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GQ=연합뉴스
비장애인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셀 수 없이 많은 일을 한다. 신용카드 결제를 하고, 은행 업무를 처리하며, 뉴스를 보거나 음악을 듣는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스마트폰을 통해 얻는다.
젊은 시각장애인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30대의 시각장애인 가운데에는 스마트폰의 음성지원 기능을 활용해 은행 간 이체를 하거나 음원 사이트에서 자신이 원하는 음악을 들으며 취미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고령의 중증 시각장애인에게 스마트폰은 여전히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도구다. 고가의 스마트폰을 구입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울 수 있고, 어렵게 구입하더라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도 있다. 필자의 주변에도 아직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고령의 시각장애인이 적지 않다.
용인에 사는 50대 후반의 한 중증 시각장애인은 5년 전만 해도 스마트폰을 배워보겠다고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록 스마트폰을 배우지도, 사용하지도 않고 있다. 본인에게는 불편하고 필요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은행 간 이체도 직접 하고, 음원 사이트도 이용하지 않기 때문에 굳이 스마트폰을 사용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문제는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정보 접근에서도 자연스럽게 멀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스마트폰으로 빠르게 전달되는 각종 공지나 생활 정보를 놓치게 되고, 필요한 정보를 제때 접하지 못해 금전적인 손해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필자도 10여 년 전 한 자립생활센터에서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교육을 한 경험이 있다. 당시 교육생은 4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했다. 하지만 상당수 교육생은 스마트폰을 새로 구입할 경제적 여유가 없어 손자나 아들이 사용하다가 쓰지 않는 휴대전화를 가지고 와 교육에 참여했다.
문제는 오래된 스마트폰이다 보니 기기의 작동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교육을 진행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필자는 당시 시각장애인 커뮤니티인 '넓은마을'과 '아이프리'의 공지를 확인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유튜브를 이용해 음악을 듣는 방법도 가르쳤다. 열심히 설명한 뒤 집에 돌아가 복습해 달라고 당부하면 교육생들은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다음 주 다시 강의를 시작하면 지난주에 알려준 내용을 다시 설명해야 하는 일이 반복됐다.
그나마 40대 교육생 한 명은 비교적 교육을 잘 따라와 어느 정도 스마트폰을 활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새로운 기능을 익히고 반복해서 사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시각장애인 복지관에서 정보화 교육을 담당하는 시각장애인 강사들에게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1983년 이전 출생자 가운데에는 스마트폰 교육을 받을 때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고, 경제적인 이유로 고가의 스마트폰을 구입하기 어려운 사람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모든 고령 시각장애인이 스마트폰을 어려워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최근에는 고령의 중증 시각장애인 가운데에서도 스마트폰을 능숙하게 사용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 스마트폰 사용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은 상당수 있다. 필자에게 전화를 걸어 스마트폰 사용법을 묻는 고령의 중증 시각장애인도 있다. 필자는 그럴 때마다 가능하다면 자신에게 맞는 스마트폰을 구입해 직접 사용해보라고 권한다. 돈을 들여 구입한 만큼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라도 조금씩 사용하다 보면 익숙해질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그런 과정을 통해 스마트폰을 활용하게 된 사례도 있다.
고령 중증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만 강조해서는 안 된다. 스마트폰을 배우고 싶어도 경제적인 부담 때문에 기기를 마련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복지관이나 자립생활센터 등에서 사용 가능한 중고 스마트폰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하거나, 기기를 지원받을 수 있는 관련 사업과 연결해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또한 스마트폰을 필요로 하는 고령 중증 시각장애인이 있다면 일회성 교육에 그치지 않고 반복적으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한두 번의 교육만으로 스마트폰의 다양한 기능을 익히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음성지원 기능을 활용한 전화, 문자, 인터넷 검색, 공지 확인, 유튜브 이용 등 실제 생활에 필요한 기능을 중심으로 반복 교육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시각장애인 복지관과 자립생활센터는 고령 중증 시각장애인의 정보 격차를 줄이기 위해 보다 지속적인 스마트폰 교육과 지원에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란다. 고령의 중증 시각장애인 역시 스마트폰 사용을 어렵다고 미리 포기하기보다는 자신에게 필요한 기능부터 하나씩 배우고 사용해보기를 권하고 싶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나는 어둠 속에서도 색채있는 삶을 살아온 시각장애인이다.
공유하기
스마트폰 꺼리는 고령 중증 시각장애인, 정보 격차 더 커진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