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동산 포스터 9월 16일부터 26일까지 파크에비뉴아모리에서 한국의 전도연, 박해수 배우 주연의 <벚꽃 동산> 연극이 공연된다. 영어 자막도 제공된다.
장소영
지난 7월, 맨해튼 어퍼이스트사이드에 위치한 파크 에비뉴 아모리(Park Avenue Armory)에 들렀다. 7월에는 작곡가 출신의 설치예술가 부르시에-무주노(Céleste Boursier-Mougenot)의 <CLINAMEN(클리나멘)>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딸과 함께 미리 예매해 둔 티켓을 수령하려고 줄을 서있는데, <CLINAMEN(클리나멘)> 포스터 옆에 연극 <벚꽃 동산> 홍보 포스터가 보였다. 오는 9월 16일부터 26일까지 배우 전도연, 박해수 주연의 연극 <벚꽃 동산>을 파크 에비뉴 아모리에서 공연한다는 것이다.
반가운 마음에 포스터를 들여다보고 있는데, 나이 지긋하신 멋쟁이 할머니가 질문이 있다며 말을 걸어 왔다. 한국계 연기자들의 영어 공연인지, 한국에서 건너온 배우들이 한국어로 하는 공연인지 물었다.
"한국에서 오는 한국 배우들의 공연이지만, 영어 자막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씀드린 후 "칸 영화제 아시냐, 주연 여배우가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고 말했더니 할머니가 관심을 보였다. 남자 배우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주연이었다고 말했는데, 내가 서툴게 설명하는 바람에 주변에 있던 몇 분의 젊은 관람객이 우리를 돌아보았다. 할머니는 <오징어 게임>을 몰랐다. 그중 한 관람객도 "영어 공연이냐"라며 할머니와 같은 질문을 했다. 포스터에 주연 배우들의 얼굴이 드러나지 않아 조금 아쉬운 순간이었다.
그런데 잠시 생각해 보니, 뉴욕 사람들이 포스터에 적힌 한글을 알아보고 한국 공연에 관심을 가진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웠다.
푸드 코트에서 '닭'을 읽고, 메이저리그 경기장에서 김밥을 먹으며, 브로드웨이에서 한국 뮤지컬<어쩌다 해피엔딩>)과 한국의 뮤지컬 배우(<시카고>에 출연 중인 가수 아이비)의 공연을 보는 뉴요커가 이젠 더 이상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글로벌 화장품 체인인 세포라(SEPHORA)의 미국 내 580개 매장에 한국의 올리브영 코너가 생기고, 화장품 브랜드 '독도', '조선미녀'쯤은 쉽게 읽는 고객을 매대 앞에서 보게 된다. 온라인에서는 한국 제품의 진품과 짝퉁을 구별하는 법을 소개하는 쇼츠도 눈에 많이 띈다.
미국에서 한국말로 떠들 때 조심해야겠다는 우스갯소리를 종종 한다. 한국말을 알아듣는 사람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뜻이다. 물론 뉴욕 밖을 나서면 아직 한국에 대해 낯설어하는 동네도 있지만, 확실히 한국 음식이나 문화의 힘이 전과는 달라졌음을 체감한다.
다민족 사회 미국에서도 특정 민족의 문화가 여러 부문에 걸쳐 사회 전반적으로 받아들여지기는 매우 어렵다. 미국 내 중국계·인도계 인구가 각각 400만 명이 넘는데 비해 한국계는 절반인 200만 명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미국 내 한국 문화의 영향력이 커지는 현상은 분명 놀라운 일이다.
앞으로 K문화가 또 어떤 산업과 트렌드를 주도하게 될까. 맨해튼으로 외출할 때마다 얻는 즐거운 경험들이 K문화의 다음을 더 기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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