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헌법재판 이행 가로막는 주범 2026년 7월 16일 기후위기비상행동은 미래세대의 기본권을 충분히 보호하지 못하는 탄소중립기본법에 헌법불합치를 판결한 헌법재판소 결정의 이행과 탄소중립법 개정을 위한 제헌절 기자회견이 개최했다. 이들은 국민의힘·정부·경제6단체 등이 헌재 결정 이행을 가로막는다며 비판했다.
기후위기비상행동
헌법소원을 제기했던 소송단과 기후운동단체들은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에서 제시하는 국제적인 평균 수준 이상을 한국의 감축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한 미래에 과중한 부담을 넘겨선 안 된다는 헌재의 기준에 따라 '조기에 더 많이 감축하는 경로(소위 오목경로)'로 목표를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에 맞서 산업계는 기업 부담을 내세우며 끊임없이 감축목표를 낮추기 위한 로비를 계속했다.
헌재 판결·공론화 결과와 배치된 국회의 탄소중립법 처리
결과적으로 8월 국회본회의를 통과한 개정안은 2035, 40, 45년 각각의 목표를 하한과 상한이 있는 '범위형'으로 정했고, 하한은 매년 동일한 비율로 줄이는 '선형경로'에 맞춰졌다. 선형경로는 국제적 기준에도 맞지 않고 사실상 미래에 더 많은 부담을 지우는 선택이다. 더군다나 정부의 규제정책을 하한에 연동한다고 법에 명시하였다. 사실상 상한은 형식적인 눈속임에 불과했다. 국회에서도 일부 의원이 "명백한 국민 기만"이고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민의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지만, 끝내 법안은 수정 없이 본회의에서 가결되었다.
이런 결과는 국회 기후특위 스스로 계획하여 진행한 시민공론화 결과와도 완전히 배치된다. 국회 기후특위는 2026년 2월 공론화위원회를 출범시키고 3~4월 총 4회에 걸쳐 미래세대를 포함한 340명의 시민대표단을 모아 공론화를 진행했다.
숙의를 거친 시민들의 선택은 "더 많이, 더 빨리 줄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초기에 더 많이 감축하는 방식을 77.9%의 압도적 다수가 지지했고, 전 세계 평균감축률 이상을 선택한 비율은 74.9%에 달했다. 결국 국회는 헌법재판소의 결정도 공론화의 결과도 스스로 무시한 채, 기후정의에 부합하지 않는 기후목표를 법에 담은 셈이다.
이러한 법안이 통과되는 데에는 국회 기후특위 위원들의 안이하고 무책임한 자세에 그 책임이 있다. 특히 국민의힘 의원들은 헌재 결정의 취지를 부정하거나 시민공론화 결과를 폄훼하며 산업계의 대변인을 자처했다. 헌재가 국제적인 감축에 공정한 몫을 한국이 부담해야 한다고 했으나, 선진국 지위를 부정하며 감축노력을 천천히 할 것을 주문하였다.
"우리는 국제적으로 볼 때 후발국이거든요. 우리도 후발국으로서 지나치게 이렇게 앞서가는 건 좀 문제가 있지 않냐 하는 생각하고" (이종배 의원)
"마치 앞에 많이 줄이는 게 미래세대를 위하는 것처럼 얘기하시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발언이라고 생각을 하고, 저는 기업이 없어져 가지고 미래세대 일자리가 없어지는 게 더 부담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소희 의원)
"본 위원이 주장하는 것은… 경제6단체의 건의를 고려할 때 블록형으로 갈 수밖에 없다 하는 주장을 합니다." (이종배 의원)
하지만 이렇게 단기간의 경제 부담을 우선 고려하는 것이 그동안 기후목표 이행을 실패하게 한 원인임을 헌재도 지적한 바 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온실가스 다배출 업종이 많은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가진 우리나라에서 정부가 사회경제정책 등을 고려하여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결정할 경우, 단기적인 감축의 부담을 완화하고자 하는 유인이 많을 것인데, 이 때문에 감축비율을 가속화하지 못하면 그만큼 산업구조의 개선 속도도 느려져서 이후의 감축부담이 다시 가중되는 악순환이 생길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헌법재판소의 결정 자체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면서 이행을 지연하려는 입장을 드러내거나, 법률에 정한 감축목표를 정부가 임의대로 변경할 수 있게 하자는 주장마저 펼쳤다.
"헌재의 결정이라는 게 환경에 따라서 바뀌는 상황도 있고, 그때 당시의 환경에 따라서 바뀔 수도 있고 그런 건데 이것을 너무 절대치로 생각하고 우리가 자꾸 논의를 하는 것 같아서." (이종배 의원)
"최소한 감축경로는 선형으로 하는 게, 저는 최소한 그 정도는 돼야 된다고 보고, 그 이상으로 하든지 이하로 하든지 이거는 시행령으로 정부가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게끔 약간의 여유를 주는 게 좋다." (이헌승 의원)
기후정의에 부합한 온실가스 감축 책임 필요
물론 특정정당의 의원만의 문제는 아니다. 기후특위 위원에 이름만 올린 채 적극적인 법안 개정에는 관심 없는 의원들의 존재는 여야를 가리지 않았다. 국회에 출석해서 어떻게든 산업계를 대변하며 조금이라도 기후목표를 약화시킬까 고심하는 정부 부처 관계자들의 모습도 똑똑히 확인했다.
이번 탄소중립법 개정을 둘러싼 논란은 단순히 목표 수치를 만들거나, 오목/볼록 등 그래프의 모양을 그리는 문제가 아니다. 또 단순히 '탄소환원주의' 사안으로 치부할 일도 아니다. 헌재결정에 따라 감축목표를 결정하는 것은,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서 기후정의에 부합하는 감축책임을 다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기후위기로 위태로운 삶의 처지에 놓인 국내외 수많은 당사자들의 권리와 아직 태어나지 않은 미래의 시민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의무를 이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2일, 유엔환경계획(UNEP)은 "오버슈트 제한(Limiting Overshoot)"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하면서 지구 기온 상승이 수년 내에 1.5도를 초과할 가능성을 인정했다. 하지만 이 보고서의 목적은 1.5도 목표의 포기가 아니라, 다시 1.5도 아래로 되돌리는 노력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조금이라도 온실가스를 더 줄이기 위한 노력을 포기하지 않는 것, 그 목표 달성을 위한 전환을 정의롭게 만들어가는 것, 그리고 이미 벌어지고 있는 기후재난에 대해 책임있는 국가들이 피해와 손실(loss and damage)에 대한 정의로운 배상을 시행하도록 요구하는 것.
이 모든 것이 우리 앞에 놓인 과제다. 우리의 행동이 당장 기후위기를 멈출 수 없더라도, 기후재난을 늦추고 크기를 줄일 수 있다. 조금이라도 온실가스를 더 줄이기 위한 노력을 포기하지 않는 것, 그 목표 달성을 위한 전환을 정의롭게 만들어가는 것, 기후재난으로부터 안전한 사회구조를 갖추는 일, 그리고 이미 벌어지고 있는 재난의 피해와 손실(loss and damage)에 대해 책임 있는 국가들이 정의로운 배상을 시행하도록 하는 일. 이 모든 것이 우리 앞에 놓인 과제다.
이 과제가 지연되는 만큼, 빙하가 무너지듯 모두가 안전하고 존엄하게 살아갈 권리도 무너져갈 것이다. 정의로운 감축, 정의로운 책임. 9월 19일 기후정의행진에서 함께 외쳐야 할 우리의 요구다.
황인철 녹색연합 기후에너지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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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배출 14위 한국, '후발국'이니 감축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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