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구로구 거리공원 버스 정류장. 새벽 출근 맞춤형 버스인 8641번(오전 3시 50분 첫차)의 기점이다.
김지현
그러나 신도림역에서 지하철을 탄다고 해도 출근 시간을 맞추긴 어렵다. 기자가 "신도림역도 오전 5시 30분이 첫차"라고 말하자 곧바로 "지각이지"라고 답했다.
"그러니까 어젯밤에 걱정이 태산이었지."
쌀쌀한 새벽 날씨에 약간 도톰한 꽃무늬 점퍼를 입은 여성 청소노동자는 "그래도 새벽 3시에 일어나서 뉴스를 트니까 버스 파업을 안 한대"라며 "그래서 지금 나왔지"라고 웃어 보였다.
서울 시내버스 노사의 임단협 협상이 타결 안 됐다면 이들의 새벽 출근길은 사라질 뻔했다. 이들은 새벽 3시 50분 버스를 타고 출발해도 강남에 도착하면 오전 5시 30분을 넘긴다고 했다. 그러나 가까운 신도림역 첫차는 새벽 5시 30분이라 출근 시간을 맞출 수 없다. 게다가 파업시 구로구에서 운영할 예정이었던 무료 셔틀버스는 오전 7시부터 운행할 예정이어서 이들의 새벽 출근에는 이용할 수 없었다.
"내가 일하는 건물엔 부천에서 심야버스 타고 오는 아줌마들도 있어요. 만약 버스가 안 다니면 그 아줌마들은 택시 타고 출근하는 거죠. 아주 비싸죠. 택시비만 몇만 원인데..."
이들에게 지각은 단순히 출근 시간이 조금 늦어지는 문제가 아니었다. 체크무늬 남방을 입은 여성 노동자는 "지각하면 일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건물 입주 회사의 직장인들이 출근하기 전에 청소 작업을 끝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여성은 집에서 가장 가까운 정류장을 놔두고 매일 거리공원까지 걸어온다고 했다.
"바로 집 앞에 정류장이 있는데도 여기까지 걸어오는 거야. 거기에서 타면 자리가 없어갖고. 1시간을 서서 가야 되니까."
그사이 바람막이 점퍼를 입은 또다른 60대 여성 청소노동자가 정류장에 도착했다. "아이고, 그래도 극적으로 타결이 됐다니까 준비하고서 나왔지. 택시 타고 가야 하나 했는데"라는 말과 함께.
도시의 하루를 여는 '투명인간 노동자'들의 출근버스, 정상운행

▲ 16일 새벽 3시 48분께, 서울시 구로구 거리공원 버스 정류장에 새벽 출근 맞춤형 버스인 8641번(오전 3시 50분 첫차)가 운행 시작을 앞두고 있다.
김지현
8641번은 거리공원을 출발해 신도림역·구로구청·고대구로병원·남구로역·대림역을 지나 고속터미널·논현·학동 등 강남권으로 향하는 새벽 맞춤버스다.
이 노선은 고 노회찬 의원이 2012년 진보정의당 대표 수락연설에서 언급한 '6411번 버스의 투명인간 노동자들'이 이용했던 구로동~강남권 새벽 노선을 잇고 있다. 현재 6411번은 노선 개편으로 기점이 양천구 신정동으로 옮겨졌다.
서울시의 2026년 8월 '버스노선별 정류장별 시간대별 승하차 인원 정보(서울 열린데이터광장)'에 따르면 8641번은 거리공원을 출발할 때는 승객이 많지 않지만 정류장을 지날수록 승객이 불어나 구반포·고속터미널 등에서 하차가 집중된다.
새벽 3시 48분이 되자 8641번 버스 두 대가 전조등을 켜고 천천히 정류장으로 진입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파업이 예정돼 있던 버스기사는 "어서 오세요"라는 인사로 승객을 맞았다. 구로구 거리공원 정류장에선 여성 청소노동자 3명과 2명의 남성이 8641번 버스에 올랐다.
2분 뒤인 새벽 3시 50분. "출발합니다"라는 버스기사의 말과 함께 8641번이 거리공원 정류장을 떠났다. 좌석에 등을 기댄 여성 노동자들은 창밖의 기자에게 손을 흔들었다.

▲ 16일 오전 3시 48분께, 강남으로 출근하는 여성 청소노동자들이 8641번 버스에 탑승했다.
김지현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오마이뉴스 이슈취재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공유하기
"버스 안 오면 걸어"... 새벽 3시 50분 무사히 출발한 8641번 첫차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