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 8월 3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비엔날레 미디어시티서울 '네리리 키르르 하라라' 전시간담회에서 김홍희 관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홍희. 현재 백남준문화재단 3대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미술사학자입니다. 그가 '2026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지원상' 개인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고 합니다. 한국 미술계의 페미니즘 지형도를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는 김 이사장은 그러나 '여성성'만을 강조하지 않습니다.
"'여성'을 넘어 실력을 키우는 게 중요해요. 싸우는 힘보다 끈질기게 버티는 힘을 키워야 하고요." (9월 9일, 여성신문 인터뷰)
그러면서 강조하는 것이 백남준의 '강한 이빨론'입니다. 1993년 휘트니비엔날레 서울전을 한국에 들여오며 백남준이 쓴 비유죠. "외국 문물이나 주변의 여러 역량을 잘 씹어서 소화시킬 수 있는 강한 이빨을 가져야 해요. 한때 반짝하다 사라지는 사람들 보면 그런 '뒷배'가 약해요"(여성신문 인터뷰)라는 것이 그의 진단입니다. 실제 그는 '강한 이빨'로 남성 중심의 한국 미술계에 균열을 내왔습니다.
1999년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99 여성미술제-팥쥐들의 행진>이 대표적입니다. 김 이사장은 당시 기획위원장을 맡았는데요. 5명의 여성 큐레이터가 함께한 전시는 전래동화에서 욕먹는 여성인 팥쥐를 전면에 세웠습니다. 동시에 한국 여성미술의 역사를 돌아봤고, 여성의 몸과 성·모성·가부장제 등을 다룬 동시대 작품을 한자리에 모아냈습니다. 여성이 함께 움직일 때 "여성적 정치성이 강해질 거 같다"는 것이 기획 의도였습니다. 25년이 지난 2024년, 영국 < The Art Newspaper >(아트 뉴스페이퍼)는 이 전시를 "한국 현대 페미니즘 미술에서 알아야 할 전환점"으로 평가했습니다.
그의 지향점은 뚜렷합니다.
"페미니즘 미술은 기본적으로 여성과 여성미술이 타자로 인식되는 성차별 문화와 남성 중심의 화단에 대한 비판에서 비롯되며, 그것은 결국 대표적인 남성 양식인 모더니즘에 대한 비판과 거부로 귀결된다." (김홍희 <포스트모던 페미니즘의 전위, 386여성작가> '월간미술', 2000년 5월)
남성 중심 미술계를 비판하던 그는, 한국 미술계를 대표하는 제도권 안의 운영자로도 우뚝 섰습니다. 연이어 '최초'를 앞에 붙이며 2006년 경기도미술관 초대 관장을 맡았고, 같은 해 여성 최초로 광주비엔날레 예술총감독을 맡았습니다. 2012년에는 서울시립미술관 최초의 여성 관장으로 취임했습니다.
여성을 묶어내는 작업 역시 멈추지 않았습니다. 2024년에는 "미술계 링에 올라 남성 중심 화단에 맞서는 '환상의 복식조'"를 모아 책으로 발간했습니다. 여성 미술가 44인을 15개 화두에 맞게 시니어와 주니어 작가로 짝지어 엮었습니다. <페미니즘 미술 읽기: 한국 여성 미술가들의 저항과 탈주>(열화당)가 그 결과물입니다. 그는 '대안적 젠더'로서 여성의 역할이 커질수록 미술계가 발전할 것이라 자신하고 있습니다.
"남성이 가부장 사회에서 해온 것에 대한 대안으로써 여성이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요. 미술계라는 영토를 가꾸는 일종의 비료가 될 겁니다." (9월 9일, 여성신문 인터뷰 중)
[여성 경제] 이마트 남성 평균 급여 6937만 원일 때, 여성은 3929만 원
'주요 기업에서 남성 근로자가 1억 원가량을 벌 때, 여성 근로자는 7200만 원을 번다.'
성평등가족부가 지난 7일 내놓은 '2025년 성별 임금 통계 조사 결과'를 거칠게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공시대상회사 3146개와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에 공시된 공공기관 355개를 분석한 결과인데요. 성별임금격차는 29.3%로 전년보다는 1.4%p 줄어든 거라고 하네요.
그렇다면 성별 임금 격차가 가장 큰 산업은 어디일까요? 1위, 도매 및 소매업이 42.29%로 가장 컸습니다. 도·소매업이라고 하니 슈퍼나 판매직이 먼저 떠오르실 텐데요. 분석 대상자가 공시대상회사라서, 대기업 유통사·백화점·대형마트·홈쇼핑·상사 등의 본사와 사업장이 도·소매업에 포함되는 겁니다.
물음표가 이어지죠. 왜 도·소매업의 성별임금격차가 가장 클까요? 여성 노동자 수가 적어서일까요? 대표적인 유통기업, 이마트 사례를 보자면 직원 10명 중 6명이 여성(2025년 사업보고서 기준, 57.6%)인 상황입니다. 그런데 남성 평균 급여는 6937만 원, 여성은 3929만 원입니다. 여성 평균 급여가 남성의 56.6%, 격차로 계산하면 43.4% 수준인 겁니다. 여성 숫자는 더 많은데, 연봉은 더 적게 받는 셈이죠.
이마트 내 임금 격차가 왜 발생했는지는 사업보고서만으로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성별 임금 격차가 발생하는 구조를 들여다본 연구에서 단초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문영만 부경대학교 교수 등이 작성한 <성 직종 분리 및 성별 임금격차 해소 방안>(2024년 '지역사회연구' 32권 2호)에 따르면 부산 노동시장에서 월 평균 임금 642만 원의 관리자 중 여성은 10.6%였던 반면, 월 평균 임금 191만 원인 서비스직 여성 비율은 67.2%였다고 합니다. 고임금 직종에 여성이 적고 저임금 서비스직에는 여성이 집중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즉, 성별 평균 임금 차이는 남녀가 어떤 직종에 분포해 있는지 등에도 영향을 받는다는 거죠.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성별 임금 격차가 어디에서 발생하는지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고, 기업의 실질적인 고용 관행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고용평등공시제 도입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성평등가족부는 기업의 성별 고용 현황과 임금 격차를 직종·직급·고용형태별로 공시해 성별 격차의 원인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고용평등공시제'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하네요. 구조적 원인을 알아야 제대로 된 해법도 나올 수 있겠죠.
[여성정치] 임미애 의원의 두 가지 약속

▲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경찰개혁추진단 주최로 경찰 수사 피해자 및 지원단체 간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개혁의 정당성은 늘 가장 약한 자리에 있는 사람이 그 제도 안에서 어떤 대접을 받았는가로 증명된다고 생각한다."
더불어민주당 경찰개혁추진단 임미애 의원이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입니다. 같은 날 임 의원은 민주당 경찰개혁추진단이 주최한 '경찰수사 피해자·지원단체 간담회'에 참석했는데요. 그 소감을 전하며 밝힌 소신이었습니다.
임 의원은 글에서 "간담회에 나오기까지 유가족께서 견뎌오신 시간을 생각해 보면 참으로 안타깝고 침통하다"며 "증거를 찾아다닌 것이 수사기관이 아니라 유가족이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저희가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이미 정해져 있다고 생각한다"고 여당 정치인으로서 소회를 전했습니다.
또 임 의원은 "검경 수사권 조정과 보완수사권 논의가 진행되던 그때부터 범죄 피해자들과 지원 현장에서는 분명한 우려가 있었다"면서 "그 우려와 경고에 정치가 충분히 답했는가란 질문을 해보면 그 부분에서는 매우 아쉽다"고도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임 의원은 두 가지 약속을 했습니다. 첫째, 그는 "간담회에서 주신 말씀들이 앞으로 만들어질 수사 규칙, 경찰 수사 매뉴얼, 그리고 하위 법령 정비 과정에서 개별 항목이 아니라 설계 기준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습니다. 두 번째 약속이 더 인상적이었는데요.
"어떤 말씀이 어디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반영되지 못했다면 왜 그런지까지 다시 확인하고 말씀드리는 것이 오늘 자리를 마련한 사람들의 최소한의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앞서 전한 "개혁의 정당성은 가장 약한 자리에 있는 사람이 어떤 대접을 받았는가"란 임 의원의 소신과 맞물리는 대목입니다. 가장 약한 자리에 있는 사람의 바람에 귀를 기울이고 그 바람이 현실 정치에서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 그들과 소통하는 것, 이게 정치인의 최소한의 도리니까요.
임미애 의원의 약속,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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