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신청 ‘국가폭력조작사건 10.28 건대항쟁’진실규명 2차신청서를 진화위에 전달하는 박상희 건국대총동문회장(가운데)과 관계자들
10.28 건대항쟁기념사업회 제공
당시 피해는 차가운 감옥 철창에 갇힌 구속자들만의 몫이 아니었다. 현장에서 연행되었다가 간신히 훈방된 학생들, 끝없는 불심검문과 수배령에 숨죽여야 했던 청년들, 국가안전기획부와 경찰의 사찰·감시 속에서 일상을 파괴당한 이들, 그리고 사건 이후 취업 제한과 사회적 편견 속에서 신음했던 수많은 가족들이 존재했다. 당시 연세대 학생으로 현장에 있었다가 이번에 신청에 참여한 조장래씨는 수사 과정의 참혹함을 증언했다.
"폭행과 가혹행위, 강압적인 조사 등 심각한 인권침해가 난무했습니다. 어떤 이들에게는 그날의 공포가 우울과 불안, PTSD(외상후 스트레스 장애)가 되어 수십 년의 삶을 옭아맸습니다. 국가가 그 고통에 대해 답해야 합니다."
참가자들은 진화위가 개별 피해자의 진술을 확인하는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진압 작전을 기획한 최고 지휘체계가 누구였는지, 관계 국가기관이 어떤 불법적 공작으로 사건을 왜곡했는지, 그 구조적 실체를 파헤치는 '직권조사'에 즉각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건국대학교 24억 물적 피해와 훼손된 '공동체의 명예'를 바로 세워라
이번 2차 신청의 또 하나의 거대한 축은 대학 공동체가 입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는 점이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건국대학교 총동문회와 한신대학교 총동문회도 함께 팔을 걷어붙였다. 박상희 건국대 총동문회장은 목소리를 높였다.
"40년 동안 건국대학교의 이름 앞에는 늘 무거운 '건대사태'라는 낙인이 따라다녔습니다. 당시 대규모 경찰력이 난입해 캠퍼스를 유린하는 과정에서 24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물적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아픈 것은 대학공동체 전체가 감내해야 했던 사회적 명예 훼손이었습니다."
국가권력과 당시 언론이 10·28 사건을 일방적으로 '폭력적인 좌경용공 난동'으로 포장하는 동안, 건국대의 재학생과 졸업생, 교수와 교직원, 그리고 학부모들은 사회적 부정을 온몸으로 감당해야 했다. 한신대 이상진 총동문회장 역시 "10·28은 건국대만의 사건이 아니라 권위주의 시대를 관통한 우리 모두의 민주주의 역사"라며 "개인의 피해를 넘어 대학 공동체가 입은 상처와 명예를 온전히 회복하는 것이 역사를 바로 세우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다시 살고 싶습니다"… 40주년을 맞아 역사의 정의를 세울 시간
강산이 네 번 바뀌는 동안 가해자들은 침묵했고, 국가는 책임을 회피했다. 그러나 짓밟힌 자들이 스스로 역사의 기록관이 되어 거리로 나왔다. 스무 살의 청년들은 이제 백발이 성성한 인생의 후반부에 접어들었다.
그들이 요구하는 것은 과거나 감정에 치우친 보복이 아니다. 명백한 사실에 근거해 국가가 저지른 과오를 인정하고, 잃어버린 명예와 권리를 제자리로 돌려놓는 지극히 상식적인 정의의 회복이다.이날 현장에 모인 동문들은 국회와 정부를 향해 다음과 같은 5대 요구 사항을 강력히 전달했다.
- 하나. 제3기 진화위는 10·28건대항쟁에 대한 전면적인 직권조사를 즉각 실시할 것.
- 하나. 구속자를 넘어 연행·훈방자, 불심검문 피해자, 수배자, 사찰 피해자, 가족 피해 및 국가폭력 트라우마 피해자까지 조사 범위를 확대할 것.
- 하나. 경찰 진압 작전의 지휘체계와 국가폭력의 구조적 실체를 낱낱이 규명할 것.
- 하나. 대규모 진압 과정에서 발생한 건국대의 물적 피해와 사회적 명예 실추에 대해 국가가 책임을 질 것.
- 하나. 정부는 진실규명 결과에 따라 공식 사과하고, 피해 회복을 위한 「10·28건대항쟁 특별법」을 즉각 제정할 것.
"삶이란 다시 돌아보는 것이 아니라 다시 사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저도 이제 다시 살고 싶습니다."
고용규 대표의 절박한 호소처럼, 이제 대한민국이 응답할 차례다. 진실화해위원회와 국가 공동체는 더 이상 침묵으로 이들의 40년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다가오는 40주년을 맞아, 1986년 10월의 그 뜨거웠던 시월을 국가폭력의 어두운 그늘이 아니라 당당한 민주주의의 진실로 기록해야 할 때다. 10·28건대항쟁의 완전한 진실을 향한 진짜 싸움은, 바로 오늘부터 다시 시작되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저는 철도청 및 국가철도공단, UNESCAP 등에서 약 34년 공직생활을 하면서 틈틈히 시간 나는대로 제 주변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써온 고창남이라 힙니다. 2022년 12월 정년퇴직후 시간이 남게 되니까 좀더 글 쓸 수 있는 시간이 되어 좀더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공유하기
40주년 맞은 10·28건대항쟁, 구조적 실체 규명 촉구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