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전은 사라지고 신상만 남아

[튀르키예 역사와 문화유산 이야기 16] 에페스 고고학박물관

등록 2026.09.11 10:50수정 2026.09.11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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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2일부터 31일까지 튀르키예를 여행했다. 목적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답사다. 이번 여행기를 통해 튀르키예의 역사와 문화유산을 살펴보려고 한다.[기자말]
고대 그리스․로마시대 유물 살펴보기

 아우구스트 황제와 그의 부인 리비아 황후
▲ 아우구스트 황제와 그의 부인 리비아 황후 이상기

에페스 고고학박물관은 8500년 에페수스의 역사를 보여주는 박물관이다. 에페수스 유적지에서 나온 유물, 아르테미스 신전이 불탄 후 남아 있던 유물, 성 요한 교회 등 기독교 유적에서 나온 유물이 이곳에 전시되고 있다. 그중 가장 많은 것이 그리스․로마시대 만들어진 대리석상이다. 가장 중요한 것이 아르테미스 여신상이다. 유리기와 동전 같은 로마시대 유물도 가치 있다.


박물관은 9개 공간으로 나눠져 있다. 제1~5전시실이 에페수스 유적지와 관련이 있다. 로마시대 전사와 황제, 그리스․로마 신화 속 인물상이 인상적이다. 제6전시실이 고대 키벨레(Cybele) 신앙과 관련이 있고, 제7~8전시실이 아르테미스 신전과 관련이 있다. 제9전시실이 로마시대 황제 전시실로 황제와 황후 두상과 흉상이 전시되어 있다. 아우구스투스, 코모두스의 모습은 친근한데, 아우구스투스의 부인 리비아와 불행했던 황후 율리아 파울라의 모습은 처음 본다. 팔뚝이 굵은 도미티아누스 황제상도 인상적이다.

 휴식하는 전사상
▲ 휴식하는 전사상 이상기

에페스 박물관은 현대식 건물이다. 건물 밖 정원에도 로마시대 석관과 항아리가 놓여 있다. 건물 안 현관에서도 대리석을 볼 수 있다. 그만큼 유물이 많고 흔하다는 얘기다. 제1전시실은 에페수스 유적지 분수에서 나온 유물이다. 그래선지 분수대의 기둥과 조각상이 분리된 채 따로따로 전시되고 있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제우스와 비너스다. 제우스는 신들의 제왕이고, 비너스는 신화상 최고의 미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서 처음 보는 것으로 휴식하는 전사상이 있다. 건물 박공에 조각되어 있던 것이라는데, 거의 완전한 형태로 전시되고 있다. 전사는 왼손에 칼을 든 채 등을 벽에 기대고 있다. 오른손은 오른발 무릎 위에 올리고 편안한 얼굴로 앞을 바라보고 있다. 옷을 하나도 입지 않은 완전한 누드다. 이곳에는 또한 아우구스투스 신전에 있던 폴리페무스 군상도 있다고 한다.

 트라야누스 분수대 조각상
▲ 트라야누스 분수대 조각상 이상기

트라야누스(Trajanus) 분수대에서 나온 유물이 또한 인상적이다. 2세기 초 작품이라고 한다. 분수와 수조로 생각되는 공간을 만들고 그 주변에 조각상을 배치했다. 신화상의 인물들과 남녀 사제가 보인다. 미남처럼 잘생긴 인물은 디오니소스로 보인다. 등을 기대고 누운 자세를 취한 인물은 사티로스다. 에페수스를 건설한 안드로클로스 조각상도 있다. 이곳의 조각은 대개 기원후 2세기 작품이다. 그렇지만 기원전 5세기 그리스 작품의 모방이라고 한다.

조개를 타고 나온 여인 비너스는 반쯤 누드로 표현되어 있다. 전체적으로 이곳의 조각상은 여인의 육체가 옷주름으로 가려져 있거나 드러나 있어 상당히 정교하고 관능적으로 느껴진다. 절정기 로마시대 문화와 예술작품임을 알 수 있다. 바수스(Bassus) 분수대 조각들도 이곳에 있다. 포세이돈의 아들 트리톤과 님프도 있다고 하는데 잘 모르겠다. 전사로 보이는 조각도 있다.


황제와 철학자 그리고 신화 속 인물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황제: 왼똑 위), 메난드로스(작가: 왼쪽 아래), 소크라테스(철학자: 오른쪽)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황제: 왼똑 위), 메난드로스(작가: 왼쪽 아래), 소크라테스(철학자: 오른쪽) 이상기

제2~4전시실에는 테라스 하우스에서 나온 유물을 중심으로 에페수스의 역사적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현장에서 대형 모자이크화를 봤다면, 이곳에는 벽과 공간을 장식한 대리석 인물상과 청동 제품 그리고 벽감이 전시되어 있다. 먼저 눈에 띄는 인물이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와 철학자 소크라테스다. 이들 조각상에서는 그들이 겪는 고독과 고뇌가 표현되어 있다. 그 외 메난드로스, 남녀 사제, 제우스 신상도 대단한 조각이다.


메난드로스는 그리스 희극 작가로 108편이나 되는 작품을 썼지만, 현재는 <심술쟁이 노인(Dyskolos)> 한편만 남아 있다고 한다. 루비콘강을 건너며 카이사르가 한 '주사위가 던져졌다'는 말이 메난드로스의 연극 <아레포로스(Arrhephoros)>에 나온다고 한다. 또 성기를 비정상적으로 크게 표현한 프리아포스(Priapus) 조각상은 예술성보다는 토속성을 보여준다. 풍요의 상징으로 이곳에 있었던 것 같다.

 돌고래를 타는 에로스
▲ 돌고래를 타는 에로스 이상기

청동으로 된 제품으로는 뱀과 에로스가 눈에 띈다. 또아리를 튼 뱀의 머리가 없어 아쉽지만, 집을 지키는 상징적인 개념으로 제작되었을 것으로 본다. 에로스는 돌고래를 타고 신나게 여행하는 모습이다. 분수장식으로 사용되었을 것이다. 대리석으로 만든 에로스상도 두 점 정도 더 보인다. 유리기도 주목할 만하다. 청색을 띤 타원형 유리 쟁반은 기원후 1세기 작품으로 초창기 유리기에 속한다. 쟁반 양쪽에 손잡이 장식이 있다.

이곳의 로만글라스는 상당히 고급인데, 그것은 에페수스가 부유한 도시였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두께 색깔 투명도 등에서 로마시대 최상급의 작품들이다. 도기 제품은 기원전 6세기에서 2세기까지 그리스시대 작품으로, 와인병으로 사용되었을 것이다. 알라딘의 마술 램프의 원형으로 보이는 토기 오일 램프도 보인다. 이들이 동굴에서 대량 발굴되었는데, 그 때문에 생활용이기보다는 판매용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로만글라스와 장신구
▲ 로만글라스와 장신구 이상기

상아로 만든 벽감은 로마 군대를 이끌고 동방의 적과 싸워 승리하는 트라야누스 황제의 전투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이곳에 전시된 주화에는 아르테미스, 사슴, 꿀벌 등이 새겨져 있다, 아르테미스는 에페수스의 수호신이고, 사슴은 아르테미스가 타고 다니는 동물이다. 꿀벌 역시 에페수스를 상징하는 곤충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금동 장식품도 보인다. 반지 귀고리 등인데 상대적으로 고급 제품은 아니다.

두 점의 아르테미스 여신상

 가상현실로 재현한 아르테미스 신전
▲ 가상현실로 재현한 아르테미스 신전 이상기

제7~8전시실에는 아르테미스 신전에서 발견 또는 발굴된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그중 백미는 두 점의 아르테미스 여신상이다. 동쪽에 있는 아르테미스는 1956년 발굴되어 아름다운 아르테미스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아르테미스가 발굴되었는데, 그 크기가 2.92m에 달해 거대한 아르테미스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다. 그러나 이들은 신화 상의 아르테미스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오히려 아나톨리아 지방에서 숭상하던 풍요와 다산의 여신인 키벨레와 유사한 점이 많다.

기원후 1세기 후반 만들어진 거대한 아르테미스상은 3단의 왕관을 쓰고 있다. 상단에 신전, 중단에 사자 몸뚱이에 독수리 날개를 단 그리핀, 하단에 사자 몸뚱이에 사람 머리를 한 스핑크스가 조각되었다. 균형 잡힌 얼굴과 귀고리와 화려한 목걸이를 볼 수 있다. 목뒤와 양어깨 위에도 동물상이 있고, 가슴 부위에는 꽃과 열매가 주렁주렁 걸렸다. 가슴 아랫부분에는 다산과 번식의 상징인 유방이나 고환으로 보이는 돌기가 4줄로 배열되어 있다.

 거대한 아르테미스 여신상
▲ 거대한 아르테미스 여신상 이상기

손상된 양쪽 팔 위에는 사자가 두 마리가 서 있다. 허리에 찬 띠에는 장미꽃과 꿀벌이 번갈아 새겨져 있다. 허리띠 아래는 치마로 싸여 있고, 직사각형으로 구획해 그 안에 세 마리씩 동물을 새겨넣었다. 사자, 황소, 사슴, 숫양, 그리핀, 꿀벌이라고 한다. 사람 몸에 날개를 탄 천사상과 장미꽃도 보인다. 이를 통해 우리는 동양적인 요소와 서양적인 요소가 에페수스에서 만나 융합되었음을 알 수 있다.

크기가 1.74m인 아름다운 아르테미스상은 거대한 아르테미스상보다 50년쯤 후인 2세기 초반에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한다. 머리 위 장식은 없어졌지만, 전체적으로 거대한 아르테미스상보다 아름답고 조각이 완벽한 상태다. 다른 점은 목걸이 아래 가슴 부분에 황도 12궁 별자리 조각이 있다. 팔 위 어깨에는 양쪽으로 두 마리씩 네 마리 사자가 서 있다.

 아름다운 아르테미스 여신상
▲ 아름다운 아르테미스 여신상 이상기

손가락 일부만 떨어져 나갔고, 발의 모습은 완전하게 남아 있다. 손에 비해 발이 상대적으로 작게 표현되었다. 치마의 조각에는 직사각형 구획이 없이 동물상을 조각해 넣었다. 조각의 정교함에선 거대한 아르테미스상에 뒤진다. 그렇지만 받침대가 대리석상과 일체형으로 잘 남아 있어 보존 상태는 훨씬 더 좋은 편이다. 여신의 양옆에는 한 쌍의 사슴이 호위하고 있다. 아르테미스 여신상은 에페스 고고학박물관의 상징 유물이다.
#에페스박물관 #에페스고고학박물관 #아르테미스여신상 #에페수스유적지 #로마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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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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