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지부장.
구교현
- 올해 도급제에도 최저보수를 적용해야 한다는 투쟁을 아주 뜨겁게 펼쳤다. 결국 적용되지는 않았지만,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고 본다. 노조는 최저보수가 안전과도 관련이 깊다고 계속 주장하고 있기도 한데, 이 투쟁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플랫폼들은 다이내믹 프라이싱이라는 이름으로, 알고리즘을 통해 끊임없이 개개인마다, 조건마다 가격을 변화시키는 정책을 쓴다. 이 방식은 점점 고도화돼서, 라이더들은 단가가 어떻게 결정되는지 알 수 없다. 그런데 이런 알고리즘이라는 게 결국은 더 빠른 노동, 장시간 노동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설계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당연하다. 그러면 그걸 노동자든 사회적으로든 견제할 수단이 필요하다. 그게 건당 보수의 최저선이라고 생각한다.
작년에 배달의민족에서 등급제 기반 스케줄 제도를 들여오려고 했다. 일부 지역에서 시범사업을 했었는데, 최근 수행한 콜 수, 콜 수락율, 얼마나 꾸준히 일했는지 등 개개인별 성과를 가지고 등급을 매겨서, 1등급부터 좋은 시간대에 먼저 배정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이게 절대적 기준도 아니고 상대 평가 등급이다 보니, 등급을 높이거나 유지하기 위해 눈이 많이 와도 무조건 콜을 잡는 등 위험을 감수하게 된다. 너무 경쟁적이고 위험한 제도라고 생각했다. 결국 이 제도가 확대되지는 않았지만, 언제든지 회사는 이런 제도를 시행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거다. 이런 시스템에서 라이더는 노예나 다름없게 된다. 과로, 과속을 안 할 수가 없다. 이에 대한 최소한의 방패막이 구실을 하는 게 최저보수다.
그 최저보수를 최저임금처럼 협상해서 결정하는 구조를 확보하는 것도 노동조합으로선 매우 중요하다."
- 플랫폼 노동 협약에는 그 외에도 플랫폼 노동자의 안전보건 관련해서도 의미 있는 내용이 많이 있다. 위험성평가에 참여하는 구조, 작업중지권 보장, 고객 폭력으로부터의 보호 등이 있는데, 관련해서 노동조합에서는 최근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안전보건 의제 중에서는 알고리즘이 안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노동부에서 2025년에 알고리즘이 실제 사고나 불안전행동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단초를 밝히는 연구를 진행했다. 현재 이를 확대한 2차 연구를 하고 있다. 2025년에는 자기기입식 일기 쓰는 방식으로 접근했는데, 지금은 연구 참여자들이 운행기록장치를 직접 달고 운행하고 있다. 그럼 사고나 운행 당시의 프로모션, 단가정책 등이 더 세세하게 기록될 테니 관련성이 더 잘 분석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 외에 노조 자체 연구도 있다. 개인정보열람 청구를 통해 라이더 개개인이 어떤 콜을 얼마에 수행했는지, 몇 건을 했는지 등의 기록을 확보하고, 여기서 패턴을 찾아보고 싶다. 라이더들은 경험적으로 특정 플랫폼에서 개별 라이더 프로파일링을 더 세세히 하고, 이게 콜 배차에 반영되는 것 같다고 느낀다. 이걸 지금까지는 증명할 방법이 없었으니 패턴을 찾아보자는 거다. 정보 공개 청구하면 회사들이 거부하고 있어서 일단 자료를 받는 것부터가 투쟁이다."
- 올여름 폭염도 심했는데, 어떻게 대응했나?
"매년 여름 때마다 실질적인 휴게권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기후휴업급여라고도 하고, 지자체에선 기후 보험을 들고 나오기도 했는데, 어쨌든 너무 덥거나 악천후일 때, 라이더들이 다른 걱정 없이 쉴 수 있어야 한다는 거다. 아직은 여전히 요구에만 머물고 있다. 올해도 배민에서 폭염 시즌에 '7천 포인트 모으면 최대 30만 원'이라는 미션을 내걸어 문제 제기했다. 심지어 포인트는 거리, 날씨, 시간대에 따라 달리 지급되므로, 정확히 몇 건이 목표인지 알 수 없는 미션이기도 했다. 이럴 때 라이더들은 무리할 수밖에 없다.
안전보건 관련 최근 변화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일부 개정으로 '배달 앱 운영자에게 고객의 폭언 등을 예방하기 위한 안내문구 게시 또는 음성안내 의무'가 부과됐다. 7월에 입법 예고됐다. 음성으로 안내하거나, 배달 주문했을 때 앱에서 보이든지 해야 하는 게 당연한데, 지금까지는 안 됐었다."
- 배달플랫폼에 맞는 방식으로 감정노동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이뿐만 아니다. 노조법도 기본적으로 특정 사업장 내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전제로 하다 보니, 교섭창구 단일화 등의 공고를 플랫폼 회사 사무실에 한다. 라이더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다. 대리운전 노동자들의 요구로 카카오는 앱에서 공지하고 있다. 다른 노조 활동도 마찬가지다. 노조 홍보 게시판이 앱에 있어야 한다.
공지나 홍보는 그나마 간단한데, 다른 이슈들은 더 복잡하다. 산안법상 위험성평가나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요구한다 했을 때, 근로자대표 등의 개념도 라이더에게 잘 맞지는 않는다. 들고나는 사람이 엄청 많은데, 근로자대표를 어떻게 뽑을지 등이 고민된다. 현재 노동위원회에서 노조법상 조합원 산정 기준을 임의로 만들어 두었는데, 연구가 더 필요하다."
- 이번에 한노보연에서는 법 개정 등 장기적 과제 외에 당장 할 수 있는 일로 라이더 교통/산재 사고에 대한 재해조사, 플랫폼 사의 중대재해처벌법상 종사자에 대한 안전 관리 의무 적용을 제안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아주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배달 라이더뿐 아니라 많은 특수고용 노동자들에게 산재보험 적용은 되고 보상도 받았지만, 왜 발생하는지에 대해서는 제도가 다루지 않았다. 보상 외에 원인을 규명하고 예방해야 하는데, 조사를 안 하니 원인이 안 밝혀지고, 그냥 교통사고로만 여겨져 왔다.
플랫폼 사에 안전과 관련해서라도 자료를 공개하라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줄곧 거절해왔다. 노동부 연구 사업을 할 때조차 사고 데이터를 내놓지 않았다. 적어도 노동부는 사고 관련 자료를 받고 점검해야 하지 않나?
그런 점에서 라이더 교통/산재 사고에 대해 일반적인 산재 사고처럼 조사하고 중대재해처벌법 적용하는 등의 변화는 의미있다고 본다."
- 얼마 전 고법에서 근로자성 인정 판결도 이슈가 되었다. 완전히 자유롭게 일하는 라이더라는 것은 허상이라는 판결로도 읽히는데, 노조에서는 어떻게 보고 있나?
"배달대행사에서 7개월 정도 일하다가 해고된 조합원이 있었다. 처음에는 계약 위반 문제로 보고 고민했는데, 논의를 거치며 이 문제는 근로자성 다툼으로 전개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 1심에서 졌지만, 고법에서 인정됐다.
무엇보다 라이더 같은 일자리에서는 배달의 특성상 뚝뚝 끊어지게 일해도 전속성을 부정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 게 중요한 지점이다. 라이더가 일할지 말지를 선택할 순 있지만, 일단 콜을 잡으면 배달을 완수하기까지 정해진 규칙에 따라 종속되어 일한다는 걸 인정한 의미도 있다. 그렇다고 운동 차원으로 계속 소송을 할 생각은 아니다. 이번 판결을 근거로 그동안 우리가 요구해 왔던 산안법상 권리, 최저보수제 등을 요구하는 데 더 박차를 가할 생각이다."
- 라이더유니온의 이후 활동 계획은 어떤가?
"특수고용 단위들과 함께 최저보수 관련 투쟁을 하반기에 더 만들어 보려고 한다. 민주노총 선거도 있는데,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존재감과 의제의 중요성을 드러내고 싶다. 다른 한편, 노란봉투법으로 열린 국면이 지금 당장 플랫폼 노동자들에게는 잘 활용되지 않고 있어, 우리에게 맞게 노조법을 잘 바꾸거나 활용하기 위한 고민에 나서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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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노동, 배달 라이더에게 맞는 산업안전보건 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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