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정 돌입한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 개막식이 열린 지난 9월 5일 오전 전남광주 여수시 돌산읍 진모지구 주 행사장에서 관람객들이 이동하고 있다. 섬박람회는 '섬, 바다와 미래를 잇다'를 주제로 11월 4일까지 진모지구와 개도·금오도, 세계박람회장 등 여수 일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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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주민에게 배는 생명선이자 유일한 교통수단이다. 섬 주민에게도, 섬을 찾는 방문객에게도 지금 타는 배가 여객선인지, 도선인지, 유선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제 때 뜨고 안전하게 닿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선박의 종류와 운항 형태에 따라 적용되는 법률과 관리체계가 제각각이다 보니, 문제가 생기면 주민이 어느 기관을 찾아가야 하는지부터 알아내야 한다.
육지 주민은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서 어느 부처 소관인지, 어떤 법률이 적용되는지 먼저 따져보지 않는다. 그런데 왜 섬 주민에게만 행정체계까지 이해하라고 요구하는가.
여객선은 해운법의 적용을 받으나 도선은 유도선법의 적용을 받는다. 여객선은 해양수산부 소관이나 도선은 행정안전부 소관이다. 기상 등에 의한 운항결정 또한 여객선은 해수부 소관이나 도선은 해경소관이다. 도선장(도선계류장) 및 여객 대합실의 설치는 지자체 소관이다. 보성군의 경우 도선관리는 안전건설과가 도서개발 및 항만개발 업무는 해양 수산과가 맡고 있어 제대로 된 도선장 및 여객대합실이 없다.
만년 적자노선 도선의 경우 선령이 다할 경우 선박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데 지원 받을 길이 막막하다. 자자체에서 지원해야 하나, 보성군의 경우 해양수산과가 도선을 담당하지 않고 있어 예산편성이 안 된다. 대중교통법에 여객선은 포함되었으나 도선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앞서 말했듯 여객선은 해수부, 도선은 행안부 소관이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의식은 섬을 바라보는 국가의 언어에서도 드러난다. 오늘 사람이 사는 섬에서 내일 마지막 주민이 떠난다면, 국가는 그 섬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중요한 것은 그 순간부터 어떤 행정용어를 붙이느냐가 아니다. 왜 사람이 떠났는지를 먼저 물어야 한다. 교통이 불편해서였는가, 의료와 교육이 부족해서였는가, 일자리가 없어서였는가, 기본적인 생활서비스조차 유지하기 어려웠기 때문인가.
섬 정책은 사람이 사는 동안만 관리하다가 주민이 떠나면 다른 관리영역으로 넘기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사람이 계속 살아갈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까지가 국가 섬 정책의 몫이다.
한섬원 출범 5년, 국회와 정부가 마주해야 할 질문
섬에서 교통은 교통만의 문제가 아니다. 교통과 의료, 돌봄과 물류, 복지와 정주는 서로 다른 행정업무이기 이전에 하나의 삶이다. 지역이 섬을 하나의 생활권으로 바라본다면, 중앙정부의 제도도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
지금 이재명 정부는 '국민주권정부'를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같은 질문을 섬 행정에도 던져야 한다. 국가는 이미 법의 이름을 '도서'에서 '섬'으로 바꿨다. 그렇다면 행정체계는 얼마나 달라졌는가. 주민이 타는 배의 형태에 따라 관리체계가 달라지고, 교통·정주·의료·관광·수산·환경 문제를 풀기 위해 주민이 여러 기관을 찾아다녀야 하는 구조는 과연 정상인가.
바로 이 지점에서 2021년 한국섬진흥원(아래 한섬원)이 왜 만들어졌는지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 한섬원이 출범할 당시 섬 주민과 관련 단체들의 기대는 작지 않았다. 그동안 섬 관련 정책과 사업은 행정안전부, 해양수산부를 비롯한 여러 부처와 기관에 흩어져, 각기 다른 법률과 예산, 사업체계에 따라 따로 추진돼 왔기 때문이다.

▲추석 앞두고 고향 가는 귀성객들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3일 오전 인천 제물포구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서 고향 섬으로 가는 귀성객들이 여객선에 승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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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섬 발전 촉진법'은 섬 지역에 대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조사·연구·정책수립·진흥을 위해 한섬원을 설립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조사와 연구뿐 아니라 정책수립 지원, 교육·컨설팅·홍보, 나아가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가 위탁하는 사업까지 수행할 수 있는 구조다.
한섬원은 '한국섬연구원'이 아니다. '한국섬진흥원'이다. 물론 연구는 반드시 필요하다. 정확한 조사와 통계, 연구가 뒷받침돼야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온다. 그러나 연구는 정책으로, 정책은 사업으로 이어지고, 그 사업이 실제 섬 주민의 삶을 바꾸는 데까지 연결돼야 한다.
설립된 지 5년 가까이 지난 지금, 섬 주민의 눈높이에서 보면 한섬원은 아직 조사와 연구, 정책 제안에 상대적으로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일부 사업을 위탁받아 수행하고 있지만, 이제는 개별 사업을 그때그때 맡는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 정부는 국가 섬 정책의 방향과 제도를 책임지고, 한섬원은 이를 현장에서 실행하는 전문기관으로서 역할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래야 연구보고서가 서가에서 멈추지 않고 실제 섬으로 내려갈 수 있다.
한섬원을 설립해 놓고도 연구에서 정책으로, 정책에서 현장사업으로 이어지는 구조는 충분히 갖춰졌는가. 여러 부처에 흩어진 섬 업무를 언제까지 지금 같은 구조로 둘 것인가. 한섬원 출범 5년을 맞은 지금, 국회와 정부는 이 질문들을 정면으로 점검해야 한다.
한섬원 출범 당시 섬 주민들이 품었던 기대를 완성하는 길
섬 주민들이 기대한 것은 기관 하나가 더 생기는 것이 아니었다. 어느 부처 소관인지, 어느 법률이 적용되는지 주민이 스스로 찾아다니지 않아도 되는 행정이었다. 연구가 실제 정책과 사업으로 이어지고, 그 결과를 섬 주민이 삶에서 체감할 수 있는 체계였다.
섬 주민의 삶은 하나다. 그렇다면 섬 정책도 하나여야 한다. 흩어진 섬 업무를 하나의 국가 책임체계로 묶고, 한섬원이 연구를 넘어 정책과 사업을 현장에서 직접 실행할 수 있도록 역할을 넓혀야 한다. 섬 주민에게 필요한 것은 어느 부처가 어떤 업무를 맡는지 아는 것이 아니다. 어디에 말하든 국가가 하나의 답을 내놓는 것이다. 그것이 한섬원 출범 당시 섬 주민들이 품었던 기대를 완성하는 길이며, 지금 대한민국 섬 정책이 되짚어봐야 할 '국민주권정부의 기본권보장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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