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으로 맞이하고 빗물로 마음을 열었다

[프놈펜에서 만난 비 ⑤] 세계 빗물 전문가들이 RSC-004에서 직접 보고 마신 '식수 빗물'

등록 2026.09.16 17:10수정 2026.09.16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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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4일, 제4차 국제물협회 빗물관리 국제학회 참가자들과 취재진은 캄보디아의 레인스쿨 RSC-004 퐁트윽고등학교(Pong Toeuk High School)를 찾았다. 이 학교는 지난 3월 현장을 방문해 소개한 곳이다. 2025년 11월 열린 레인스쿨 콘테스트에서 3등을 차지해 12톤 규모의 빗물탱크를 지원받게 됐다. 그런데 학교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학교 스스로 비용을 보태 탱크 용량을 20톤으로 늘렸다.

지원받은 만큼만 설치한 것이 아니라 더 많은 학생에게 충분한 물을 공급하기 위해 학교가 직접 나선 것이다. 빗물을 안전한 식수로 활용하겠다는 학교 공동체의 의지가 20톤 탱크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꽃잎을 뿌리며 맞이한 학생들

일행은 예정된 시각보다 조금 늦게 학교에 도착했다. 그럼에도 교장과 교사, 학생들은 모두 자리를 지키며 방문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학생들은 캄보디아 전통의상을 차려입고 춤을 추었다. 손님들이 들어서는 길에는 꽃잎을 뿌리며 세계 각국에서 찾아온 빗물 전문가들을 환영했다. 시설 하나를 보여주기 위한 단순한 현장 견학이 아니라, 학교 공동체가 함께 준비한 축제와도 같았다.

꽃잎으로 맞이한 세계의 빗물 전문가들 9월 4일 캄보디아 RSC-004 퐁트윽고등학교 학생들이 전통의상을 입고 춤을 추며 국제 빗물학회 참가자들을 환영하고 있다. 학생들 뒤로 학교가 자체 비용을 보태 12톤에서 20톤으로 확대한 빗물 식수화 시설이 보인다.
▲꽃잎으로 맞이한 세계의 빗물 전문가들 9월 4일 캄보디아 RSC-004 퐁트윽고등학교 학생들이 전통의상을 입고 춤을 추며 국제 빗물학회 참가자들을 환영하고 있다. 학생들 뒤로 학교가 자체 비용을 보태 12톤에서 20톤으로 확대한 빗물 식수화 시설이 보인다. 한무영

환영 공연이 끝난 뒤 학교장은 빗물시설을 설치하게 된 과정과 학교가 자체적으로 비용을 더해 탱크 용량을 늘린 이유를 설명했다. 학생과 교사들이 시설을 어떻게 이용하고 관리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시설에는 공인시험기관이 발급한 빗물 수질검사 성적표가 액자에 담겨 게시돼 있었다. 성적표에는 검사 대상이 '음용을 위한 빗물'(Rainwater for Drinking)이라고 분명하게 적혀 있었다. 학교는 빗물이 안전하다고 말로만 설명하지 않았다. 학생과 학부모, 방문객 누구나 수질검사 결과를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공개했다. 시설에 대한 학교의 자신감과 함께, 안전한 식수에 대한 책임감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누구나 확인할 수 있도록 공개한 빗물 수질성적표 RSC-004 빗물 시설에 게시된 공인 수질검사 성적표. 검사 대상은 ‘Rainwater for Drinking’으로 표시돼 있다. 학교는 검사 결과를 공개해 학생과 학부모, 방문객들이 빗물의 수질을 직접 확인하도록 했다.
▲누구나 확인할 수 있도록 공개한 빗물 수질성적표 RSC-004 빗물 시설에 게시된 공인 수질검사 성적표. 검사 대상은 ‘Rainwater for Drinking’으로 표시돼 있다. 학교는 검사 결과를 공개해 학생과 학부모, 방문객들이 빗물의 수질을 직접 확인하도록 했다. 한무영

보고, 확인하고, 직접 마시다


시설 설명이 끝난 뒤 참가자들은 빗물시설에서 나온 물을 직접 받아 마셨다. 탱크와 처리 과정을 눈으로 살펴보고, 수질성적표를 확인한 다음 마지막으로 물맛까지 본 것이다. "Seeing is believing." 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

그러나 이날 현장에서는 이 말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표현이 어울렸다. "Seeing is believing, but tasting is even more convincing." 보는 것도 믿는 것이지만, 직접 마셔보는 것은 더욱 확실한 믿음이다. 참가자들은 물을 한 모금씩 마신 뒤 저마다 소감을 말했다. 사진과 발표자료로만 접했던 빗물 식수화 시설을 직접 보고, 그곳에서 나온 물을 마셔본 경험은 특별했다.
“보는 것보다 마셔보는 것이 더 확실하다” 세계 각국에서 온 학회 참가자들이 RSC-004 빗물시설에서 나온 물을 직접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참가자들은 시설과 수질검사 결과를 확인한 뒤 물을 맛보고, 각국의 빗물 이용 경험과 비교하며 장단점을 토론했다.
▲“보는 것보다 마셔보는 것이 더 확실하다” 세계 각국에서 온 학회 참가자들이 RSC-004 빗물시설에서 나온 물을 직접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참가자들은 시설과 수질검사 결과를 확인한 뒤 물을 맛보고, 각국의 빗물 이용 경험과 비교하며 장단점을 토론했다. 한무영

세계 각국에서 온 빗물 전문가들은 RSC-004의 시설을 자국의 빗물 이용시설과 비교했다. 어떤 점이 더 단순하고 경제적인지, 각 나라의 기후와 학교 환경에는 어떤 방식이 적합한지, 앞으로 무엇을 보완할 수 있을지를 놓고 자연스럽게 토론이 이어졌다.


문헌이나 논문을 읽는 것만으로는 얻기 어려운 현장 학습이었다. 지붕에 내린 비가 모이고, 탱크에 저장되고, 처리 과정을 거쳐 학생들이 마시는 물이 되는 전체 과정을 한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약품과 복잡한 기계 없이 만든 식수

참가자들이 특히 놀란 것은 복잡한 기계설비나 많은 약품에 의존하지 않고도 음용수 수질기준을 충족하는 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었다. RSC-004의 시설은 자연의 원리를 활용한 단순한 설계를 바탕으로 한다. 깨끗한 지붕에서 빗물을 모으고, 적절하게 저장하고 관리함으로써 안전한 물을 만든다.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와 기술을 활용하기 때문에 설치와 유지관리도 비교적 쉽다.

이러한 자연기반해법은 대규모 정수장이나 긴 상수관로가 미치기 어려운 학교와 농촌 지역에서 특히 의미가 크다. 멀리 있는 물을 가져오는 대신 하늘에서 바로 떨어지는 빗물을 현장에서 받아 짧은 거리 안에서 관리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시설의 주인은 학교다. 학생과 교사들이 수질을 확인하고 시설을 관리하며, 물의 소중함도 함께 배운다. 빗물탱크는 단순히 물을 저장하는 시설을 넘어 교육과 참여의 공간이 된다.

12톤보다 더 크게 자란 학교의 마음

이 학교가 처음 약속받은 빗물탱크는 12톤이었다. 그러나 학교는 스스로 비용을 보태 20톤으로 키웠다. 단순히 탱크의 용량만 커진 것이 아니다. 학생들에게 안전한 물을 제공하려는 학교의 책임감과 빗물에 대한 믿음도 함께 커졌다.

꽃잎을 뿌리며 손님을 맞이한 학생들, 정성스럽게 게시한 수질성적표, 그리고 직접 물을 마시며 토론한 세계의 전문가들. 이날 현장 견학은 빗물 식수화의 가능성을 말로 설명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참가자들은 직접 보고, 검사 결과를 확인하고, 마셔보았다.
20톤 빗물시설 앞에 모인 학교와 세계의 전문가들 RSC-004의 빗물 식수화 시설 앞에 교직원과 학생, 국제빗물학회 참가자들이 함께 모였다. 이 학교는 레인스쿨 콘테스트에서 12톤 탱크를 지원받게 됐지만, 자체 비용을 보태 저장용량을 20톤으로 확대했다.
▲20톤 빗물시설 앞에 모인 학교와 세계의 전문가들 RSC-004의 빗물 식수화 시설 앞에 교직원과 학생, 국제빗물학회 참가자들이 함께 모였다. 이 학교는 레인스쿨 콘테스트에서 12톤 탱크를 지원받게 됐지만, 자체 비용을 보태 저장용량을 20톤으로 확대했다. 한무영

RSC-004에서 빗물은 더 이상 논문 속의 숫자나 국제회의장의 구호가 아니었다. 학생들이 매일 이용하고 학교가 책임 있게 관리하는 현실의 식수였다. 그리고 그 물 한 잔은 빗물이 세계 여러 지역의 안전한 식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2026년 9월 1일부터 6일까지 캄보디아에서 열린 제4차 국제물협회 빗물관리 국제학회 현장을 기록한 ‘프놈펜에서 만난 비’ 연재의 다섯 번째 기사다. RSC-004 빗물 식수화 시설은 한국-메콩 협력기금(MKCF)의 지원으로 추진된 캄보디아 레인스쿨 사업의 하나다.

이 학교에는 원래 12톤 규모의 빗물탱크가 배정됐다. 그러나 학교와 지역 교육당국, 학부모들이 뜻을 모으고 스스로 비용을 보태 20톤 규모로 확대했다. 외부의 지원을 수동적으로 받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들에게 필요한 시설을 함께 만들어낸 것이다. 이러한 주인의식이야말로 레인스쿨의 지속가능성을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증거다. 자신들의 뜻과 비용으로 만든 시설인 만큼 앞으로도 책임감을 가지고 잘 운영할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레인스쿨의 진정한 성과는 탱크의 크기만이 아니라, 이를 ‘우리의 물시설’로 받아들이는 학교와 지역사회의 마음에 있다.
#캄보디아 #레인스쿨 #수질성적표 #음용수수질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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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명: 빗물박사.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명예교수. 빗물의 중요성을 알리고, 다목적 분산형 빗물관리를 통하여 기후위기를 극복할수 있다는 것을 학문적, 실증적으로 국내외에 전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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