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 없이 3년째, 삼형제가 한가위 보내는 법

회·문어삼합 등 각자 음식 준비해 모이는 가족, 형식보다 중요한 마음

등록 2026.09.15 13:33수정 2026.09.15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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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가에서 맏며느리이자 맏동서다. 지금은 어머님께서 안 계시니 며느리라는 직함은 내려놓았다. 두 서방님에게는 큰형수로 두 동서에게는 큰형님으로 불린다. 아무리 가족이라 해도 떨어져 있으면 안부를 묻기가 쉽지 않다. 그 흔한 카톡 단체방에서도 알림이 잘 울리지 않는다. 각자의 삶에 충실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이니 그것만으로도 고마울 따름이다.

우리 시가는 시부모님이 다 돌아가시고 삼 형제만 있다. 다들 남자이다 보니 덤덤한 편이다. 그래도 우리 삼 동서는 가끔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축하할 일이 있으면 메시지도 보내주고 선물도 주고받는다. 어머님께서 돌아가신 후에도 가족 간에 애틋하지는 않지만, 갈등 없이 잘 지내오고 있다.


우리 가족은 명절 차례를 지내지 않는다. 그렇게 한 지는 삼 년 정도 되었다. 그렇다고 모이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명절이 되면 부산과 김해에 사는 시동생 가족들이 다 대구에 사는 우리 집으로 온다. 예전처럼 전을 굽고 튀김을 하는 일종의 가사 노동에서 벗어났지만, 마음만은 항상 그대로다.

각자 준비할 수 있는 음식을 해 와서 한 상 푸짐하게 차려 먹는다. 부산에 사는 둘째 동서는 주로 회를 준비해 온다. 김해에 사는 막내 동서는 매번 다르긴 해도 맛있는 걸 사 온다. 나는 가족들에게 먹일 문어삼합이나 갈비찜 같은 걸 준비하는 편이다. 명절 방식이 달라지니 가족들끼리 한결 더 많이 웃고 이야기하게 되어 좋다.

회, 튀김, 육포 준비하며 추석맞이

단체방 채팅 시가 가족들과 추석 음식과 선물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단체방 채팅 시가 가족들과 추석 음식과 선물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황윤옥

열흘 후면 추석이다. 안부도 물을 겸 해서 아침부터 단체방에 메시지를 남겼다.

"굿모닝입니다. 추석이 다가오네요. 우리 어떤 음식을 먹을까 생각해 보셨나요?"
"저희는 이번에 모둠 튀김을 준비할까 합니다."


가장 먼저 막내 서방님이 답을 주었다. 두 동서가 들어오지 않아 장난스럽게 메시지를 보냈다.

"차동서 등판하라. 오버."
"네, 형님. 저희는 회를 사 갈까요?"


차동서가 바로 들어와 답을 남겼다. 둘째인 차동서는 명절 시즌이 되면 많이 바쁘다.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다리가 퉁퉁 부을 정도로 일한다. 너무 고생하는 것 같아 그게 늘 마음에 걸린다. 혹시 지금도 일하는 시간이 아닐까 싶어 수다를 이어가기 미안했다. 서둘러 고생하라는 메시지로 끝맺음을했다. 막내인 김동서는 수다가 끝나고 나서야 겨우 들어와 한 줄 답을 남겼다. 직장 일이 바쁜데도 등판해 준 막내가 그저 귀엽기만 하다.

명절 상에 고기와 해산물이 빠지면 섭섭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쫄깃하게 삶아낸 고기를 곁들인 문어삼합과 갖은 나물을 얹은 제사비빔밥까지 제대로 준비해 볼 생각이라고 전했다. 단체방에 있던 시동생과 차동서가 좋은지 분홍 토끼가 신나서 팔짝팔짝 뛰는 이모티콘을 연속으로 쏘아 올렸다.

메뉴 정리가 끝나고 추석 선물에 대해서도 슬며시 물어보았다.

"이번 추석 선물도 육포 하려는데 어때?"
"완전 좋죠."

우리 집은 명절마다 각자 부담 없는 선물을 준비해 주고받는다. 가족 모두, 특히 동서들이 육포를 좋아해서 나는 자주 이걸 준비한다. 완전 좋다는 말에 무엇을 골라야 할지 고민하던 나는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두 동서는 매번 다른 선물을 준비해 온다. 선물 고르는 일도 엄청 힘들다는 걸 알기에 그 마음이 너무 고맙다. 이제 인터넷 창을 열어 주문할 일만 남았다.

어머님이 계시고 차례를 지낼 때만 해도 명절 전날부터 식구들이 모여 밤새 북적였다. 맏형수인 나는 잠자리며 식사를 챙기느라 바빴다. 이제는 당일에 모여 한 상 푸짐하게 먹고 가볍게 헤어지는 일상이 되었지만, 그 짧은 만남 속에서 나누는 웃음의 밀도는 예전보다 더 진해진 것 같다.

차례를 지내지 않게 되면서 명절의 형식을 덜어냈지만, 우리가 나누는 정까지 떨어진 것은 아니었다. '등판하라 오버'와 같은 장난스러운 말 속에 묻어나는 유쾌함. 격식 없이도 서로를 향해 슬며시 웃어주는 그 마음이 바로 명절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열흘 뒤면 부산과 김해에서 출발한 가족들이 대구 우리 집 문을 열고 들어올 것이다. 고소한 튀김 냄새와 싱싱한 회, 그리고 정성껏 삶아낸 문어삼합이 한 상에 어우러질 한가위는 더욱 풍성해지겠지. 덤덤하지만 여전히 따뜻한 우리 삼 형제 가족의 소박하고도 시끌벅적한 추석이 벌써 기다려진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추석음식 #추석선물 #단체채팅방 #삼형제와삼동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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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를 주로 씁니다. 가끔 음식 이야기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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