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무의 노래
생각의힘
어둠 속에서 더듬어 빛을 찾듯, 슬픔과 절망 속에서 다시 기쁨과 희망을 찾다가 떠오른 건 올해 초 시사회로 보았던 <나무의 노래> 영화였다. 마침 최근 같은 제목의 책도 출간이 되어 바로 찾아보았다. 책과 영화에는 '니카라과라는 나라에서 100만 그루의 나무를 심으며 살아가는 조선 시대 마지막 공주'의 동화같은 실화가 등장했다. 100만 그루의 나무라니! 보고도 도저히 믿기지 않는 한 여인의 행보에 절로 입이 벌어졌다.
조선의 마지막 공주의 동화같은 삶이 전하는 희망
그녀는 조선의 왕가에서 태어나 젊은 시절 뉴욕으로 건너간 과학자였다. 세포를 연구했고 에이즈의 원인을 규명했으며, 예술가의 길을 걸었다. 한 사람의 생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놀라운 삶을 살아왔던 그녀는 4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고서, 자신보다 더 오래 살아남은 나무를 심기로 결심한다. 프랑스의 고성부터 하와이, 코스타리카 등 여러 땅들을 찾던 그녀에게 운명적으로 나타난 땅은 중남미의 니카라과. 땅에서 솟은 샘이 태평양과 대서양으로 흐르는 곳에서 그녀는 100만 그루의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아무도 모르는 산소를, 제일 필요한 것을 만들어 보자."
남은 날 동안 삶에서 받은 것들을 보답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었다. 4개월밖에 남지 않았다는 삶은 그 후 20년이 넘게 이어졌다.
책에서는 영화에서 다 담지 못한 흥미로운 비하인드 스토리들이 실려있다. 31년 동안 자연 다큐멘터리를 찍어온 진재운 감독이 처음 그녀를 만났을 때, 그녀의 첫 마디는 다음과 같았다고 한다.
"나무마다 사투리가 다 다른 것 알아요?"
예상치 못했던 질문 앞에서 감독은 "나는 그녀가 듣고 있는 나무의 소리를 듣고 싶었다. 그 질문을 따라간 끝에 영화 <나무의 노래>가 태어났다"고 고백한다. 그래서일까. 영화와 책을 보는 내내 내 안에서도 많은 질문들이 생겨났다. 나무들에게 자연스럽게 말을 걸며 연신 "뷰티풀!"이라며 감탄사를 외치는 백발의 여인을 마주하며, 지금 내가 삶에서 잊고 있는 것들에 대해 자꾸만 묻게 될 수밖에 없었다.

▲ 나무의 노래
생각의힘
자신의 이름을 드러내는 것을 기어코 사양하고 나무의 이야기만 남기고자 했다는 그녀가 틈틈이 기록한 글과 그림도 무척 인상적이었다. 마치 수행을 하는 선승(禪僧)이 적은 오도송(悟道頌)처럼 짧지만 깊이 있는 통찰이 담긴 글과 곱고도 힘 있는 선과 풍부한 색으로 그려낸 아름다운 그림들은 책에서 더욱 자세히 만날 수 있었다. 주변의 사물과 자연을 바라보는 깊고도 풍부한 시선과 섬세한 마음이 가득 담겨 있어, 나는 마치 선물꾸러미를 받아든 아이처럼 기쁘게 끝까지 책을 읽어내려갔다.
"숲을 지키는 일은 인간이 자연에 은혜를 베푸는 일이 아니다. 인간이 다른 생명과 함께 계속 살아갈 조건을 지키는 일이다."
책장을 덮으면서는 다음 구절이 내 안에서 크게 울려 퍼졌다. 그 울림은 내가 있는 자리에서 숲과 자연과 지구를 위해 실천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내일 지구가 멸망해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스피노자의 명언처럼 살아가는 한 여인의 삶을 통해, 슬픔과 절망이 아닌 감사와 희망의 시선과 마음으로 다시 살아갈 힘을 얻었다. 그러면서 이 책과 영화가 널리, 멀리 알려지길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나무의 노래'를 듣게 된 삶은 결코 전과 같을 수 없을 테니. 그 노래가 우리 모두를 살리는 길로 나아가게 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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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예술가로 살아가며 교육, 예술, 심리에 관한 기사를 씁니다. @school_dal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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