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춘천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철불
여경수
내가 가장 눈여겨본 전시실은 오백나한을 전시한 곳이다. 2001년 영월군의 한 부부가 집을 짓기 위해 땅을 파던 중 우연히 나한상 몇 점을 발견했고, 이후 강원문화재연구소가 두 차례에 걸쳐 발굴을 진행하여 300여 점에 이르는 나한상을 수습했다. 함께 출토된 '창령'이라 새겨진 기와 조각을 통해 이곳이 오래전 폐사된 창령사 터였음이 밝혀졌다고 한다.
고려 후기에서 조선 초기 사이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나한상들은 보존처리 과정을 거쳐, 지금은 국립춘천박물관의 브랜드실 '창령사 터 오백나한, 나에게로 가는 길'에서 만날 수 있다. 나한상들 중에는 '바위 뒤에 앉은 나한', '미소 띤 나한', '생각에 잠긴 나한', '합장하는 나한', '대화하는 나한'과 같은 이름이 붙은 것들도 있었다.
나한은 부처님의 제자로서 깨달음을 얻은 성자를 뜻하지만, 이곳의 나한상들은 근엄한 성자의 모습이 아니라 웃고, 생각에 잠기는 등 저마다 다른 표정을 짓고 있어 오히려 평범한 사람들의 얼굴을 닮았다. 정교하게 다듬어지지 않은 투박한 조각임에도 볼수록 정이 간다. 예전 초등학교 시절 미술 시간에 돌을 깎아 주먹 쥔 손의 모습을 만들었던 생각이 났다. 이들 나한상 앞에 서니 부처님과는 또 다른, 인간적인 얼굴들을 마주하는 기분이었다.

▲ 국립춘천박물관의 나한
여경수
나는 춘천에서 군 복무를 했다. 강원도 홍천에서 후반기교육을 받은 뒤, 춘천 외곽의 부대에 배치되어 복무 기간 중 여러 차례 시내로 나갔다. 그때 처음 마주한 소양강의 풍경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태어나서 그렇게 큰 호수를 본 것은 처음이었다. 하루 동안 머무른 국립춘천박물관에서 바라본 문화유산들이 새롭게 보였다. 젊은 군인 시절에는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들이다. 이토록 수준 높은 문화를 가진 강원도라는 생각이 오늘 하루를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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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힘이 되는 생활 헌법(좋은땅 출판사) 저자, 헌법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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