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26.09.10 11:00수정 2026.09.1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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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산시 성당면의 가을 들녁
이지현
아직 낮 기온은 높지만 매미 소리가 줄었고, 밤에는 에어컨의 도움 없이 창문을 활짝 열 수 있다. 너무 좋다. 산에서 내려오는 상쾌한 바람과 풀벌레들의 맑고 청아한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가을이 오는 소리. 더위의 고단함이 물러나 단잠을 자고 아침이 밝기도 전에 텃밭으로 나갔다. 송골송골 얼굴에 맺힌 땀방울 위로 시원한 바람이 스쳐 간다. 김장 배추를 심기 위한 작업이 마무리되어 모종을 심었다. 잡초를 제거하고, 퇴비를 뿌린 후 밭고랑을 만들어 심기까지 긴 여정이었다. 이 촉촉하고 부드러운 흙에서 배추 모종은 뿌리를 내리고 수확의 기쁨을 한 아름 선물할 것이다.
농번기가 끝나고 휴식하는 농부처럼 집을 나섰다. 달콤하고 고소한 콩국수에 노동의 고단함을 흘려보내고 무작정 서쪽으로 달렸다. 익산시는 1읍 14면 13동으로 구성된 작은 도시이지만, 북서부에 있는 함라면, 웅포면, 성당면의 경관은 주거지와 상권이 발달한 남부와 제법 다르다. 소박해서 더욱 정겨운 볼거리가 있다.

▲ 텃밭에 호박이 익어가고 있다
이지현

▲ 시골 집 앞마당의 가을
이지현
성당면의 성당 포구에 도착하니 가을이 무르익었다. 황금빛 벼 이삭이 고개를 숙인 채 살랑살랑 출렁이고 있었다. 우리 집 텃밭의 늙은 호박과 앞마당의 석류가 가을이라고 속삭였지만, 성당 포구의 뜻밖의 가을은 설렘이었다. 고개 숙인 벼 이삭은 풍요를 상징하는 단순한 식량이 아니다. 최소한 베이비 붐 세대에게는.
학창시절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던 말이 있다. '잘 익은 벼 이삭은 다소곳이 고개를 숙인다, 쭉정이가 바람에 나부낀다' 농업사회에서 겸손을 가르치는 대표적인 표현이었다. 추억의 벼 이삭을 이렇게 만나다니 참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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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녘의 황금 물결 익산시 성당포구 옆 들녘. ⓒ 이지현
성당 포구는 고려 시대부터 세곡을 관찰하던 성당창이 있던 곳으로, 지금도 마을의 무사 안녕을 기원하는 별신제를 지내고, 조세미 출항식을 하고 있다. 별신제와 함께 발달한 성당 포구 농악은 전라북도 무형 문화재 제7-7호로 지정되었다. 성당 포구 바람개비 언덕에서는 이른 아침 갈대숲 사이 물안개가 아름답고, 저녁에는 금강의 낙조가 아름답다.
마을에서는 금강 체험관을 운영하고 있다. 국궁체험, 농악체험, 한지 공예 체험 등을 할 수 있다. 자연 생태 습지는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바람개비 열차를 이용할 수 있으며 강바람을 따라 금강의 낙조를 함께 즐기면 더욱 좋다. 취사가 가능한 숙박 시설을 연중무휴로 운영하는데, 단체 예약 시 식사도 제공 받을 수 있다.
성당면의 또 다른 볼거리는 폐교 부지에 세워진 세트장이다. 영화 <7번 방의 선물>을 촬영한 익산 교도소 세트장이 이곳에 있다. 인접한 망성면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신부인 김대건 신부가 전도하던 곳으로, 한국 천주교회에서 성지로 지정한 한옥 성당 나바위성당도 있다.
함라면에는 민속문화재로 지정된, 일제 강점기 만석꾼들의 전통가옥인 함라 삼 부잣집이 있는데, 고즈넉한 담벼락 사이를 걸으며 한옥의 정취를 느낄수 있다. 고택 근처에 함라 한옥 체험단지도 있다. 한옥 체험 단지는 안채, 사랑채, 별관채 등 총 11개의 객실을 운영하며 화전 만들기, 친환경 비누 만들기 등의 체험 활동과 가야금, 장구 체험을 할 수 있다. 익산시 통합 예약시스템을 통해 예약할 수 있다.

▲ 성당 포구 바람개비 언덕에서 바라본 생태 습지
이지현
웅포면에는 국립 익산 치유의 숲이 있다. 3.5km의 등산로를 걷거나 자동차를 이용할 수 있는데, 편백 숲길과 자작나무 숲길, 숲속 도서관, 우리나라 최북단의 자생 녹차 밭이 있다. 핸드드립 커피 체험을 할 수 있고 녹차 내음과 함께 물소리, 바람소리를 느낄 수 있다.
웅포면 곰개나루는 지형이 금강물을 마시는 곰의 머리를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금강 물결 위로 비치는 아름다운 석양과 조선시대 곰개나루를 오가던 돛단배의 운치를 재현한 황포 돛단배를 탈 수 있다. 오토 캠핑장도 있다. 내가 도착 했을때는 밴드의 신나는 공연도 있었다.
익산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미륵사지 외에도, 맛 따라 길 따라 한 바퀴, 둘레길을 거닐며 익산의 가을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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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 가을 정취 듬뿍, 무작정 서쪽으로 달린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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