱범을 잡는다. 보나의 강점 덕에 큰 손해를 막게 되자, 옥자는 보나의 다른 면모들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보나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며느리와 아내 역할을 강요하던 모습에서 벗어나 "네 일을 하라"고 조언하기까지 한다.
12회 마침내 태성은 보나가 킹피셔임을 알게 된다. 놀란 그는 보나와 한동안 거리를 두고 지내지만, 킹피셔를 취재하면서 마음에 품었던 '대체 어떤 사람이 자신의 온 인생을 걸고 저런 일을 할까' 라는 질문을 떠올리고는 보나를 지켜주기로 결심한다. 이 질문은 보나를 가부장제 속 여성의 이미지가 아닌 '한 사람'으로 바라보게끔 했을 것이다.

▲ 보나와 태성의 로맨스에는 알 수 없는 긴장감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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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드라마의 제목 <유부녀 킬러>부터가 그렇다. '유부녀'라는 말 자체에 우리는 이미 유부녀는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모습을 떠올린다. 그 뒤에 붙은 '킬러'는 '유부녀'와는 반대되는 이미지다. 아마도 이 모순된 조합은 시청자들의 흥미를 유발했을 것이다.
하지만 시어머니의 달라진 시선과 태성이 보나의 양면성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그 마음은 이 제목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게 하고 있다. 보나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시선들이 드라마 속에서 좀 더 굳건해지기를 바란다. 그래서 보나가 '다르다는 사실을 알아도 함께 갈 수 있음'을 깨달을 수 있기를 바란다. 또한 시청자들에게는 '유부녀 킬러'라는 제목이 '모순'이 아닌 '상반된 것도 공존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말이 되었으면 좋겠다.
여성은 '하나의 이미지'가 아니라 '다양한 면을 가지고 있는 온전한 사람'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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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상담심리사. 심리학, 여성주의, 비거니즘의 시선으로 일상과 문화를 바라봅니다. 모든 생명을 가진 존재들이 '있는 그대로 존중받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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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범' 잡은 며느리, 시어머니의 시선이 돌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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