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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 하나의 교육부' 된 국가교육위원회, 질문 있습니다

    [주장] 사회적 합의를 위해 만든 기구, 교육 현장의 혼란을 키워

    등록 2026.09.07 10:14수정 2026.09.07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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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교육위원회가 또다시 교육 현장을 흔들고 있다.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와 서·논술형 평가 도입 논의에 이어 이번에는 초등학교 1·2학년의 하교 시간을 오후 3시까지 늦추는 방안이 불거졌다.

    두 정책 모두 취지만 놓고 보면 나름의 명분이 있다. 입시 경쟁을 줄이고 사고력을 평가하자는 주장도, 학부모의 돌봄 부담을 덜어주자는 주장도 가볍게 넘길 일은 아니다. 그러나 교육정책은 취지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누구의 필요에서 출발했는지, 아이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학교가 감당할 여건은 갖추어졌는지, 정책 당사자들과 충분히 숙의했는지가 더 중요하다.

    국가교육위원회는 바로 그 일을 하라고 만든 기구다. 2021년 7월 제정된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은 교육정책이 사회적 합의에 기반해 안정적이고 일관되게 추진되도록 하고,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는 것을 위원회의 목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2022년 9월 공식 출범한 국교위는 10년 단위 국가교육발전계획을 수립하고 국가교육과정을 결정하며, 교육정책에 관한 국민 의견을 수렴·조정하는 대통령 소속 합의제 행정기관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이 뒤집히는 폐해를 막고, 교육부가 정책의 기획·집행·평가를 모두 독점하던 구조를 바꾸자는 오랜 요구가 제도화된 결과였다.

    취지는 옳았다. 문제는 출범 이후의 행보다.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야 할 기구가 오히려 새로운 갈등을 생산하고, 장기 계획을 세워야 할 기구가 당장의 정책 의제를 앞다퉈 발표하는 모습으로 비치고 있다.

    백년대계보다 먼저 들려온 정책 발표

     회의 모습
    ▲ 회의 모습 김대성(ai활용)

    최근 국교위는 수능에 서·논술형 문항을 도입하고 수능과 내신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객관식 시험의 한계를 극복하고 과도한 경쟁을 완화하겠다는 방향에는 공감할 부분이 있다. 그러나 대입제도는 평가 방식 하나만 떼어 바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대학 서열과 노동시장 격차가 그대로인 상황에서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면 대학별 고사나 면접, 학생부 경쟁이 강화될 수 있다. 서·논술형 평가 역시 채점의 공정성과 신뢰성, 교사의 평가 부담, 지역과 학교에 따른 교육격차, 새로운 사교육 시장의 확대 가능성을 함께 살펴야 한다.

    더구나 지난 8월에는 국교위 산하 대입제도 특별위원회의 논의 과정에서 일부 위원들이 주요 논의에서 배제됐다고 주장하는 내용이 보도됐다. 국교위는 "확정된 사안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교육 현장에는 이미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와 '서·논술형 수능 도입'이라는 결론에 가까운 메시지가 전달된 것 처럼 보인다.


    초등 저학년 '오후 3시 하교' 논의도 비슷하다. 이 방안은 2018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추진했다가 아동의 발달 단계와 학교 여건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반발 속에 무산된 바 있다. 그런데 2026년 국교위가 공동 주최한 정책 포럼에서 다시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현재 확정된 정책은 아니지만, 교원단체들은 돌봄 공백을 학교 수업 연장으로 해결하려 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히 학교에 더 오래 머무는 일이 아니다. 충분한 놀이와 휴식, 정서적 안정, 안전한 돌봄이다. 정규수업을 늘리면 교실에 앉아 있는 시간은 길어질 수 있지만 그것이 곧 교육의 질이나 돌봄의 질을 높이는 것은 아니다. 특히 교사와 공간, 재정 대책 없이 시간을 연장하면 저학년 담임교사의 수업·생활지도 부담이 커지고 기존 늘봄학교와 방과후학교, 지역 돌봄체계의 역할까지 뒤엉킬 수 있다.

    학부모가 정규 교사를 신뢰한다는 이유로 돌봄까지 정규수업에 편입시키는 것은 신뢰의 활용이 아니라 공교육에 대한 과잉 의존이다. 모든 아이에게 똑같은 시간을 제공하는 것이 언제나 보편적 복지는 아니다. 아이와 가정의 상황이 다른 만큼 정규교육, 선택형 돌봄, 지역사회 프로그램을 촘촘하게 연결하는 것이 더 책임 있는 접근이다.

    장기 계획 늦어지고 논란 앞서

     초등학교 저학년 3시 하교
    ▲ 초등학교 저학년 3시 하교 김대성(ai활용)

    국교위의 가장 중요한 법정 책무는 국가교육발전계획 수립이다. 그러나 당초 2026년부터 적용하려던 10년 계획은 전문위원회 파행과 내부 갈등 등을 겪으며 계속 늦어졌다. 적용 시기도 두 차례 밀려 2028∼2037년이 됐다. 국교위는 지난 8월 업무보고에서 10월 시안을 공개하고 2027년 3월 최종안을 확정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국가의 10년 교육계획은 지연되는데 수능 개편과 초등학교 하교 시간처럼 민감한 의제는 잇달아 전면에 등장한다. 현장에서 국교위를 '두 번째 교육부'라고 느끼는 이유다. 교육부와 국교위가 각각 정책을 발표하고 비슷한 현안을 다루면 학교는 어느 기관의 방향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지 가늠하기 어렵다. 정책의 선택지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불확실성이 늘어난다.

    사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해 10월 보고서에서 국교위의 과제로 ▲교육부 등 유관기관과의 관계 설정 ▲비상임위원 추천 방식과 상근 전문위원 부재 등 독립적 운영 기반의 취약성 ▲법 제정 당시 국회가 상정했던 수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조직·인력 규모를 꼽았다.

    위원 구성 역시 구조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 국교위는 상임위원 3명을 포함한 21명으로 구성되는데, 국회 추천이 9명, 대통령 지명이 5명이고 위원장은 대통령이 임명한다.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도록 설계됐지만 실제로는 정당과 대통령의 추천 몫을 둘러싼 정치적 대립이 위원회 안으로 옮겨올 가능성이 크다. 정권으로부터 독립된 위원회를 만들었지만 정권과 정치권이 위원의 다수를 추천하는 역설이다.

    초대 이배용 위원장이 2025년 금품 제공과 인사 청탁 의혹이 제기된 뒤 사퇴한 일은 국교위의 신뢰에 큰 상처를 남겼다. 의혹의 사실관계는 수사와 사법적 판단에 따라 가려져야 하지만, 정치적 중립성과 도덕적 권위를 바탕으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야 할 기관의 수장이 이런 의혹으로 물러난 건 국교위의 제도적 취약성을 드러냈다.

    국교위는 각종 토론회와 공론화, 국민참여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토론의 횟수보다 중요한 것은 토론의 구조다. 이미 방향을 정해 놓고 그 정책에 찬성하거나 해당 방안을 연구한 전문가 중심으로 발표자를 구성한다면 그것은 숙의가 아니라 설명회에 가깝다. 공론화는 결정의 정당성을 사후에 확보하는 절차가 아니라, 문제를 정의하고 대안을 만드는 단계부터 당사자가 참여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특히 교육정책에서는 교사를 단순한 집행자로 대해서는 안 된다. 정책을 실제로 수행할 사람의 경험은 이해관계자의 민원이 아니라 정책의 성공 가능성을 판단하는 핵심 자료다. 학생의 목소리도 형식적인 설문조사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초등학교 저학년의 교육시간을 논의한다면 아동 발달 전문가뿐 아니라 학생의 생활과 정서를 매일 관찰하는 담임교사, 돌봄전담사, 학부모, 지역 돌봄기관이 의제 설정 단계부터 참여해야 한다.

    국교위 운영방식 변화 필요해

     교육정책 토론회
    ▲ 교육정책 토론회 김대성(ai활용)

    AI 시대에는 전국의 교직원과 학생, 학부모 의견을 수렴하고 쟁점별로 분석할 수 있는 수단도 충분하다.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반대 의견을 정책 설계에 반영하려는 태도다. 듣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과 실제로 듣는 것은 다르다.

    일부 현장에서는 "국교위가 꼭 필요한가", "교육부 하나만 있는 편이 낫지 않은가"라는 말도 나온다. 결코 가볍게 넘길 질문이 아니다. 교육부의 단기 정책을 견제하라고 만든 기관이 교육부와 정책 발표를 경쟁하고, 사회적 합의를 만들라고 세운 기관이 갈등을 앞당긴다면 옥상옥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국교위를 없애는 것이 해답이라고 단정하고 싶지는 않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과정과 대입제도가 흔들렸던 한국 교육의 역사를 생각하면 초정권적 합의기구는 여전히 필요하다. 문제는 국교위라는 제도의 이상이 아니라 그 이상을 배반해 온 운영 방식이다.

    국교위가 살아남으려면 역할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 교육부가 당장 시행할 정책을 만드는 집행기관이라면 국교위는 향후 10년의 원칙과 방향을 합의하는 기구여야 한다. 위원장이 결론을 먼저 발표하고 뒤늦게 의견을 수렴하는 방식도 버려야 한다. 위원 구성의 정치적 편향을 줄이고 교육 현장과 학생·학부모의 실질적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 회의 자료와 찬반 논거, 연구 결과, 소수 의견, 정책이 학교에 미칠 영향 분석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책 발표보다 질문을 먼저 해야 한다. 초등 저학년을 몇 시에 하교시킬 것인가에 앞서 우리 사회의 돌봄 책임을 학교·가정·지역이 어떻게 나눌 것인지 물어야 한다. 수능에 논술형을 넣을 것인가에 앞서 대학 서열과 입시 경쟁, 채점 신뢰성과 학교 간 격차를 어떻게 줄일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 외국의 제도는 참고할 수 있지만 그 제도가 작동하는 사회적 조건까지 살피지 않고 평가 방식이나 시간표만 옮겨와서는 안 된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현장의 동의와 실행 조건이 없으면 종이 위의 이상에 그친다. 교육정책에서 과정은 결과를 늦추는 장애물이 아니다. 과정 자체가 정책의 신뢰를 만들고 지속 가능성을 결정한다.

    국가교육위원회에 필요한 것은 새로운 의제를 하나 더 발표하는 일이 아니다. 서두르지 않는 용기, 반대 목소리를 듣는 인내, 교육부와 다른 역할을 증명하는 전문성이다. 국교위가 또 하나의 교육부가 아니라 국가 교육의 긴 방향을 세우는 합의기구로 거듭나지 못한다면, "왜 존재해야 하는가"라는 현장의 질문에 결국 답하지 못할 것이다. 지금은 새로운 정책을 내놓을 때가 아니라 국가교육위원회 자체를 쇄신할 때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브런치(별의별교육연구소)에도 실립니다.
    #국교위 #국가교육위원회 #교육부 #교육정책 #별의별교육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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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 중심 교육을 고민하는 초등학교 교감이자 교육 칼럼니스트. 교육청 장학사 경험을 바탕으로 교육정책과 학교 현실의 간극을 분석하며, 다양성 교육·교육활동 보호·공교육 회복을 주제로 미래교육의 방향을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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