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의 기억> 레코트 협업, 2026.
전사랑
기자 간담회에서 작가는 "천으로 만든 집은 대부분 독신일 때 만든" 것이라며, "빈 방에 혼자 앉아 그 방과 대화하며 나온 작품"이었으나 "결혼하고 아이들이 생기면서 집은 단순한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가정이 됐다"라고 말했다(<경향신문>).
가정을 이룬 작가는 인간을 덮는 가장 작은 집인 옷에 집중하며, 가정이야말로 가장 내밀하고 사적인 공간임을 보여준다. 완성된 코트를 입어보며 감격에 겨워 눈시울을 적시는 작가의 영상이 작품 옆에서 상영되고 있었다. 나를 있게 한 사람들과 나로 인해 존재하는 이들이 심장 가장 가까운 곳에 모여 있으니, 가슴이 뭉클해질 수밖에 없는 장면이다.
이 작품을 한참 들여다보며 가상으로 나만의 코트를 만들어 본다. 아버지의 양복, 엄마의 넉넉한 원피스, 두 자매들의 옷도 골라 본다. 그리고 남편의 파란 와이셔츠와 아들과 딸들이 가장 좋아하는 옷의 안감도 잘라 내 코트 안에 덧댄다. 그리고 가족들이 좋아하는 물건을 생각하며 각각의 주머니 안에 넣어본다.
코트를 받아 들고 영상 속에서 감격을 받고 눈물을 흘리는 작가와 달리 생각만 해도 코트가 무겁고 내 존재를 짓누르는 것 같은 느낌은 왜일까. 아마 끊임없이 자신의 정체성을 탐구해 온 작가와는 달리, 나는 그 관계성 안에서만 존재하기 때문은 아닐까. '서도호 코트'를 만드는 대신, 입고 있는 포대자루 원피스라도 벗으리라 마음먹는다.
매일 아침 미술관 문이 열리기 전부터 길게 늘어선 관람객들의 줄을 바라보며 깨닫는다. 서도호는 가장 보편적인 소재로 가장 내밀하고 개인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가다. 그의 작품은 다른 현대미술 작품과 달리 멀리 떨어져 존재하지 않고 즉각적으로 관객에게 말을 건넨다. 그가 살아온 집과 유니폼은 절대 보편적이라 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은 그 어떤 개인에게 도달해 가장 깊숙한 내면을 파고든다. 그가 집으로부터 시작해 집 내부의 사소한 외형들 (손잡이, 수도꼭지 같은)을 어루만지고, 옷이라는 가장 작은 공간까지 침투하듯이.
<서도호>
2027년 2월 9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일반 8000원
참고
https://noblesse.com/아름지기-정민자-고문은-멈추지-않는다
https://futureheritage.seoul.go.kr/futureHeritageMeet/futureHeritage/view.do?htNo=2303
https://www.isbcc.or.kr/seongbuk/cultural/detail/1895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35233
https://www.elle.co.kr/article/1882471
https://www.theguardian.com/artanddesign/2025/apr/13/do-ho-suh-walk-the-house-tate-modern-interview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영문학을 공부하러 영국에 갔다 미술에 빠져서 돌아왔다. 이후 미술사를 전공하고 미술에 관련한 글을 쓰고 있다.
bruch.co.kr/thecobalt
srjun09@naver.com
공유하기
런던 육교에 매달린 한옥... 자신의 집을 이고 다닌 남자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