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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슬라는 우리 생각보다 위험하다" 어느 교수의 일갈

    최영석의 <킬 스위치: 도로 위의 테슬라는 어떤 비극을 초래할 것인가>

    등록 2026.09.13 19:41수정 2026.09.13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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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슬라 사이버캡이 3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 오스틴 시내에 전시돼 있다. [AFP=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 테슬라 사이버캡이 3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 오스틴 시내에 전시돼 있다. [AFP=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AFP=연합뉴스.

    "당신이 산 것은 자동차가 아니라 지켜지지 않은 약속이다."

    오늘날 우리는 자율주행이라는 거대한 기술적 환상의 시대에 살고 있다. 도로 위를 달리는 테슬라 차량은 완전자율주행에 가까운 미래가 이미 도래한 듯한 이미지를 만들어내 전 세계 소비자의 지갑을 열고 주가를 끌어올렸다. 그러나 화려한 광고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장담 뒤에는 검증되지 않은 기술의 위험, 은폐된 결함, 그리고 운전자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폐쇄 구조가 도사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자동차위원회 위원장이자 차량 결함 및 사고 분석 전문가인 최영석 한라대 미래모빌리티공학과 객원교수가 집필하고,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이호근 교수 등이 감수한 <킬 스위치: 도로 위의 테슬라는 어떤 비극을 초래할 것인가>는 바로 이 화려한 환상의 이면에 가려진 냉엄한 진실을 파헤친 기록이다.

    2016년 테슬라 본사 엔지니어와 첫 만남부터 미국 법정 기록, KBS 탐사보도, 국정감사 증언까지 철저하게 이 문제를 천착한 저자의 학자적 통찰과 실무 경험은, 기업의 거대한 탐욕에 맞서 시민의 안전과 알 권리를 수호하는 데 일조했다.

    기술의 환상과 현실의 괴리

    테슬라의 성공 신화는 '오토파일럿(Autopilot)'과 '완전자율주행(FSD, Full Self-Driving)'이라는 매혹적인 마케팅 문구 위에 세워졌다. 머스크가 수년간 공언한 운전자 개입 없는 자율주행의 미래는 소비자에게 FSD를 현재로 착각하게 했다. 저자는 이러한 약속이 허구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2021년 캘리포니아 미국 차량등록국 조사 당시 테슬라 오토파일럿 소프트웨어 책임자였던 씨제이 무어의 "일론의 트윗은 엔지니어링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진술이나, 2026년 4월 "HW3(테슬라의 3세대 자율주행 컴퓨팅 하드웨어)는 비감독형 FSD를 달성할 능력이 없다"는 머스크의 고백은 기술적 한계를 알면서도 판매를 강행한 기업의 기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테슬라(Tesla)의 완전자율주행(FSD, Full Self-Driving) 영상 캡처.
    ▲ 테슬라(Tesla)의 완전자율주행(FSD, Full Self-Driving) 영상 캡처. 테슬라

    저자는 2018년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서 발생한 월터 황의 사망 사고, 2020년 서울 한남동의 모델 X 화재 사고, 2025년 플로리다 베나비데스 사건의 3300억 원 배상 평결 등을 세밀하게 엮어낸다. 특히 전통적인 자동차 산업이 사고 조사의 투명성을 위해 마련한 표준화한 사고기록장치(EDR)와 테슬라 차량의 EDR가 다르다는 데 주목한다. 물론 테슬라에도 EDR은 존재한다. 그러나 EDR을 넘어 자율주행 시스템의 판단 과정과 관련된 상세 주행 로그·영상·텔레메트리 등 훨씬 풍부한 사고 관련 정보는 제조사에 집중돼 있다.

    사고 당사자와 외부 분석가가 제조사와 동등한 수준으로 이 데이터를 확보·검증하기 어려운 정보 비대칭은 사고 원인과 책임 규명을 어렵게 만든다.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운전자 책임을 전면에 내세우는 프레임을 강화하는 도구로 악용된다. 미국에서 5년에 걸친 소송 끝에 본안 재판 개시 전에 비공개 합의로 진실이 묻혀버리는 현실 속에서, 저자는 이러한 국내외 규제 절차와 문제 제기에 깊이 관여한 당사자이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부당 광고 조사에 착수하도록 이끈 주역으로서 이 책에서 날카로운 비판의 칼날을 세운다.


    주주와 차주의 괴리, 그리고 사회적 침묵의 대가

    책이 지적하는 또 하나의 씁쓸한 현실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반응 구조에 있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 테슬라는 단순한 자동차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차를 타는 사람보다 주식을 쥔 사람이 먼저 반응하는 구조 속에서, 차주와 투자자는 확증편향과 손실 회피 심리에 사로잡혀 명백한 결함마저 외면하려 드는 경향이 있다.

    미국 내에서 자조 섞인 "이 차는 일론이 미치기 전에 샀습니다"라는 안티 머스크 스티커의 유행 등은 신뢰의 균열이 이미 진행형임을 보여준다. 저자는 침묵이 만드는 치명적 위험이 무고한 보행자와 운전자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며 기술 발전의 역효과라는 이름으로 안전의 부재를 합리화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자동차 산업의 역사에서 기업의 윤리적 해이는 종종 목격된다. 과거 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는 배출가스 조작이라는 거대한 기만으로 그룹 고위 경영진에 대한 기소와 구금, 막대한 벌금과 합의금으로 이어졌다.

    디젤게이트가 배출가스와 공중보건을 둘러싼 기만이었다면, 자율주행 논란은 개별 차량이 실시간으로 인지·판단·조향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직접적인 도로 안전 문제라는 차이를 보인다. 비용 절감을 위해 차량의 결함과 폭발 위험을 방치한 채 출시했던 과거 포드의 핀토 사례는 자본의 논리가 생명의 가치보다 우위에 설 때 어떤 참혹한 결과가 벌어지는지 보여준 전형이다.

    개인적으로는, 테슬라의 오토파일럿과 FSD 마케팅은 이러한 역사 속 부도덕한 경영진의 행태와 겹쳐 보인다. 기술의 한계를 알면서도 주가 부양과 판매 극대화를 위해 불완전한 소프트웨어를 완전자율주행이라는 허울로 포장하여 도로 위에 풀어놓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국경을 넘어선 기만과 왜곡

     <킬 스위치> 표지
    ▲ <킬 스위치> 표지 한국경제신문

    최영석 저자가 <킬 스위치>에서 파헤친 테슬라의 정보 독점과 과장 광고의 행태는 비단 미국과 한국에 국한되지 않고 현재진행형으로 전 세계를 향해 확장되고 있다. 최근 <로이터>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테슬라는 유럽 시장에서 FSD 승인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안전성을 과장한 자체 통계를 네덜란드 도로교통청(RDW)과 스웨덴 등 유럽 규제기관에 제출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머스크와 테슬라 경영진은 FSD가 인간 운전자보다 최대 10배 안전하다고 주장했으나, 독립적인 교통안전 연구자들과 유럽 교통안전위원회(ETSC) 등은 이 통계가 심각하게 왜곡된 부적절한 비교의 산물이라고 비판한다.

    테슬라는 FSD 사용 차량의 사고율을 계산할 때 에어백이 전개된 심각한 사고만 집계한 반면, 비교 대상으로 삼은 미국 전체 차량 사고 통계에는 경미한 접촉 사고까지 포함했다. 나아가 미국 도로를 달리는 평균적인 노후 차량과 최신 충돌 방지 시스템을 갖춘 테슬라 차량을 단순 비교하고, 미국 내 모든 교통수단이 FSD를 장착한 테슬라로 교체된다는 비현실적 전제를 깔아 안전 효과를 천문학적으로 부풀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머스크의 정치적 행보와 극우 정당 우호 태도로 인한 유럽 내 브랜드 이미지 타격, 그리고 급부상하는 중국 전기차 공세 속에서 유럽 시장 판매 회복의 돌파구로 FSD 승인을 노리는 테슬라가, 기술적 검증과 투명한 데이터 공개 대신 허술하고 왜곡된 통계를 무기로 규제 장벽을 넘으려 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상황은 <킬 스위치>가 고발한 기업 탐욕의 본질과 정확히 일치한다. 다만 RDW는 이러한 자체 홍보 통계가 승인 판단의 근거가 아니었으며, 실제 승인은 독립적인 도로시험과 자체 검증을 토대로 이루어졌다고 반박했다.

    자율주행 시대의 올바른 기준 세우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촉발한 배경에는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자동차위원회 최영석 위원장의 철저한 추적과 공익적 고발이 있었다. 저자는 현재 국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FSD 환불 공동소송이 단순한 개별 소비자의 구제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자율주행 시대의 글로벌 기준을 세우는 역사적 전환점이 되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저자가 제시하고 책 전체가 향하는 요구 사항은 자율주행 시대의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한 구체적이고도 명확한 이정표로 보인다. 저자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첫째로, 환불 소송에서의 승소와 정당한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 소비자가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달하는 비용을 지불하고 구매한 FSD 옵션이 광고된 성능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면 원금의 반환은 당연한 출발점이며, 여기에 장기간 자금이 묶여야 했던 시간에 대한 법정 이자와 허위 광고로 인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적절한 위자료가 함께 검토되는 정당한 보상이 보장되어야 한다.

    둘째로, 전 세계 FSD 환불 보상의 기준을 한국에서 먼저 확립해야 한다. 머스크가 HW3에서 레벨 4 수준의 완전자율주행 구현이 어렵다고 인정한 이상, HW3 차량 소유자에 대해서는 FSD 구매 여부와 상관없이 리콜 또는 HW4 등 상응하는 성능의 하드웨어 교체가 검토되어야 한다(머스크가 FSD 구매 HW3 고객에게 HW4 차량 할인 교환 또는 컴퓨터·카메라 업그레이드를 약속한 만큼, 이제 쟁점은 그 조치의 실제 이행과 대상 범위, 그리고 FSD를 구매하지 않은 HW3 소유자까지 어떤 구제가 필요한가로 이동한다).

    나아가 레벨 4 수준의 완전자율주행이 실제로 구현되는 시점까지 'FSD 감독형'이 모든 차량 구매자에게 무상 제공되거나,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차량 구매계약 전체에 대한 환불 문제까지 실질적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셋째로, 한국에서 세워진 이 기준이 전 세계로 퍼져 나가야 한다. 미국 본안 판결보다 한국의 판결이 먼저 내려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번 한국의 사법 절차와 판결은 사실상 세계 최초의 FSD 환불 관련 정식 본안 판결 가운데 하나가 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가 받아야 할 것은 단순한 환불이 아니라 잘못된 광고에 대한 책임, 미구현 기능에 대한 보상, 그리고 자율주행 시대의 올바른 소비자 보호 기준이며, 바로 이 세 가지를 실현하는 것이 테슬라의 탐욕과 자율주행의 허상에 맞서는 가장 확실한 승리가 될 것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ESG비즈니스리뷰에도 실립니다.

    킬 스위치

    최영석 (지은이), 이호근, 조민제 (감수),
    한국경제신문, 2026


    #테슬라 #킬스위치 #FSD #머스크 #오토파일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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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 영화 등 예술을 평론하고, 다음 세상을 사유한다. 다양한 연령대 사람들과 세계문학과 인문학 고전을 함께 읽고 대화한다. 나이 들어 신학을 공부했다. 사회적으로는 지속가능성과 사회책임 의제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ESG연구소장. 아주대 융합ESG학과 특임교수, 영화평론가협회/국제영화비평가연맹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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