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교사 42명이 퇴근 후 모인 까닭... AI, 어디에 어떻게 쓸까

충남 중·고교 교사들, AI·코딩 활용 과학수업 자료 제작 연수 참여

등록 2026.09.08 10:19수정 2026.09.08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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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를 과학수업에서는 어떻게 써야 할까. 생성형 인공지능이 학교 안으로 빠르게 들어오고 있다. 교사는 수업 자료를 만들 때 AI를 활용하고, 학생들도 검색이나 글쓰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AI를 만난다. 새로운 서비스와 기능도 하루가 다르게 늘어난다.

그런데 이를 과학수업에 적용하면 질문은 조금 복잡해진다. 실험을 설계하고 데이터를 분석하고, 관찰한 현상을 설명해야 하는 과학수업에서 AI를 어디까지 활용해야 할까. 교사의 자료 제작 시간을 줄이는 데 사용할 수도 있고, 학생의 복습이나 개념 이해를 돕는 자료를 만들 수도 있다. 반대로 학생이 직접 생각하고 탐구해야 할 과정까지 AI가 대신해 버릴 가능성도 있다.

지난 3일 오후 충남도교육청교육과정평가정보원 3층 대회의실에는 이런 고민을 한 충남 중·고등학교 과학교사들이 모였다. 교육정책연구소와 충남융합과학연구회가 함께 마련한 'AI·코딩을 활용한 과학수업 자료 제작 및 활용 연수'였다.

이번 연수는 과학교사의 AI·디지털 기반 교수·학습 역량을 높이고, 생성형 AI와 코딩을 활용해 과학수업에 필요한 웹 기반 자료를 교사가 직접 설계하고 제작해 보는 취지로 마련됐다. 과학 개념 학습뿐 아니라 탐구활동, 데이터 처리와 시각화 등 과학 교과의 특성을 반영한 자료 제작도 주요 목표로 제시됐다.

 이세중 교육정책연구소장이 연수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이세중 교육정책연구소장이 연수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윤찬희

퇴근 후에도 42명이 모였다

연수는 오후 4시에 시작됐다. 학교에서 수업과 업무를 마친 뒤 다시 노트북을 들고 자리를 찾은 교사들이었다. 당초 신청 인원이 빠르게 찼고 이후 추가 문의와 신청도 이어졌다. 이날 최종적으로 42명의 교사가 연수에 참여했다. 연수 대상은 충남 중·고등학교 과학교사 중 희망자였고, 모든 참가자가 개인 노트북을 가지고 실습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연수는 AI·디지털 기반 수학·과학교육 정책 방향 소개를 시작으로, 생성형 AI와 코딩을 활용한 웹 기반 수업자료 제작 실습, 만들어진 자료의 수정·보완과 활용방법 공유 순으로 이어졌다.


교육부의 최근 정책 방향에서도 AI 시대의 수학·과학교육과 관련해 디지털 과학실험, 데이터 기반 탐구, 교사의 AI·디지털 교수·학습 설계 역량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특히 교사가 전문적 판단과 주도성을 바탕으로 AI·디지털 기술을 활용해야 한다는 점도 제시돼 있다.

정책에서는 빠르게 방향이 제시되고 있지만, 실제 수업에서는 결국 교사가 선택해야 한다. 어떤 도구를 쓸지, 어떤 활동에 넣을지, 학생에게 무엇을 맡기고 무엇을 직접 지도할지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충남융합과학연구회(교사 송민규)에서 최근 정책 방향과 연구회 활동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 충남융합과학연구회(교사 송민규)에서 최근 정책 방향과 연구회 활동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윤찬희

AI, 어떻게 쓸 것인가

이날 연수에서도 새로운 AI 서비스를 소개하는 데만 머물지 않았다. 오히려 강의의 중심은 '학교에서 실제로 사용할 것을 하나 만들어 가자'는 데 있었다.

강사로 자리에 선 온양고등학교 한성희 교사는 구글 스프레드시트와 Apps Script를 활용해 자신이 실제 학교에서 사용하고 있는 여러 사례를 먼저 보여줬다. 출석부와 학생 관리, 학사일정 안내, 성적 확인, 학생 피드백, 자료 제출 등을 하나의 웹앱 형태로 만들어 사용하는 방법이었다.

과학수업에 적용한 사례도 소개됐다. 통합과학 단원별로 퀴즈와 영상, 학습지, 참고자료를 연결해 학생들이 수업 후 다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한성희 교사는 실제 수업 경험을 이야기하며 "AI 자체를 수업 시간에 많이 쓰기보다 학생 관리나 수업 이후 복습, 퀴즈 등에 더 많이 활용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AI를 수업의 중심에 놓기보다, 수업 전후의 학습과 교사의 자료 제작을 지원하는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방식은 이번 연수의 운영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연수 계획에서도 전문적인 코딩 경험이 없는 교사가 참여할 수 있도록 생성형 AI를 활용한 코딩과 자료 제작 과정으로 구성하고, 단순한 코딩 기능 습득보다 실제 수업에 사용할 수 있는 교수·학습자료 제작에 중점을 둔다고 밝히고 있다.

 참가 교사들이 노트북을 활용해 웹 기반 과학수업 자료 제작 실습에 참여하고 있
▲ 참가 교사들이 노트북을 활용해 웹 기반 과학수업 자료 제작 실습에 참여하고 있 송민규

학교에서 바로 쓸 것을 직접 만들다

설명을 들은 뒤에는 교사들이 직접 노트북을 열었다. 연수에 참여한 교사들은 자신이 맡은 교과와 단원을 정하고 구글 스프레드시트에 학생 명단과 단원 정보를 구성했다. 이후 생성형 AI에 필요한 기능을 설명해 Apps Script와 HTML 코드를 만들고, 이를 연결해 실제 웹앱으로 구현하는 과정까지 따라갔다. 이미 만들어진 코드를 다시 AI에게 보여주고 필요한 부분만 수정한 뒤 기존 웹앱을 업데이트하는 과정도 실습했다.

과학수업 자료 제작에는 NotebookLM도 활용됐다. 교과서 PDF나 기존 학습지를 자료로 넣고 단원 내용을 바탕으로 영상과 퀴즈를 만드는 방법을 직접 살펴봤다. 강사는 자신이 제작한 영상도 한 번에 완성한 것이 아니라 원하는 표현과 내용이 나올 때까지 여러 차례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도 중요한 것은 교사의 판단이었다. AI가 만든 퀴즈가 수업 내용에 맞는지 확인하고, 영상에 들어간 과학적 표현이 정확한지 검토하고, 학생에게 필요한 자료인지 다시 판단해야 했다.

한성희 교사는 앱 스크립트 Apps Script를 처음 접한 뒤 실제 학교에서 활용하기까지 여러 달 동안 시행착오를 거쳤다고 말했다. 이날 짧은 연수만으로 모든 것을 익히기보다 직접 만들고 수정하면서 자신의 수업에 맞는 형태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과학교사의 함께 배우는 자리

연수가 끝날 무렵 연구회 운영진은 이번 신청 과정을 돌아보며 "과학교사들을 위한 이런 자리가 굉장히 부족하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신청이 빠르게 마감돼 일부 교사는 추가 문의를 했지만 더 받지 못했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이미 많은 교사가 AI를 사용하고 있다. 이제 현장의 질문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AI를 사용할 것인가'에서 '내 수업에서는 어디에,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로 이동하고 있다. 과학수업에서는 이 질문이 더욱 중요하다. 과학은 직접 관찰하고, 데이터를 해석하고, 증거를 바탕으로 설명을 만들어가는 교과다. AI가 빠르게 답을 만들어주는 시대일수록 학생이 직접 질문하고 판단하는 경험을 어떻게 남겨둘 것인지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최근 정책 흐름에서도 교사의 AI·디지털 전문성 개발을 위한 연수 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이 빠르게 등장한다고 해서 모든 변화를 그대로 수업에 적용할 수는 없다. 새로운 도구를 무분별하게 수업에 넣기보다 자신의 교육 방법과 교과의 특성, 학교의 여건, 학생들의 수준과 필요를 살펴 가며 선택하고 가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새로운 기술 자체가 아니라, 교사가 그것을 자신의 수업에서 어떤 목적과 방식으로 사용할 것인지 결정하는 일이다.

이날 퇴근 후 연수에 참석한 과학교사들이 고민한 것도 그 지점이었다. AI를 얼마나 많이 사용할 것인가 보다, 아이들이 과학을 더 잘 배우게 하려면 AI를 어디에,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새로운 기술이 들어올 때마다 수업의 답을 대신 정해줄 사람은 없다. 그래서 교사들은 직접 써보고, 자신의 학생과 학교 상황에 맞게 고쳐보고, 서로의 경험을 나눈다. 이날 연수는 AI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자리이면서 동시에, 빠른 변화 속에서도 수업을 판단하고 설계하는 주체는 여전히 교사라는 점을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덧붙이는 글 필자는 충남에서 근무하는 과학교사이자 충남융합과학연구회(https://cafe.naver.com/cnesciedu) 소속 교사입니다. 연구회 선생님들과 함께 과학수업과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나누고 있습니다. 충남융합과학연구회는 지역 과학교사들이 수업 사례와 교육활동을 공유하고, 함께 연구하며 실천하는 교사 전문적 학습공동체입니다.
#인공지능교육 #과학교육 #과학교사 #충남교육 #충남융합과학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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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child left behind. 교육의 희망과 미래를 믿습니다. 교육정책을 살펴보고 교육소식을 기록하는 중등교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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