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심을 먹고 난 아이는 책상에 엎드리기도 하고, 집에 가고 싶다며 울기도 한다.
오마이뉴스
요즘 초등학교 1학년의 오후 수업(점심시간을 마친 뒤 이어지는 5교시 수업을 말하며, 학교 교육과정에 따라 주 1~3일 정도 5교시가 편성된다. 필자가 재직중인 학교의 경우, 2026학년도 1·2학년은 화·목·금요일에 5교시가 편성되어 있다)을 지켜보면 숫자만으로는 보이지 않는 장면을 만나게 된다.
점심을 먹고 난 아이는 책상에 엎드리기도 하고, 집에 가고 싶다며 울기도 한다. 자기 물건을 챙기고 화장실을 다녀오며 친구와의 작은 갈등을 조절하는 것만으로도 적지 않은 에너지를 사용한다.
같은 1학년이라도 한글을 능숙하게 읽는 아이와 아직 문장을 읽기 어려운 아이가 함께 있다. 유치원 생활에 익숙한 아이, 새로운 환경에 불안을 느끼는 아이, 입학 이후에야 발달 지연이나 정서·행동의 어려움이 발견되는 아이도 있다. 특수교육대상자로 선정되지는 않았지만 지속적인 개별 지원이 필요한 학생도 적지 않다.
이런 교실에서 담임교사 한 명이 스무 명이 넘는 아이를 돌보며 수업한다. 수업시간이 늘어나면 교과서 몇 쪽 더 나가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수업 준비와 평가, 생활지도, 안전사고 대응, 학부모 상담과 민원도 함께 늘어난다. 협력교사와 특수교육·상담 인력, 휴식 공간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간만 늘리면 교사가 한 아이를 깊이 살펴볼 시간은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
포럼 연구진도 담임교사의 수업 부담을 늘리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1단계에 약 5430명, 2단계에 약 1만290명의 추가 교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연간 추가 인건비만 약 5200억 원에서 9800억 원에 이른다. 교원과 공간, 재정, 교육과정 개편이 먼저라는 사실을 연구자료 자체가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아이들의 권리는 수업받을 권리만이 아니다
찬성 측에서는 오후 시간을 국어와 수학으로 채우는 것이 아니라 놀이·체육·예술·독서·관계 활동으로 운영하면 된다고 말한다. 가정의 소득과 지역에 관계없이 다양한 교육 경험을 제공하자는 취지는 타당하다. 공교육이 아이들의 경험 격차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에도 동의한다.
그러나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교실에서 참여하는 '교육적 놀이'와 아이가 스스로 선택하고 그만둘 수 있는 자유 놀이는 같지 않다. 놀이조차 목표와 프로그램, 출결과 안전관리 속에 들어가면 아이에게는 또 하나의 수업이 될 수 있다. 책상이 가득한 교실에서 오전부터 오후 3시까지 지내게 하면서 놀이와 쉼이 늘었다고 말할 수도 없다.
아이에게는 교육받을 권리뿐 아니라 쉴 권리, 놀 권리, 가족과 함께할 권리도 있다. 가정마다 상황이 다른데 돌봄이 필요한 가정을 돕기 위해 모든 학생에게 동일한 정규수업을 의무화하면 학생의 선택권과 부모의 가정교육권이 지나치게 좁아질 수 있다.
방과후학교에서는 현재 축구, 바둑, 과학실험, 코딩, 방송댄스, 미술, 악기 등 학교와 학생의 수요에 따른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정규수업이 늘어나면 이러한 선택형 활동이 밀려나거나 운영시간이 늦어질 수 있다. 교육경험의 격차를 줄이겠다는 정책이 오히려 아이들의 다양한 흥미와 선택을 제한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부모가 육아휴직이나 근로시간 단축을 사용해야 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학교 수업을 늘리자는 주장에도 동의하기 어렵다. 학교에 얼마나 오래 있었는지가 좋은 교육을 결정하지 않는다. 그 시간 동안 아이가 존중받았는지, 충분히 쉬고 놀았는지, 필요한 도움을 받았는지가 중요하다. 어른들의 돌봄과 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린아이들의 시간을 일괄적으로 늘려서는 안 된다. 아이를 오후 3시까지 붙잡아 두는 정책보다, 오후 3시 이전이라도 아이 한 명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교실을 만드는 일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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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중심 교육을 고민하는 초등학교 교감이자 교육 칼럼니스트. 교육청 장학사 경험을 바탕으로 교육정책과 학교 현실의 간극을 분석하며, 다양성 교육·교육활동 보호·공교육 회복을 주제로 미래교육의 방향을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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