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말씨를 심는 푸른사람

작은배움숲 5 작은손으로 쓰는 작은노래

등록 2026.09.16 10:45수정 2026.09.16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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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국립국어원 낱말책에서 '습득'을 뒤적이면, 줍거나 얻는다는 뜻인 한자말 '습득(拾得)'하고, 배우거나 삭인다고 하는 한자말 '습득(習得)' 사이에, 중국 당나라 무렵 중이라는 '습득(拾得)'이라는 사람이름을 뜬금없이 실어 놓습니다. 그저 뜬금없고 얄궂습니다. 먼 옛날 당나라 무렵 중이라는 사람이름을 왜 우리 낱말책에 실을까요? 그런데 이처럼 중국사람이며 영국사람이며 독일사람이며 미국사람이며 일본사람이며 온누리 여러 나라 사람 이름을 잔뜩 실은 국립국어원 낱말책입니다.

곰곰이 짚자면, 주울 적에는 '줍다'라 하면 됩니다. 얻을 적에는 '얻다'라 하면 됩니다. 배울 적에는 '배우다'라 할 노릇입니다. 익힐 적에는 '익히다'라 할 노릇입니다. 이런 일을 '拾得'이나 '習得'으로 가려서 쓸 까닭이 없습니다.


손가락을 써서 '집'습니다. 손아귀로 '잡'습니다. 바닥에 있기에 '줍'습니다. 바닥에 받치려고 '짚'습니다. 안쪽으로 모으려고 '접'습니다. 지나가려는데 조이는 듯한 틈이나 길이라서 '좁'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늘 쓰는 말마디부터 차근차근 짚으면서 생각길을 넓힐 노릇입니다. 말씨를 차분히 가다듬지 않으니 눈썰미가 좁아요. 해마다 새롭게 씨앗이 깃들어야 푸르게 우거지는 숲인데, 막상 우리 스스로 마음자리에 말씨(말씨앗)를 제대로 못 심거나 안 심기 일쑤입니다. 때로는 얄궂거나 뒤엉킨 채 어지럽히는 말치레에 휩쓸리기도 합니다.

 찾아온 분한테나, 찾아가는 곳에서나, 판을 하나 펼치면서 이야기를 잇는다. '집'을 놓고서 이야기를 풀며 갈무리를 한다.
▲ 찾아온 분한테나, 찾아가는 곳에서나, 판을 하나 펼치면서 이야기를 잇는다. '집'을 놓고서 이야기를 풀며 갈무리를 한다. 최종규

 글놀이꽃. 손바닥만 한 작은종이에 저마다 이야기를 적어 보는 놀이를 한다. 길잡이인 나부터 하면서 함께 하도록 이끈다.
▲ 글놀이꽃. 손바닥만 한 작은종이에 저마다 이야기를 적어 보는 놀이를 한다. 길잡이인 나부터 하면서 함께 하도록 이끈다. 최종규

집밖으로 나가서 바깥일을 보노라면 숱한 사람을 마주합니다. 웬만한 분은 손전화를 쓸 적에 소리를 끄거나 소릿줄을 귀에 꽂습니다. 그렇지만 소리를 크게 틀면서 노닥거린다든지, 소릿줄은 그냥 안 챙기는 이가 곧잘 있습니다. 탈거리(버스·전철)에서 소리를 쩌렁쩌렁 키운 이가 둘레에 있으면 어수선한데, 어리건 젊건 늙건 철없이 군다면, 사람살이를 하나도 안 배운다는 뜻이로구나 싶습니다.

늦여름이 지나고서 첫가을로 접어든 가을에 풀벌레 노랫가락이 한결 깊고 너르면서 반짝입니다. 다 다른 숱한 풀벌레는 노랫가락으로 소리너울을 일으킵니다. 이와 달리 숱한 사람은 노래길이나 노래꽃이나 노래빛이 아닌 시끌마당으로 뒹굴어요. 꽃빛하고는 먼 채 읊어대는 말이라면 마음마저 없거나 메마른 소리늪엘 테지요. 누구보다 이녁 스스로 갉는 소리불늪이라고 할 테고요.

사람은 손수 심은 씨앗에 따라서 낟알과 열매를 거둡니다. 사람이 손수 안 심어도 바람과 새와 벌레와 비와 뭇짐승이 심은 씨앗이 익으며 낟알과 열매를 얻습니다. 푸른숲은 푸른씨가 푸른빛으로 번지고 어울리면서 모두를 살리고 밝히는 푸른터를 이룹니다. 우리 사람은 어떤 길인가요? 우리는 사람으로서 푸른말(푸른말씨)을 심는 푸른하루인지요? 우리는 사람으로서 푸른글(푸른글씨)을 나누는 푸른살림인가요?

 전남 고흥에서 시외버스를 타고서 먼길을 나설 때마다 노래(시)를 쓰고 옮겨적는다. 이웃님한테 건네는 작은씨앗이다.
▲ 전남 고흥에서 시외버스를 타고서 먼길을 나설 때마다 노래(시)를 쓰고 옮겨적는다. 이웃님한테 건네는 작은씨앗이다. 최종규

 이야기를 함께하는 자리에서 큰판도 곁에 두고, 작은종이도 나란히 두면서, 입으로 하는 말을 스스로 옮겨적는다. 이야기(강의나 수업)를 마친 뒤에는 이 손글종이를 복사해서 모두하고 나눈다.
▲ 이야기를 함께하는 자리에서 큰판도 곁에 두고, 작은종이도 나란히 두면서, 입으로 하는 말을 스스로 옮겨적는다. 이야기(강의나 수업)를 마친 뒤에는 이 손글종이를 복사해서 모두하고 나눈다. 최종규

14일엔 부산으로 '이야기마실'을 갔습니다. 이웃님이 전남 고흥 시골자락에 깃든 〈숲노래 책숲〉으로 찾아와서 '푸른책'이며 '씨앗책'을 함께 읽으면서 배움자리를 누리기도 하고, 제가 어느 먼길이든 사뿐히 나서면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배움자리를 마련하기도 합니다. '강의·강좌·강연'이나 '수업·공부·클래스' 같은 이름을 붙이고 싶지 않아서 '이야기마실'을 가서 '이야기꽃'을 함께 피운다고 말합니다. 낱말 하나부터 처음부터 새롭게 지어서 나누면, 서로서로 생각을 새롭게 밝히는 말씨(말씨앗)를 마음에 심을 만합니다. 우리는 '좋은책(양서)'이나 '길책(교재)'을 곁에 두지 않아도 됩니다. 모든 책을 늘 새롭게 마주하면서 배우는 '길동무책'이자 '푸른책(삶과 마음을 푸르게 일구는 길을 스스로 익히는 책)'으로 삼으면 됩니다.


"찾아가는 배움자리"이기에 '이야기마실'이라는 이름을 붙입니다. 더 많은 이웃을 한자리에 모아서 혼자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배움자리에 모인 누구나 마음을 밝히는 말을 주고받는 자리로 꾸립니다. 함께 이야기를 밝히다가 문득 쪽종이를 한 자락씩 쥐고서 손을 놀립니다. 조그마한 종이 한 바닥만큼 쪽글을 적어 봅니다. "쪽종이에 짧게 맺고 끊는 글"을 살며시 가다듬으면, 어느새 노래(시) 한 자락으로 거듭나는 길을 누리는 모임입니다.

서로 마음을 기울여서 마주하는 자리일 적에는, 우리가 나누는 모든 말은 어느새 노래로 깨어납니다. 서로 아무 마음을 안 기울이면서 시끄럽게 떠들거나 목청을 높이거나 손전화를 켤 적에는, 그야말로 북새통이면서 소리늪입니다.


 작은모임으로 꾸리는 작은이야기.
▲ 작은모임으로 꾸리는 작은이야기. 최종규

 작은모임을 꾸린 부산 <책과아이들> 책시렁.
▲ 작은모임을 꾸린 부산 <책과아이들> 책시렁. 최종규

책으로 숲을 이루기에 책숲입니다. 우리는 아직 일본말 '도서관'이나 '박물관'이라는 이름을 못 내려놓습니다. '관(館)' 같은 한자를 붙여야 크거나 좋다고 잘못 여깁니다. 그러나 '관(館)'은 '집'을 가리키는 한자인걸요.

우리는 아직 우리말이 무슨 뜻과 결과 빛과 숨과 씨인지 제대로 못 짚거나 안 짚을 뿐 아니라, 못 가르치거나 안 가르칩니다. 한자말 '우주(宇宙)'가 무슨 뜻인지 제대로 아는 분은 얼마나 될까요? '우주(宇宙) = 집(宇) + 집(宙)'인 얼개입니다. 집과 집을 함께 두기에 '누리(우주)'가 되는 얼개입니다. '누리'란, 셀 길이 없도록 숱한 집이 가없이 있다는 밑뜻입니다.

그러면 '집'이 어떤 곳인지 헤아려야겠지요. '집'은 '지붕'만 얹은 '채'를 가리키지 않습니다. 우리는 모든 살림을 집에서 '짓'습니다. 밥살림과 옷살림을 하려고 먼저 '집'부터 찬찬히 알맞게 세워요. '지음터(짓는 터전)'인 집부터 세워야, 이곳에서 누구나 넉넉하고 느긋하게 모든 살림을 손수 지어서 지내고 즐겁게 즈믄해를 살아갈 수 있습니다.

집에서 짓지 않으면 지겹게 마련입니다. 지으며 지낼 집이 아니라면 지치고 맙니다. 짓는 손길과 마음을 잊거나 팽개치니 짐에 파묻혀서 집니다(쓰러집니다).

 글놀이꽃. 이웃님이 쓴 글을 살피면서, 다른 종이에 글손질을 해서 함께 건넨다.
▲ 글놀이꽃. 이웃님이 쓴 글을 살피면서, 다른 종이에 글손질을 해서 함께 건넨다. 최종규

 글놀이꽃. 이웃님이 스스럼없이 이녁 이야기를 쓰고 나면, 줄을 나누거나 맞춤길을 짚기도 하고, 글결을 가볍게 손보기도 한다.
▲ 글놀이꽃. 이웃님이 스스럼없이 이녁 이야기를 쓰고 나면, 줄을 나누거나 맞춤길을 짚기도 하고, 글결을 가볍게 손보기도 한다. 최종규

시골 옛배움터(폐교)에 마련한 작은배움숲은 푸른말로 푸른씨를 심고 나누는 배움자리이기도 하고, 노래자리이기도 하며, 이야기자리에다가, 생각자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머잖아 사라질 수 있다고 여기는 시골(군단위 지자체)이라면, 옛배움터를 작은배움숲으로 살리는 길을 조그맣게 열어서 조촐히 나누는 길을 찾아볼 만합니다. 이미 서울과 큰고장으로 떠난 어린이와 푸름이를 시골로 붙잡아 올 수 없어요. 굳이 붙잡으려고 할 일이 아니라고 느낍니다.

작은씨 한 톨을 손수 심어서 푸른숲으로 가꾸는 작은길을 누구나 나누면서 넉넉히 어울려 지낼 터전을 천천히 가꾸면 되어요. 누구나 나무 한 그루를 손수 심고서 두고두고 지켜볼 작은집을 작은배움숲 곁에서 지을 수 있으면 됩니다.

전남 고흥에서 부산으로 가려면 두나절(일고여덟 시간)이 걸립니다. 시외버스와 길에서 한참 보냅니다. 이동안 책도 읽지만 손으로 글종이에 노래도 씁니다. 버스와 길에서 쓴 노래 몇 자락을 배움자리에서 만나는 이웃님한테 드립니다. 작은시골에서 길어올린 이야기를 큰고장에도 푸른터가 싹트기를 바라면서 건넵니다. 작은손으로 여민 작은노래가 온고을에 오롯이 온빛으로 오달지게 온꽃으로 올망졸망 피어날 앞날을 그리면서 작은수다를 즐깁니다.

 멀리 이야기마실을 가면, 으레 책집에서 모임을 꾸리기에, 모임을 꾸린 책집에서 책을 실컷 사들인다. 이렇게 사들인 책을 등짐으로 짊어지고서, 전남 고흥에 있는 <숲노래 책숲>으로 기쁘게 나른다.
▲ 멀리 이야기마실을 가면, 으레 책집에서 모임을 꾸리기에, 모임을 꾸린 책집에서 책을 실컷 사들인다. 이렇게 사들인 책을 등짐으로 짊어지고서, 전남 고흥에 있는 <숲노래 책숲>으로 기쁘게 나른다. 최종규

 작은모임을 꾸리면서 사전과 책을 함께 읽으며 시쓰기를 하고, 이동안 틈틈이 손글씨로 글을 적는다. 입으로 들려주는 이야기를 스스로 옮겨적으면, 어느새 새롭게 나눌 말씨앗이 깨어난다.
▲ 작은모임을 꾸리면서 사전과 책을 함께 읽으며 시쓰기를 하고, 이동안 틈틈이 손글씨로 글을 적는다. 입으로 들려주는 이야기를 스스로 옮겨적으면, 어느새 새롭게 나눌 말씨앗이 깨어난다. 최종규

다함께 푸른말씨로 푸른집을 일구는 푸른마음을 나눌 수 있기를 바라요. 우리집과 이웃집 모두 두런두런 이야기씨앗을 부드럽게 펴고서 받는 푸른하루를 지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하나씩 하면 됩니다. 함께 해보면 됩니다. 파랗게 일렁이는 하늘빛으로 함박웃음을 짓는 손길로 어깨동무하면 됩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누리집(blog.naver.com/hbooklove)에도 이 글을 싣습니다.
#작은배움숲 #고흥 #흥양초 #최종규 #폐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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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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