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지난 8월 27일 오전 성남시 더블트리 바이 힐튼 판교에서 열린 '경기도 X 글로벌 반도체 주요기업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경기도
정부는 3대 메가 프로젝트, 7대 시드 프로젝트, 미래대응기금, 국가성장펀드 등 산업정책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겠다는 담대한 계획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상당 부분 반도체가 벌어다 준 추가 세수 덕분이다. 그런데 이 대형 프로젝트들이 모두 경기도 밖을 향한다.
숫자 셋만 보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경기도에 있다. 두 반도체 기업이 낼 세금은 올해만 해도 거의 16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경기도 몫은 0원이다. 약 160조 원이 국세와 시·군세로 흘러갈 뿐, 광역자치단체인 경기도에는 한 푼도 들어오지 않는다. 그리고 경기도의 재정수지는 2022년부터 매년 1조 원을 훌쩍 넘는 적자다.
반도체 호황이 한창인 올해, 경기도는 재정 비상상황을 선언했다. 민선 8기는 적자를 빚으로 메워왔으나 그 빚이 7조 원에 이르렀고, 민선 9기는 더 이상 빚을 내기도 어렵다. 호황의 한복판에서, 정작 그 생태계를 떠받쳐 왔고 또 계속 역할을 해야 할 도는 재정 위기 상황이다.
도가 해야 할 산업인프라와 인재 육성은 공염불이 되고 있다. 산업 경쟁이 곧 국가의 투자 경쟁이 된 시대다. 국가의 지원은 닿지 않고, 도는 지원할 여력이 없다. 이대로면 경기도 산업은 경쟁력을 지켜낼 수 없다.
해법은 5극 3특 전체를 아우르는 슈퍼클러스터 전략이다
나는 균형성장에 반대하는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그 설계에 앞장섰던 사람이다. K먹사니즘 본부장을 맡아 작년 초 AI와 안보를 중심으로 국가 산업정책을 제시했고, 피지컬 AI 중심의 남부 산업벨트 경쟁력 강화 방안을 기획했다. 하반기에는 국정기획위원회 균형성장 특별위원회에서 균형성장 전략을 직접 작성했다. 현 정부 산업정책과 균형성장 정책의 밑그림을 그린 셈이다.
그 전략은 수도권을 빼고 나머지에 자원을 몰아주는 그림이 아니었다. 비수도권에 충분히 투자하되, 경기도의 기존 거점에도 함께 투자해 전체 생태계를 키우자는 것이었다. 나는 이를 '산업별 슈퍼클러스터' 전략이라 불렀다. 반도체와 피지컬 AI를 비롯한 산업 생태계는 이미 어느 한 시도에 머무르지 않는다. 국가 단위로 펼쳐져 있고, 국가 단위로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 클러스터를 시도 단위로 좁게 보지 않고 전국 단위로 보며, 전국의 생태계 요소에 투자하고 지원해야 산업정책은 비로소 성공한다.
그런데 지금의 정책은 그 설계도에서 멀어지고 있다. 말로는 생태계를 말하면서 생태계의 일부에만 투자하는, 사실상의 불균형 성장 정책이다. 이름만 균형성장인 셈이다. 이래서는 경기도는 물론, 집중 투자를 받는 4극 3특도 성장하기 어렵다. 인천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1극을 뺀 5극은 완성될 수 없다... 답은 '1+4 동반성장'
경기도가 바라는 것은 특혜가 아니다. 산업 성장의 지도에서 지워지지 않는 것, 그리고 다른 지역의 성장을 견인하며 함께 크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에 세 가지를 정중히 제안한다.
첫째, 우리는 국내에서 나누는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다. 메모리 반도체를 제외하고는 제조업 전 영역에서 중국에 다 따라잡혔고 그 격차가 계속 커지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메모리도 시간문제인지 모른다. 산업별 생태계와 클러스터를 적어도 국가 단위의 관점에서 바라봐 주기 바란다. 그 위에서 산업별 슈퍼클러스터 전체에 투자하는 산업정책을 실행하기 바란다.
둘째, 3대 메가 프로젝트와 7대 시드 프로젝트, 5극 3특 성장엔진 설계에 '수도권 사업'의 자리를 만들어 주기 바란다. 경기도의 연구 역량과 소부장, 제조 기반이 비수도권의 새 성장엔진과 이어질 때, 지방의 새 거점도 더 빨리 뿌리내린다.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사업을 비롯한 각종 산업정책에서 경기도의 거점들을 적극 지원해야 하는 이유다.
셋째, 경기도가 스스로 생태계를 떠받칠 수 있도록 지방재정 분권 로드맵을 정부 임기 상반기 안에 완성해 주기 바란다. 정부는 이미 국정과제 53번에서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7대 3까지 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행 25.3%인 지방소비세를 해마다 5% 포인트씩 40.3%까지 인상하고, 법인세의 5%를 광역자치단체에 이양하는 방안이 조속히 실현돼야 한다. 교부세 산정 기준의 개선도 전향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결국 하나로 모인다. 1극과 4극을 연결하는 것이다. 나는 이것을 '1+4 동반성장'이라 부르고 싶다. 1극과 4극 3특이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비로소 산업 생태계가 완성되고, 진정한 균형성장이 시작된다.
지도를 다시 그리자. 경기도를 지우는 지도가 아니라, 경기도가 지방을 끌어올리는 지도를. 4극 3특이 아니라, 진짜 5극 3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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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극 3특이 된 5극 3특, 경기도는 어디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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