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받은 결혼 답례품, 두 나라의 문화 차이

한국산 배양산삼과 누룽지에 담긴 정, 그리고 경조사의 소회

등록 2026.09.07 09:24수정 2026.09.07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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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인의 딸 결혼 답례품으로 받은 배양산삼과 누룽지 선물
▲ 지인의 딸 결혼 답례품으로 받은 배양산삼과 누룽지 선물 김종섭

​외출을 마치고 돌아온 아내가 손에 선물 봉지 하나를 들고 들어왔다. 봉투 속에는 투명한 유리관에 깔끔하게 담긴 배양산삼 세 뿌리와 바삭하게 눌린 누룽지 한 봉지가 들어있었다.

"이게 다 뭐야?" 하고 물었더니, 지인 딸의 결혼 답례품이라고 했다. 배양산삼과 누룽지 그 자체만으로도 한국에서 직접 들어온 제품임을 순간에 알 수 있었다. 해외에 사는 한인들에게 고국산 제품만큼 반갑고 실패 없는 선물도 없다. 이웃의 건강을 바라는 기원에 은근한 고국의 향수까지 담아 누룽지와 산삼을 고른 혼주의 지혜와 배려가 느껴졌다. ​


사실 캐나다에서는 지인이 많지 않은 탓도 있지만, 한국과 같은 전문 예식장이 없어, 격식과 정해진 절차를 갖춘 화려한 예식 풍경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다. 이곳에서는 자신이 다니는 교회나 야외 정원, 혹은 모임이 가능한 작은 장소를 빌려 가족과 가까운 친지들만 모여 조촐하고 친밀하게 식을 치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

마침 며칠 전, 한국에 있는 지인으로부터 카카오톡으로 딸의 모바일 청첩장을 받았다. 화면에는 신랑 신부의 예쁜 사진과 축하 메시지창이 정겹게 열려 있었다. 스크롤을 내리다 보니 양가 부모와 신랑 신부의 계좌번호가 차분히 안배되어 있었다. '요즘은 이렇게까지 하는구나' 싶은 약간의 낯선 풍경이 스쳐갔다. 하지만 경조사에서 서로 축하하는 마음의 본질은 한국인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공통분모 같은 것이다. 하지만 경조사에서 서로 마음을 나누고 축하하는 마음의 본질은 한국인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공통분모 같은 것이다. 생각해 보면 디지털 매체를 통한 계좌 공개 역시 각박해진 세태라기보다는, 서로의 경조사를 챙기며 마음을 나누던 우리 민족 특유의 품앗이나 두레 문화가 시대에 맞게 변모한 모습일지도 모른다. ​

하지만 오랫동안 해외에서 살며 거리상으로나 그동안의 왕래상 자연스레 멀어지다 보니, 일부 친인척을 제외하고는 그동안 축의금을 주고받는 일조차 쉽지 않았다. 결국 언제부턴가 기존의 원칙이나 관습에 연연하지 않게 된 탓에, 계좌번호가 적힌 디지털 모바일 청첩장 풍경이 왠지 잠시 낯설게 다가왔던 것 같다. ​

​우리는 2024년 한 해 동안 두 자식의 결혼을 치르면서 두 문화의 차이를 몸소 경험했다. 한국에 있는 큰아들은 화려한 꽃장식과 수많은 하객의 축하 인사가 넘쳐나는 야외 예식장에서 식을 올렸다. 당시 꼭 초청해야 할 일부 친인척과 지인만을 초청했음에도, 축의금을 전하며 축하해 준 주위 분들의 마음은 더없이 고마웠지만 한편으로는 언젠가 그들의 경조사에 잊지 않고 마음을 갚아야 한다는 기분 좋은 '숙제'나 의무감이 생겨나기도 했다. 특히 자녀의 결혼식과 부모님의 부고가 겹치는 시기를 지나는 지금의 부모 세대에게, 경조사는 축하와 애도 뒤에 소소한 경제적·시간적 부담이 솔직히 따라오는 현실이기도 하다. ​

반면 캐나다에 살고 있는 작은아들은 아파트 단지 내 주민 커뮤니티 공간(아메니티 룸)을 빌려 소박하게 식을 올렸다. 화려한 연회장 대신 따스한 햇살이 드는 창가에 소박한 테이블을 놓고, 가족과 가까운 친구 몇몇이 둘러앉아 도란도란 담소를 나누던 분위기가 아직도 가슴 한구석에 정겨운 여운으로 남아있다. 어쩌면 우리는 두 아들을 통해 한국의 정통 예식과 해외의 소박한 가족 중심 예식을 모두 경험해 보는 특별한 기회를 얻은 셈이다. 이번에 딸을 시집보낸 지인 역시 작은 장소를 빌려 가족들과 조촐하게 식을 잘 마쳤다고 했다. ​


아내는 지인의 결혼식에 직접 예식에 참석하지는 못하지만 축하하는 마음을 담아 작은 성의로 축의금을 보냈고, 혼주 역시 그 마음을 기꺼이 받아주었다. 한국식 축의금이라는 문화가 정으로 자리 잡은 이민 사회이기에 서로 마음을 나누었던 것인데, 뜻밖에도 배양산삼과 누룽지라는 고국의 정성이 듬뿍 담긴 선물로 되돌아온 것이다. 노릇노릇하게 탄 누룽지 하나를 집어 입에 넣고 와작 깨물어보았다. 입안 가득 고소한 밥향이 퍼지는 순간, 어릴 적 어머니가 가마솥 밑바닥을 긁어 손에 쥐여주시던 누룽지의 따스한 온기와 손맛이 아련히 떠올랐다. 오랫동안 잊고 지내던 고향의 향기가 입안 가득 퍼지는 듯했다. ​

시대에 따라 표현하는 방식이나 절차는 조금씩 달라져도, 결국 경조사의 핵심은 서로의 기쁨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마음을 나누는 순수한 정이다. 해외에서 만난 이 소박한 답례품 역시 사람과 사람 사이의 따뜻한 온기를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거실 한쪽에 놓인 선물을 바라보고 있으니, 타향에서 맞이하는 저녁시간이 한층 포근하고 따뜻해진다.
#캐나다결혼식 #결혼답례품 #한국 #결혼식 #결혼식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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