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무부장관 후보자인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에 출근하며 각종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권우성
한동훈 국회의원(무소속)이 '성공한 로비'라고 규정한 '김승원 연락→식약처 특혜 심사→제넨셀 임상시험 승인'이라는 연결고리를 법원은 인정하지 않았다.
<오마이뉴스>가 확보한 제넨셀 설립자 강세찬씨 사건 1심 판결문과 이후 공개된 수사자료를 종합하면, 법원이 인정한 것은 사업가 양수진씨가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게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제넨셀 신약 임상시험 절차과 관련해 '좀 빠르게 처리할 수 있도록 부탁한다'는 요청을 전달한 사실까지였다. 재판부는 이 문자메시지와 통화만으로 식약처의 정상적인 임상시험 승인 절차를 생략하거나 다른 업체보다 제넨셀을 우선 검토해달라는 청탁이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즉 '김승원에게 부탁했다'는 사실은 인정했지만, 이를 '특혜 심사와 승인'으로 이어지는 청탁으로 판단하지 않은 것이다.
검찰이 의심했던 승인 뒤 6억 원의 대가성도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강세찬씨와 양씨의 기존 사업관계와 투자 논의, 정치권 인맥을 언급한 정황, 두 사람의 통화 녹취까지 검토한 뒤 6억 원이 임상시험 승인 알선의 대가로 이를 정상적인 CB 투자로 가장했다는 범죄수익은닉 혐의 공소사실에 대해 "범죄의 증명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강세찬이 요청하고, 양수진이 김승원에게 연락
서울서부지방법원은 2024년 12월 19일 강세찬씨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위반(배임) 등 사건 1심 판결을 선고했다. 주요 등장인물인 양수진씨는 강씨와 사업·투자 문제를 논의해온 사업가다. 강씨의 요청을 받아 김 후보자에게 식약처 관련 부탁을 전달한 것도 양씨였다.
제넨셀은 2021년 9월 23일 식약처에 코로나19 치료제 2상과 3상 임상시험계획 승인을 신청했다. 2상은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 효과와 적정 용량 등을 탐색하고, 3상은 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증하는 단계다. 식약처는 사전상담에서 인도에서 진행한 2상 결과에 통계적 유의성이 없고 자료도 부족하다며 2상부터 다시 진행하는 것이 상당하다는 의견을 냈다. 햄스터 동물실험 자료를 비롯한 보완도 요구했다.
강씨는 이 무렵 양씨에게 임상시험계획 승인이 신속하게 이뤄지도록 도와달라는 취지로 부탁했다. 이에 양씨는 2021년 10월 8일 김승원 후보자에게 제넨셀 치료제 관련 자료를 보내면서 '식약처 담당 과에서 업무를 좀 빠르게 처리할 수 있도록 부탁한다'는 취지로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통화도 했다.
법원도 이 연락을 전제로 판단했다. 그러나 다음 단계에서 선을 그었다. 재판부는 연락이 있었다고 해도 그 사실만으로 식약처의 본래 임상시험 승인 심사절차를 생략하거나 다른 기업보다 제넨셀을 우선적으로 검토하는 등의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을 했다고 "곧바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결국 쟁점은 연락 자체가 아니라 그 연락으로 심사가 실제 바뀌었느냐다. 김 후보자도 양씨의 부탁을 받고 김강립 당시 식약처장에게 연락한 사실 자체는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강씨 1심 판결문에는 김 후보자의 연락 때문에 식약처의 심사 순서가 바뀌었다거나 심사 기준이 완화됐다는 사실인정이 없다. 김 후보자의 연락이 최종 승인에 영향을 미쳤다는 판단도 없다.
검찰, '정치권 부탁→승인→6억 원' 의심
판결문에 인용된 검찰 압수수색 영장에는 강씨가 임상시험 승인이 지체되자 양씨의 정·재계 인맥을 활용해 승인을 앞당기고 그 대가를 제넨셀 자금으로 지급하려 했다는 취지의 혐의가 담겼다.
검찰이 특히 주목한 것은 임상시험 승인 이후 제넨셀이 양씨 회사가 발행한 전환사채(CB) 6억 원어치를 인수한 거래였다. 검찰은 이 6억 원이 승인 알선의 대가인데 이를 정상적인 기업 투자처럼 꾸민 것으로 보고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했다.
법원은 돈이 오간 시점만 보지 않고 그 이전부터 이어진 두 사람의 관계와 투자 논의를 함께 살폈다. 강씨와 양씨는 김 후보자에게 식약처 문제를 부탁하기 전부터 외부 투자유치와 양씨 회사에 대한 투자를 논의해왔다. 양씨가 김 후보자 등 자신의 정계 인맥을 과시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도 있었다.
재판부는 그 점까지 인정하면서도 전체 대화 내용과 맥락상 강씨가 공무원에 대한 청탁이나 알선을 조건으로 양씨 회사에 투자하겠다고 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특히 두 사람의 통화 녹취도 판단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통화 녹취록을 꼼꼼히 살펴보더라도" 강씨가 정치권 청탁·알선의 대가를 명시적으로 약속했다거나 양씨가 그런 약속을 근거로 CB 인수를 요구한 내용은 확인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결국 6억 원 CB 인수 자체는 회사에 손해를 끼친 별도의 배임으로 유죄가 인정됐지만, 6억 원이 임상시험 승인 알선의 대가인데 이를 정상적인 CB 투자로 가장했다는 범죄수익은닉 혐의는 무죄가 됐다.
법원이 승인과 연결한 범죄는 '허위자료'
그렇다고 제넨셀 임상시험 승인 과정에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강씨는 위계공무집행방해와 약사법 위반으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다만 법원이 승인과 직접 연결해 인정한 범죄 원인은 정치권 연락이 아니라 허위·누락된 비임상시험 자료 제출이었다.
강씨 측은 한 비임상자료에 실제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감염시킨 햄스터 실험을 하지 않았는데도 마치 실험을 한 것처럼 기재했다. 이후 별도로 실제 동물실험을 진행한 뒤에는 고용량 투여군에서 햄스터 사망과 약물 역류·토혈, 위중한 상태 등이 나타났지만 이런 불리한 결과를 최종자료에서 삭제했다.
제넨셀은 이런 자료를 포함해 임상시험계획 승인을 신청했다. 식약처 담당자는 비임상자료가 타당하게 제출됐다는 취지의 검토자료를 작성했고, 이후 보완 절차를 거쳐 2021년 10월 26일 임상시험계획이 승인됐다.
법원은 거짓 자료를 제출해 담당 공무원이 이를 발견하지 못하고 인허가 처분을 하게 했다면 신청인의 위계가 원인이 된 공무집행방해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즉 법원이 유죄로 인정한 승인 관련 연결은 '허위·누락자료 제출→식약처 담당자의 오인→임상시험계획 승인'이다. 반면 '김승원 연락→식약처 심사 변경→임상시험계획 승인'이라는 연결고리는 인정하지 않았다. 김 후보자가 허위 동물실험 자료나 불리한 실험 결과 삭제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판단도 없다.
한동훈 '성공한 로비' 주장… 검찰 판단은 달랐다

▲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식약처 청탁 의혹'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남소연
한동훈 의원은 최근 김 후보자와 양씨의 녹취, 검찰 수사자료 등을 공개하며 '성공한 로비'라고 주장하고 있다. 양씨가 식약처 업무를 두고 "과장 선에서 막혀 있다"고 말한 녹취와 김 후보자의 연락 내용이 식약처 내부에 전달됐다는 자료 등을 근거로 들고 있다. 검찰 수사팀이 한때 김 후보자에게 징역 8개월을 구형하는 방안을 검토한 수사자료도 공개했다.
그러나 검찰은 최종 불기소결정서에 김 후보자의 신속 처리 요청을 두고 "청탁 자체가 위법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식약처 역시 이례적으로 규정이나 매뉴얼을 위반하지 않았으며 "일응 절차에 따라 심사를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봤다.
다만 500만 원 정치후원금 약속 의혹에 대해 검찰은 혐의를 인정해 김 후보자를 기소유예했다. 김 후보자는 이에 불복해 헌법재판소에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내용의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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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은 '성공한 로비'라지만, 법원 '김승원→특혜 승인' 인정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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