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것보다 마셔보는 것이 더 확실하다” 세계 각국에서 온 학회 참가자들이 RSC-004 빗물시설에서 나온 물을 직접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참가자들은 시설과 수질검사 결과를 확인한 뒤 물을 맛보고, 각국의 빗물 이용 경험과 비교하며 장단점을 토론했다.
한무영
세계 각국에서 온 빗물 전문가들은 RSC-004의 시설을 자국의 빗물 이용시설과 비교했다. 어떤 점이 더 단순하고 경제적인지, 각 나라의 기후와 학교 환경에는 어떤 방식이 적합한지, 앞으로 무엇을 보완할 수 있을지를 놓고 자연스럽게 토론이 이어졌다.
문헌이나 논문을 읽는 것만으로는 얻기 어려운 현장 학습이었다. 지붕에 내린 비가 모이고, 탱크에 저장되고, 처리 과정을 거쳐 학생들이 마시는 물이 되는 전체 과정을 한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약품과 복잡한 기계 없이 만든 식수
참가자들이 특히 놀란 것은 복잡한 기계설비나 많은 약품에 의존하지 않고도 음용수 수질기준을 충족하는 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었다. RSC-004의 시설은 자연의 원리를 활용한 단순한 설계를 바탕으로 한다. 깨끗한 지붕에서 빗물을 모으고, 적절하게 저장하고 관리함으로써 안전한 물을 만든다.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와 기술을 활용하기 때문에 설치와 유지관리도 비교적 쉽다.
이러한 자연기반해법은 대규모 정수장이나 긴 상수관로가 미치기 어려운 학교와 농촌 지역에서 특히 의미가 크다. 멀리 있는 물을 가져오는 대신 하늘에서 바로 떨어지는 빗물을 현장에서 받아 짧은 거리 안에서 관리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시설의 주인은 학교다. 학생과 교사들이 수질을 확인하고 시설을 관리하며, 물의 소중함도 함께 배운다. 빗물탱크는 단순히 물을 저장하는 시설을 넘어 교육과 참여의 공간이 된다.
12톤보다 더 크게 자란 학교의 마음
이 학교가 처음 약속받은 빗물탱크는 12톤이었다. 그러나 학교는 스스로 비용을 보태 20톤으로 키웠다. 단순히 탱크의 용량만 커진 것이 아니다. 학생들에게 안전한 물을 제공하려는 학교의 책임감과 빗물에 대한 믿음도 함께 커졌다.
꽃잎을 뿌리며 손님을 맞이한 학생들, 정성스럽게 게시한 수질성적표, 그리고 직접 물을 마시며 토론한 세계의 전문가들. 이날 현장 견학은 빗물 식수화의 가능성을 말로 설명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참가자들은 직접 보고, 검사 결과를 확인하고, 마셔보았다.

▲20톤 빗물시설 앞에 모인 학교와 세계의 전문가들 RSC-004의 빗물 식수화 시설 앞에 교직원과 학생, 국제빗물학회 참가자들이 함께 모였다. 이 학교는 레인스쿨 콘테스트에서 12톤 탱크를 지원받게 됐지만, 자체 비용을 보태 저장용량을 20톤으로 확대했다.
한무영
RSC-004에서 빗물은 더 이상 논문 속의 숫자나 국제회의장의 구호가 아니었다. 학생들이 매일 이용하고 학교가 책임 있게 관리하는 현실의 식수였다. 그리고 그 물 한 잔은 빗물이 세계 여러 지역의 안전한 식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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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명: 빗물박사.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명예교수. 빗물의 중요성을 알리고, 다목적 분산형 빗물관리를 통하여 기후위기를 극복할수 있다는 것을 학문적, 실증적으로 국내외에 전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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