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이후 10년, 광주 여성들은 무엇을 어떻게 바꿨나

<그날 강남역에서 우리는 우연히 살아남았다> 광주 북토크, 남은 과제는...

등록 2026.09.08 14:47수정 2026.09.08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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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살아도 안전하고 결혼하지 않아도 안정적이며, 여성 청년으로서 지역에서 나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도시가 되어야 합니다."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를 맞아 출간된 책 <그날 강남역에서 우리는 우연히 살아남았다>를 매개로 광주의 여성들이 만났다.

"강남역 사건, 개인의 비극을 사회적 연대로 확장"

 지난 9월 5일, <그날 강남역에서 우리는 우연히 살아남았다> 광주 북토크가 개최되었다.
▲ 지난 9월 5일, <그날 강남역에서 우리는 우연히 살아남았다> 광주 북토크가 개최되었다. 페미연대

지난 5일 광주 동명책방 꽃이피다에서 열린 광주 북토크에는 30여 명의 여성·페미니스트들이 참여했다. 이번 행사는 젠더폭력해결페미니스트연대, 광주여성가족재단, 광주여자대학교 페미니즘동아리 파동, 서울여성회가 공동주최하고 서울여성회가 주관했다.

이날 북토크가 열린 광주의 여성폭력 현실은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를 돌아보는 논의와 맞닿아 있었다.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를 앞둔 지난 5월, 광주에서는 여고생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10년 전 강남역에서 발생한 여성살해사건을 기억하고 여성폭력 없는 사회를 이야기하던 시기에 광주에서도 여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북토크에서는 이러한 현실 속에서 여성폭력 해결과 여성인권 증진을 위해 광주에서 꾸준히 활동하고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경험과 고민이 더욱 구체적으로 다뤄졌다.

행사에 앞서 김미경 한국여성학회 학회장(광주대학교 교수), 한윤희 전 광산구의회 의원(전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김미순 동명책방 책방지기의 축사가 이어졌다.


1부에서는 '살아남은 우리가 세상을 바꾼다'를 주제로 박지아 젠더폭력해결페미니스트연대 공동대표(서울여성회 성평등교육센터장)의 발표가 진행됐다.

 지난 9월 5일, <그날 강남역에서 우리는 우연히 살아남았다> 광주 북토크가 개최되었다.
▲ 지난 9월 5일, <그날 강남역에서 우리는 우연히 살아남았다> 광주 북토크가 개최되었다. 페미연대

박지아 공동대표는 현재 여성폭력의 현주소와 강남역 여성살해사건의 의미, 10주기 전국 집중행동을 통해 여성들의 연대를 만들어온 과정을 소개했다. 그는 >그날 강남역에서 우리는 우연히 살아남았다>를 두고 "여성폭력으로 바라본 대한민국의 과거이자 현재이며, 책을 함께 만든 이들과 다시 만들어갈 미래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10주기 추모행동으로 전국을 순회하며 가장 인상 깊었던 경험으로 전국 각지에서 여성들과 페미니스트를 만난 일을 꼽았다. 지역마다 여성폭력에 대응하며 활동해온 경험을 나누고, 처음 만난 여성들이 서로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연결되는 과정에서 전국적 연대의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2부에서는 '세상을 바꿔온 여성들'을 주제로 오미란 광주여성가족재단 대표이사, 박지아 공동대표, 이영 광주여대 페미니즘동아리 파동 부대표, 차다희 서페대연 운영위원이 패널로 참여했다.

 지난 9월 5일, <그날 강남역에서 우리는 우연히 살아남았다> 광주 북토크가 개최되었다.
▲ 지난 9월 5일, <그날 강남역에서 우리는 우연히 살아남았다> 광주 북토크가 개최되었다. 페미연대

오미란 광주여성가족재단 대표이사는 강남역 여성살해사건이 여성혐오가 범죄의 근본 원인이라는 사실을 공론화하고, 한 개인에게 일어난 비극을 사회적 추모와 연대의 문제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광주는 민주·평화·인권의 도시를 표방하고 있지만 여성폭력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도 짚었다. 광주여성가족재단을 비롯한 지역의 여성폭력 지원단체들이 연구와 토론, 교육, 캠페인 등을 이어오고 있다.

또 최근 광주에서 발생한 여고생 살인사건을 비롯해 여성의 안전을 위협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현실에서 제도적 안전망의 한계를 점검하고 지역사회의 지속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성폭력을 개인의 문제나 특정 사건에 대한 대응으로만 다루기보다 지역사회 전체가 지속적으로 예방하고 해결하기 위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광주에서 여성청년으로 살아간다는 것"

 지난 9월 5일, <그날 강남역에서 우리는 우연히 살아남았다> 광주 북토크가 개최되었다.
▲ 지난 9월 5일, <그날 강남역에서 우리는 우연히 살아남았다> 광주 북토크가 개최되었다. 페미연대

이날 패널토크에서 특히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은 광주에서 여성청년으로 살아가는 경험이었다.

이영 광주여대 페미니즘동아리 파동 부대표는 강남역 여성살해사건을 자신의 삶에서 "불안의 시발점"이 된 사건이라고 말했다. 중학생이던 당시 사건을 접하면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자신의 일상이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됐고, 이후 페미니즘을 삶의 중요한 의제로 받아들이게 됐다는 것이다. 그가 이야기한 것은 여성폭력만이 아니었다. 광주에서 여성청년·대학생으로 살아가며 마주하는 주거와 노동, 독립과 지역 정착의 문제였다.

특히 1인 가구 청년 여성에 대한 정책이 단순히 여성을 '보호받아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결혼과 출산을 선택한 청년에게 집중된 지원을 넘어, 비혼·1인 청년 여성도 독립하고 취업하며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영 부대표는 "혼자 살아도 안전하고 결혼하지 않아도 안정적이며 여성 청년으로서 지역에서 나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도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이후 여성의 안전을 이야기하는 방식 역시 달라져야 한다는 문제의식이다. 여성의 삶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에만 머무르지 않고, 여성들이 지역에서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미래를 계획할 수 있는 조건까지 함께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중학생의 분노에서 10년의 연대로

 지난 9월 5일, <그날 강남역에서 우리는 우연히 살아남았다> 광주 북토크가 개최되었다.
▲ 지난 9월 5일, <그날 강남역에서 우리는 우연히 살아남았다> 광주 북토크가 개최되었다. 페미연대

차다희 서페대연 운영위원은 강남역 여성살해사건을 처음 접했던 중학생 시절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당시 여성혐오 범죄라는 사실에 분노하면서 페미니즘을 자신의 삶에서 중요한 의제로 받아들이게 됐다는 그는 이후 강남역 5주기 추모행동에 참여하며 자신과 같은 분노를 가진 여성들이 계속해서 행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7주기부터 10주기까지 추모행동에 참여하며 전국의 페미니스트들과 만난 경험도 나눴다. 특히 올해 10주기에는 전국에서 500여 명의 페미니스트들이 강남역에 모인 모습을 보며, 각 지역에서 이어진 행동이 서로 연결될 때 더 큰 힘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박지아 공동대표 역시 지난 10년의 추모행동을 돌아보며 강남역을 여성들이 모여 사회에 문제를 제기하고 변화를 만들어온 공간으로 설명했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여성폭력이 계속되는 현실에 대한 무기력과 답답함도 있지만, 포기하지 않고 싸워온 여성들이 안전과 평등을 위한 변화를 만들어왔다고 말했다. 특히 앞으로는 개별 사건에 대응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여성들이 지속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러한 사람들의 힘을 모으는 것, 연결, 연대"라고 강조했다.

광주에서 다시 확인한 '지역 여성운동'의 힘

 지난 9월 5일, <그날 강남역에서 우리는 우연히 살아남았다> 광주 북토크가 개최되었다.
▲ 지난 9월 5일, <그날 강남역에서 우리는 우연히 살아남았다> 광주 북토크가 개최되었다. 페미연대

이날 패널들의 이야기는 서로 다른 세대와 위치에서 출발했지만 공통적으로 광주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며 경험해 온 현실과 이를 바꾸기 위한 활동을 보여줬다.

지역 여성폭력 문제에 대응해온 활동가의 경험, 여성청년으로 지역에 정착하고 자신의 삶을 만들어가려는 고민, 그리고 중학생 시절 강남역 사건을 접한 뒤 10년 동안 여성운동에 참여해온 경험이 한 자리에서 만났다.

참가자들은 이어진 한마디 나눔을 통해 여성폭력과 젠더폭력의 구조적 문제, 지역에서 여성들이 겪는 폭력, 노동 영역에서의 여성폭력, 페미니스트 공동체의 역할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번 광주 북토크는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이후 10년의 여성운동을 돌아보는 동시에, 광주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현재의 경험을 통해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이날 광주에서 진행된 북토크는 강릉, 부천, 춘천 등 전국 주요 지역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지난 9월 5일, <그날 강남역에서 우리는 우연히 살아남았다> 광주 북토크가 개최되었다.
▲ 지난 9월 5일, <그날 강남역에서 우리는 우연히 살아남았다> 광주 북토크가 개최되었다. 페미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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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여성회는 서울 여성들의 자기성장, 성평등한 마을 만들기, 폭력과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 활동하는 생활인 여성들의 공동체입니다. 2007년 7월에 창립하여 서울여성문화축제, 서울여성아카데미, 지역아동센터 성교육 및 부모교육, 지속 가능한 생태 지킴이 활동과 식량주권운동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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