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교육지도사와 학생 ai 이미지
전국교육공무직본부
특수교육지도사(지역마다 명칭이 다양하다 -기자 주)는 특수교육대상 학생의 교육참여, 급식, 신변처리에 의사소통까지 교육활동 전반을 밀착 지원하는 특수교육 "지원인력"이다. 이들을 "보조인력"이라고 한 과거의 역할 규정은 법에서 사라졌다.
그러나 특수교육 현장의 업무 관계를 규정하는 교육부 시행규칙은 여전히 특수교육지도사를 "교사의 지시에 따라", "보조 역할"을 한다고 서열화하고 있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 특수교육지도사들은 해당 문구가 단지 표현의 문제가 아니라, 교사와 지원인력 사이의 수직적 위계를 조장하고 업무 범위까지 불분명하게 만드는 제도적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10일 특수교육지도사 업무실태 설문 결과를 공개하고,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에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시행규칙」 제5조 개정을 비롯한 제도개선을 요구했다.
노조는 법 개정 취지에 따라 교육부 시행규칙의 '지시와 보조'라는 서열 규정을 '협력과 지원' 관계로 개선하고, 특수교육지도사의 업무 범위와 적정 인력배치·1인당 노동강도 기준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논란의 핵심은 교육부가 만든 시행규칙 제5조다. 현행 규칙은 특수교육 지원인력이 "교사의 지시에 따라 교수학습 활동, 신변처리, 급식, 교내외 활동, 등하교 등 특수교육대상자의 교육 및 학교 활동에 대하여 보조 역할을 담당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노조는 "지시에 따라", "보조 역할"을 한다는 규정이 특수교육 현장의 일방적 위계와 갈등을 조장한다고 밝혔다.
현행 특수교육법은 2021년 12월 개정을 통해 기존의 "보조인력"이라는 명칭을 "지원인력"으로 변경했다. '보조인력'이라는 표현이 학교 현장에서 해당 인력에 대한 처우나 인식을 낮출 우려가 있다는 것이 당시 개정 취지였다. 그러나 2022년 시행규칙 개정에서는 "보조인력"이라는 같은 문구만 "지원인력"으로 바뀌었을 뿐, "교사의 지시에 따라", "보조 역할"을 한다는 지원인력에 대한 세부규정은 그대로 남겨 개정하지 않았다. 교육공무직본부는 이를 두고 "법률에서는 지원인력으로 바꾸면서 그 취지를 처우와 인식 개선에 두었지만, 정작 구체적인 업무관계를 정하는 시행규칙에는 지시·보조의 관계가 유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1,945명 조사…"교사가 우월한 위치라고 느낀 적 있다" 90.1%
노조는 시행규칙의 문제를 확인해주는 근거로서 전국 특수교육지도사 1,94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교사와 업무관계에서 교사가 지도사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다고 느낀 경험이 '가끔 있다' 이상이라는 응답은 90.1%였다. 이 가운데 '자주 있다' 27.2%, '매우 자주 있다' 39.9%로, 반복적으로 위계를 느꼈다는 응답만 67.1%에 달했다.
구체적인 경험을 복수응답으로 물은 결과에서는 '업무와 관련해 일방적인 지시를 받은 경험'이 59.1%로 가장 많았다. '교사의 지시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거부하기 어려웠다'는 응답이 48.1%, '업무상 의견이나 판단을 무시당했다'는 응답은 43.7%였다. 학생 교육·지원과 관련한 책임을 일방적으로 지시받았다는 응답도 32.8%, 업무 범위를 넘어서는 일을 지시받았다는 응답은 27.7%였다.
특히 설문은 현행 시행규칙의 표현과 현장의 수직관계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고 인식하는 응답이 많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수교육지도사의 업무가 '교사의 지시에 따라 보조하는 역할'로 인식되면서 일방적인 지시나 수직적인 관계를 경험한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82.2%가 '가끔 있다' 이상이라고 답했다. 또 '교사의 지시가 학생 교육·지원에 필요한 업무인지, 지도사의 업무 범위를 넘어선 업무인지 판단하기 어려웠던 경험'도 70.5%가 있다고 응답했다.
노조가 특히 주목한 것은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운 구조다. '교사의 지시가 부당하다고 생각했지만 지시를 따라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에 거부하거나 문제를 제기하지 못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75.7%였다.

▲설문결과 중 교사의 우월적 위치에 대한 체감 조사 문항 결과
교육공무직본부

▲설문결과 특수교육 현장의 수직적 위계관계에 대한 경험 설문조사 결과
교육공무직본부
"업무 범위가 모호하니, 거절도 어렵다"… 절반이 방어 무력화 호소
왜 문제를 제기하지 못했는지를 묻는 문항에서는 '특수교육지도사의 권한과 업무 범위가 명확하지 않아서'라는 답변이 50.2%로 가장 높았다. 이어 '문제를 제기하면 학교생활이 더 어려워질 것 같아서'가 47.6%, '교사가 사실상 업무상 상급자처럼 느껴졌기 때문에'가 47.6%, '학교가 교사의 편을 들 것이라고 생각해서'가 45.7%였다. '관리자에게 이야기해도 해결되지 않을 것 같다'는 응답도 40.3%였다.
학교 안의 고충처리 체계에 대한 신뢰 역시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와의 갈등이나 부당한 대우와 관련해 관리자에게 문제를 제기하거나 상담한 경험이 없다는 응답이 56.2%였다. 문제 제기를 고민했지만 하지 않았거나 시도하다 중단한 경우까지 포함하면 76.2%가 실질적인 문제 제기에 이르지 못했다. 문제를 제기했을 때 학교나 관리자가 '적극적으로 해결하려 했다'는 응답은 전체 응답자의 2.1%였다. 반면 '형식적으로 대응했다'는 응답은 16.5%, '교사와 지도사의 개인적인 갈등으로 취급했다'는 응답은 7.9%였다. 불이익이나 관계 악화를 경험했다는 응답도 5.6%였다.
위계 문제, 노동권 문제만이 아니다…30.8% "학생 지원에 집중하기 어려워져"
노조는 문제를 특수교육지도사의 노동조건이나 처우만의 문제로 보지 않고 있다. 학교 안의 위계적인 업무 관계가 특수교육의 질에도 영향을 준다는 것인데, 설문에서도 관련 징후가 나타났다. 교사와의 위계적 관계나 부당한 대우가 업무에 미친 영향을 복수응답으로 묻자 '교사와의 소통을 회피하게 됐다'는 답변이 58.8%로 가장 많았고, '업무에 대한 의욕 감소'가 52.9%, '신체적 피로와 소진 증가' 49.0%, '심각한 정신적 부담'도 47.9%로 나타났다. 특히 응답자의 30.8%는 이 같은 관계 때문에 '학생 지원 업무에 집중하기 어려워졌다'고 답했다.
즉, 특수교육 현장은 장애학생의 교육뿐 아니라 이동, 신변처리, 급식, 교내외 활동 등 일상적인 학교생활 전반에서 교원과 지원인력의 긴밀한 협업이 필요한 공간이다. 그런 점에서 교사와 특수교육지도사 사이의 불필요한 위계나 갈등은 특정 직종 사이의 노사 문제에 그치지 않고 장애학생 지원의 연속성과 안정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노조의 판단이다.

▲설문결과 특수교육 현장의 의계적 관계가 특수교육지도사의 업무에 미치는 영향 조사결과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노조가 요구한 시행규칙 개정안: '지시→협력', '보조→지원'
교육공무직본부가 제안하는 시행규칙 개정 방향은 단순하다. 현재의 "지원인력은 교사의 지시에 따라 … 보조 역할을 담당한다"는 규정을 "지원인력은 교사와 협력하여 … 지원 역할을 담당한다"로 바꾸자는 것이다. 노조는 여기에 업무범위를 보다 분명하게 하는 조항도 신설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수업 계획·평가와 관련 공문서 처리 등 교원의 고유업무, 특수교육대상자의 교육 및 학교활동 지원과 직접 관계가 없는 업무는 지원인력의 역할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원칙을 시행규칙에 명시하자는 주장이다.
이 요구에는 특수교육지도사의 모든 업무를 교원과 동일하게 만들자는 의미보다는, 서로 다른 직무와 책임을 전제로 하면서 업무관계를 '지시·복종'이 아닌 '역할분담·협력' 구조로 명확히 하자는 취지가 담겨 있다. 노조는 그 근거 가운데 하나로 특수교육법 제22조의 개별화교육지원팀 조항을 사례로 들고 있다. 해당 조항은 특수교육교원(교사)와 특수교육 관련서비스 담당 인력(특수교육지도사 포함) 등이 참여하는 개별화교육지원팀을 두도록 하고, 특수교육교원이 관련 업무를 '지원하고 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교사와 특수교육지도사의 관계를 '지시-복종'이 아닌 '협력'과 '지원'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노조의 설명이다.
좋은 사람 만나길 기대하는 특수교육이 아닌 좋은 제도의 뒷받침 필요
노조는 시행규칙 개정 요구가 특수교육 정책의 최근 방향과도 부합한다고 보고 있다. 현재 교육부와 교육청들은 법에 따라 의무적으로 마련해야 하는 '제7차 특수교육발전 5개년 계획'을 논의하며 토론안을 제시했는데, 여기서도 특수교육 인력 간 '협력 역량을 체계적으로 강화'하고 '지속 가능한 협력문화 정착'을 원칙적 방향으로 제시하고 있다.
교육공무직본부는 "특수교육에 필요한 것은 개인의 선의가 아니라 명확한 제도적 기준"이라며 "좋은 사람을 만나길 기대하는 특수교육이 아니라 좋은 제도가 뒷받침하는 특수교육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교육부에는 시행규칙 제5조 개정을, 시·도교육청에는 업무범위와 적정 인력배치·노동강도 기준 마련, 각종 업무지침 개선, 부당한 업무지시 예방 및 고충처리 체계 구축 등을 요구했다. 이 같은 내용을 제7차 특수교육발전 5개년 계획에도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교육공무직본부와 교육부는 오는 9월 22일 이 사안과 관련한 면담을 가질 예정이다. 만일 교육부가 노조의 요구를 외면한다면 향후 집단행동도 검토할 것이라고 교육공무직본부는 밝혔다. 특수교육지도사 등 전국의 특수교육 지원인력은 2025년 현재 10,847명이다.

▲특수교육지도사 기자회견 모습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경기지부가 9월 10일 경기도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지시와 보조가 아닌 소통과 협력 관계로 개정하라"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2
노동조합 안의 낮은 목소리, 조력자. 자유로운 공동체를 생각하는 사람. 금지가 없는 사유의 항해. 소속되지 않으려는 집단주의자. 부의 근본은 노동이며, 인류의 시작도 노동하는 손에서 시작됐다는 믿음. 그러나 신념을 회의하는 사람.
공유하기
특수교육지도사 10명 중 8명 "일방적 수직관계" 경험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