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심으로 글을 쓰는 사람은 단어를 확률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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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AI 글쓰기의 효용성을 통째로 부정할 생각은 없습니다. 데이터가 충분히 쌓인 영역, 이를테면 재판 판례, 재무제표 분석, 논문 요약, 규정집 정리, 기자들에게 배포하는 단순 보도자료나 스트레이트 기사 등의 글쓰기는 AI가 사람이 작성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빠른 시간에 효율적으로 작성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사람을 향한 글쓰기는 AI가 능가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글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설득하는 유형, 이를테면 산문이거나 수필, 사람과의 소통에 관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부고를 받은 친구에게 보내는 문자,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칼럼, 진심을 느낄 수 있는 한 문장의 짧은 메시지 등등. 이런 유형의 글이 힘을 얻을 수 있는 요소는 문장의 완성도가 아닙니다. 쓴 사람이 누구인지, 그가 상대를 얼마나 아는지, 이 글에 얼마나 시간을 들였는지, 글쓴이가 세상과는 얼마나 소통하고 세상의 변화를 예민하게 잘 읽어내는지 등이 글의 품질을 좌우할 것입니다.
진심으로 글을 쓰는 사람은 단어를 확률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타인에 대한 이해와 배려, 세상에 대한 자신만의 통찰을 바탕으로, 상대방에게 닿을 단 하나의 문장을 위해 고뇌합니다. 그런 문장이야말로 누군가에겐 위로가 되고, 감동이 되고, 상처를 딛고 일어설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AI가 쓴 문장에서 이런 힘을 기대하긴 지금도 어렵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것 같습니다.
진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문장'은 오직 사람이 머리를 쥐어싸매고 꾹꾹 눌러 쓰는 흔적을 갖춰야 비로소 완성될 수 있습니다. 그런 문장은 읽는 사람도 직관적으로 알아볼 수 있을 겁니다. AI 글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그 직관으로 말이죠. 이는 장편 소설과 같은 거창한 글쓰기만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상심한 친구를 위로하거나 부모님에게 전하는 안부 문자도 그런 글쓰기에 포함됩니다. AI가 사람의 여러 영역을 대체하는 시대이고, 그것이 효율적이라고 믿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방식까지 통째로 AI에게 맡기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이 문자를 보내려는 그 사람이 선호할 만한 단어, 문장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AI가 아닌 바로 당신입니다. 때로는 서투른 문장도 괜찮습니다. 그 서투른 문장을 위해 당신이 얼마나 고뇌하고 애를 썼을지, 당신의 메시지를 받는 사람은 눈치챌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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