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2027년도 예산안으로 820조9000억원을 내놨다. 올해 본예산보다 93조원, 12.8%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다. 사진은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 등이 예산안을 설명하고 있는 모습.
기획예산처
이재명 정부가 새로 만든 미래대응기금이 지방재정권을 훼손하고 국회 통제를 약화시킬 뿐만 아니라 다수 사업이 일반 회계나 다른 기금에서 시행 중이던 것을 옮겨온 수준이므로 '원점 재검토'해야 한다는 연구기관의 비판이 나왔다. 청와대는 '기우'라고 반박했다.
나라살림연구소는 3일 '미래대응기금 설치의 문제점과 해결 방안' 보고서를 발간하면서 이번 사업을 강하게 우려했다. 2027년 162조 3000억 원 규모로 신설되는 미래대응기금에는 지방교부세 30조 5000억 원과 지방교육재정교부금 32조 5000억 원이 재원으로 들어간다. 이로 인해 지방정부에 내려갈 보통교부세 증가분(2026년 추경대비)은 30조 9000억 원에서 1조 3000억 원으로 줄어든 반면 미래대응기금의 지방계정 지출은 15조 3000억 원에 그친다.
"지방자치에 대한 최소한 존중 찾기 어려워"
연구소는 "보통교부세는 지방정부 스스로 그 용도를 지정해 사용하는 매우 중요한 재원"이라며 "이를 지방정부의 동의 없이 법률 제·개정을 통해 일방적으로 이전하는 것은 지방재정권을 훼손하는 정책"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근본적 개혁으로 의무지출 69조 원을 줄였다'는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 자평에 지방교부세의 이관까지 포함됐다며 "지방자치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조차 찾기 어려운 조치"라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중앙정부는 지방교부세의 일부를 미래대응기금으로 가져가면서 지방우대와 지방정부 자율성 제고를 주장하지만 2027년 미래대응기금 지방계정의 지출액은 15조 3000억 원에 그치고 여유재원을 합산해도 20조 3000억 원으로, 기금으로 가져간 지방교부세보다 부족한 규모"라고도 봤다. 또한 "지방정부로 지출하는 사업비 가운데에는 보조금적 성격도 있어서 지방정부의 재정을 더욱 어렵게 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연구소는 '쌈짓돈' 논란이 불거진 미래대응기금의 특혜조항도 문제삼았다. 현재 국가재정법은 금융성 기금 외 기금은 20% 내에선 국회 심사 없이 사용할 수 있는데, 정부는 미래대응기금만 30%로 임의 변경 가능한 사용 폭을 넓혔다. 또 일부 재원을 국회 심사 대상에서 제외하는 '세입세출외현금'으로 처리하도록 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방침이 기존 원칙을 깨뜨려 정부의 일관성과 신뢰도를 해치고 국회 예산심사권을 침해했다고 짚었다.
연구소는 나아가 정부가 청년,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 분야를 집중 육성하겠지만, 실제 사업 내용은 일반회계나 기금으로 시행하던 사업의 상당수를 이관한 것에 그친다며 기금 설치 취지에 벗어나고, 어떤 기준으로 사업을 편입했는지도 불분명하다고 했다. 행정절차법상 입법기간 '40일'을 둬야하지만 예외조항을 바탕으로 8월 24~28일 단 5일만 뒀던 것 역시 충분한 의견 수렴이 부족한 '졸속'이었다고 평가했다.
추경호 대구광역시장 또한 "지방교부세로 내려보내야 할 재원까지 활용하겠다는 정부 계획에 반대한다"고 3일 입장문을 냈다. 그는 "지방 몫의 재원을 가져간 뒤 중앙정부가 정한 사업에 다시 배분하는 방식은 지방자치의 취지와 지방재정의 자주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며 "정부는 미래대응기금 신설로 인해 각 지자체 재정에 미치는 영향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지방정부의 목소리를 충분히 수렴하여 재검토해줄 것"을 촉구했다.
"정부 쓰는 돈은 다 국회 통제 받아... 기우"
청와대는 '정부가 마음대로 쓰는 돈'이라는 주장을 적극 반박하고 있다. 하준경 경제성장수석은 4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기본적으로 정부가 쓰는 돈이라는 건 다 국회의 통제를 받게 돼 있다. 그래서 국회에 다 보고도 해야 되고, 승인도 받아야 되는 부분도 있고, 빨리 쓰더라도 결국은 국회에서 다 체크를 하게 돼 있다"며 "국회에서 우려하시는 부분은 기우가 아닐까"라고 말했다.
하 수석은 또 미래대응기금 자체가 반도체 업계 호황으로 세수가 늘어나면서 조성된 만큼 반도체 경기가 꺾이면 세수가 줄어들지 않겠냐는 의문에도 "저희가 다 체크를 해본다"며 "상당히 보수적으로 예측을 해서 이게 사이클이 꺼지더라도 문제가 없도록 설계했고, 여러 가지 가능성에 다 대비를 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그는 미래대응기금을 "댐"에 비유하며 "모아두고, 필요할 때 잘 쓸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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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재정권 훼손, 국회 통제 약화... 미래대응기금, 재검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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