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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극 3특이 된 5극 3특, 경기도는 어디 있나

    [주장] 산업 성장의 지도에서 경기도가 지워지고 있다

    등록 2026.09.15 10:37수정 2026.09.15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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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일대에 건설중인 SK하이닉스 반도체 팹.
    ▲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일대에 건설중인 SK하이닉스 반도체 팹. 남소연

    광주·전남, 중부권, 대경권, 동남권, 전북, 강원, 제주. 지난 6월 산업통상부가 '5극 3특 성장엔진 전략포럼'을 열며 순회한 권역들이다. 빠진 곳은 단 하나, 경기도다.

    정부는 5극 3특을 설명할 때 수도권을 다섯 개 초광역권의 하나로 분명히 꼽는다. 그러나 권역별 성장엔진을 선정하고 재정·금융·세제·인재·인프라 등 7대 정책지원 패키지와 메가특구를 배정하는 논의에서, 국가 산업의 심장인 경기도의 자리는 보이지 않는다.

    지난 8월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정부가 밝힌 목표 역시 기업과 인재를 경기도 밖으로 분산시키는 산업구조였다. 이름은 5극 3특인데, 실제로 움직이는 것은 4극 3특이다.

    미리 밝혀둔다. 균형성장의 취지를 부정하려는 것이 아니다. 균형성장은 반드시 이뤄야 할 국가적 과제다. 그리고 이 글은 경기도의 민원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손익계산서다. 인구 1420만 명이 살고, 반도체와 AI 생태계의 심장이며, 모든 제조업의 핵심 역량이 숨 쉬는 경기도를 뺀 산업 지도로 과연 균형성장이 가능한가. 나는 어렵다고 본다.

    팹을 옮길 수 있지만 생태계는 옮겨지지 않는다

    반도체 하면 흔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거대한 팹을 떠올린다. 그러나 반도체 산업은 팹 하나로 굴러가지 않는다. 공정을 받쳐주는 소재·부품·장비 협력사가 곁에 있어야 하고, 시스템 반도체와 후공정 패키징까지 입체적으로 연결돼야 비로소 시너지가 난다. 반도체의 경쟁력은 공장이 아니라 생태계에서 나온다.

    한국은행이 올해 7월 발간한 '우리나라 주요 제조업 생산 및 공급망 지도'에 따르면, 2024년 전국 반도체 생산의 82.3%가 수도권에서 이뤄졌다. 수십 년에 걸쳐 쌓인 이 생태계에 대한 투자 없이 다른 지역에 팹만 새로 세우겠다는 구상은, 뿌리는 두고 줄기만 옮겨 심는 것과 같다. 옮겨 심은 줄기가 뿌리를 내리는 동안 원래의 뿌리마저 말라간다면, 우리는 둘 다 잃는다.


    경쟁국들은 반대로 간다. 대만은 균형을 위해 신주를 허물지 않았다. 신주에 R&D와 차세대 공정 투자를 계속 쌓으면서 타이난과 가오슝으로 생산 거점을 넓혔고, 그렇게 남부에 새 클러스터가 뿌리내렸다. 집적을 깨는 방식으로 형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 집적을 강화하면서 새로운 집적을 추가했다.

    우리 반도체가 크게 성장했다고 하나, 메모리 팹을 제외한 반도체 생태계는 글로벌 경쟁력까지 아직 갈 길이 멀다. 메모리조차 CXMT·YMTC를 앞세운 중국의 추격은 거세고, 마이크론을 앞세운 미국의 압박은 전방위적이다. 이 경쟁은 신규 산업단지의 생산량 증가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 이미 축적된 생태계를 국가가 함께 밀어줘야 한다.


    피지컬 AI도 다르지 않다. 피지컬 AI는 자동차, 로봇, 방산의 미래다. 로봇·센서·구동장치를 만드는 하드웨어 기반, 현장에서 시험하고 데이터를 쌓는 실증 환경, AI 반도체와 컴퓨팅·데이터 인프라가 연결되어야 제대로 힘을 쓴다. 이 생태계의 30% 이상이 경기도에 있다. 그 집적을 이미 갖춘 곳을 정책 지도에서 지우는 것은 국가 경쟁력을 스스로 깎아내는 일이다. 다른 산업들도 마찬가지이다.

    반도체가 채운 나라 곳간, 말라가는 경기도 곳간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지난 8월 27일 오전 성남시 더블트리 바이 힐튼 판교에서 열린 '경기도 X 글로벌 반도체 주요기업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지난 8월 27일 오전 성남시 더블트리 바이 힐튼 판교에서 열린 '경기도 X 글로벌 반도체 주요기업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경기도

    정부는 3대 메가 프로젝트, 7대 시드 프로젝트, 미래대응기금, 국가성장펀드 등 산업정책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겠다는 담대한 계획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상당 부분 반도체가 벌어다 준 추가 세수 덕분이다. 그런데 이 대형 프로젝트들이 모두 경기도 밖을 향한다.

    숫자 셋만 보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경기도에 있다. 두 반도체 기업이 낼 세금은 올해만 해도 거의 16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경기도 몫은 0원이다. 약 160조 원이 국세와 시·군세로 흘러갈 뿐, 광역자치단체인 경기도에는 한 푼도 들어오지 않는다. 그리고 경기도의 재정수지는 2022년부터 매년 1조 원을 훌쩍 넘는 적자다.

    반도체 호황이 한창인 올해, 경기도는 재정 비상상황을 선언했다. 민선 8기는 적자를 빚으로 메워왔으나 그 빚이 7조 원에 이르렀고, 민선 9기는 더 이상 빚을 내기도 어렵다. 호황의 한복판에서, 정작 그 생태계를 떠받쳐 왔고 또 계속 역할을 해야 할 도는 재정 위기 상황이다.

    도가 해야 할 산업인프라와 인재 육성은 공염불이 되고 있다. 산업 경쟁이 곧 국가의 투자 경쟁이 된 시대다. 국가의 지원은 닿지 않고, 도는 지원할 여력이 없다. 이대로면 경기도 산업은 경쟁력을 지켜낼 수 없다.

    해법은 5극 3특 전체를 아우르는 슈퍼클러스터 전략이다

    나는 균형성장에 반대하는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그 설계에 앞장섰던 사람이다. K먹사니즘 본부장을 맡아 작년 초 AI와 안보를 중심으로 국가 산업정책을 제시했고, 피지컬 AI 중심의 남부 산업벨트 경쟁력 강화 방안을 기획했다. 하반기에는 국정기획위원회 균형성장 특별위원회에서 균형성장 전략을 직접 작성했다. 현 정부 산업정책과 균형성장 정책의 밑그림을 그린 셈이다.

    그 전략은 수도권을 빼고 나머지에 자원을 몰아주는 그림이 아니었다. 비수도권에 충분히 투자하되, 경기도의 기존 거점에도 함께 투자해 전체 생태계를 키우자는 것이었다. 나는 이를 '산업별 슈퍼클러스터' 전략이라 불렀다. 반도체와 피지컬 AI를 비롯한 산업 생태계는 이미 어느 한 시도에 머무르지 않는다. 국가 단위로 펼쳐져 있고, 국가 단위로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 클러스터를 시도 단위로 좁게 보지 않고 전국 단위로 보며, 전국의 생태계 요소에 투자하고 지원해야 산업정책은 비로소 성공한다.

    그런데 지금의 정책은 그 설계도에서 멀어지고 있다. 말로는 생태계를 말하면서 생태계의 일부에만 투자하는, 사실상의 불균형 성장 정책이다. 이름만 균형성장인 셈이다. 이래서는 경기도는 물론, 집중 투자를 받는 4극 3특도 성장하기 어렵다. 인천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1극을 뺀 5극은 완성될 수 없다... 답은 '1+4 동반성장'

    경기도가 바라는 것은 특혜가 아니다. 산업 성장의 지도에서 지워지지 않는 것, 그리고 다른 지역의 성장을 견인하며 함께 크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에 세 가지를 정중히 제안한다.

    첫째, 우리는 국내에서 나누는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다. 메모리 반도체를 제외하고는 제조업 전 영역에서 중국에 다 따라잡혔고 그 격차가 계속 커지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메모리도 시간문제인지 모른다. 산업별 생태계와 클러스터를 적어도 국가 단위의 관점에서 바라봐 주기 바란다. 그 위에서 산업별 슈퍼클러스터 전체에 투자하는 산업정책을 실행하기 바란다.

    둘째, 3대 메가 프로젝트와 7대 시드 프로젝트, 5극 3특 성장엔진 설계에 '수도권 사업'의 자리를 만들어 주기 바란다. 경기도의 연구 역량과 소부장, 제조 기반이 비수도권의 새 성장엔진과 이어질 때, 지방의 새 거점도 더 빨리 뿌리내린다.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사업을 비롯한 각종 산업정책에서 경기도의 거점들을 적극 지원해야 하는 이유다.

    셋째, 경기도가 스스로 생태계를 떠받칠 수 있도록 지방재정 분권 로드맵을 정부 임기 상반기 안에 완성해 주기 바란다. 정부는 이미 국정과제 53번에서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7대 3까지 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행 25.3%인 지방소비세를 해마다 5% 포인트씩 40.3%까지 인상하고, 법인세의 5%를 광역자치단체에 이양하는 방안이 조속히 실현돼야 한다. 교부세 산정 기준의 개선도 전향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결국 하나로 모인다. 1극과 4극을 연결하는 것이다. 나는 이것을 '1+4 동반성장'이라 부르고 싶다. 1극과 4극 3특이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비로소 산업 생태계가 완성되고, 진정한 균형성장이 시작된다.

    지도를 다시 그리자. 경기도를 지우는 지도가 아니라, 경기도가 지방을 끌어올리는 지도를. 4극 3특이 아니라, 진짜 5극 3특을.
    덧붙이는 글 글쓴이 주형철 경기도 경제부지사는 서울대학교와 MIT에서 컴퓨터공학과 경영학을 전공했다. 1989년부터 현재까지 38년간 통신, IT, AI 기술과 사업을 경영한 사업가이자, 투자자이기도 하다. 대통령 경제 보좌관과 국정기획위 기획위원 등을 역임하며 국가 전략을 설계한 정책가로서의 경험도 있으며, 현재는 경기도 경제부지사로 일하고 있다.

    2009년 AI 검색서비스인 시멘틱 검색을 성공시켰다. 저서로는, IT와 AI 미래 소설인 <세상을 바꾸는 스타트업>(로크미디어, 2014), 창업 경영 실무서인 <창업 기획(창업,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나남, 2014), 리더십 저서인 <이니시(INITIATE)>(두앤북, 2022)가 있다.
    #반도체 #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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