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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근혜 자서전 봤더니... 중앙일보 인용 내용 '없다'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 다 읽어봐도 '김정일이 육영수 사건 사과' 내용 없어

    등록 2026.10.02 14:26수정 2026.10.02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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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의 한 영화관에 걸린 '암살자(들)' 포스터. 2026.9.28
    ▲ 서울의 한 영화관에 걸린 '암살자(들)' 포스터. 2026.9.28 연합뉴스



    육영수 여사 시해 사건을 다룬 영화 <암살자(들)>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보수 정치권을 필두로 해당 영화가 '육 여사의 암살 배후에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있다는 내용으로 역사왜곡을 했다'고 강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면서 비판자들이 근거로 내세우는 것 중 가장 흔한 것이 바로 '김정일의 사과'다. 2002년 박근혜씨가 평양을 방문했을 당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육 여사 시해 사건을 직접 사과했다는 것이다.

    "박근혜 자서전에 '육 여사 시해 사건에 김정일 사과했다'는 내용 있다"는 <중앙>, 사실일까?

    하지만 해당 보도는 '베이징의 정통한 소식통'이라는 익명의 제보에 기반한 일본 언론의 일방적인 주장이었을 뿐이었다. 박씨의 자서전에도 김정일 위원장이 사과한 사건은 1968년 남파 무장공비의 청와대 습격이었지, 육 여사 시해 사건이 아니었다. 이에 대해 28일 <오마이뉴스>는 이미 팩트체크를 한 바 있다(관련 기사: "김정일이 육영수 시해 사과? 박근혜가 말한 사과는 '김신조 사건'").

    그런데 이와 상반되는 보도가 나왔다. 29일 <중앙일보>는 지면 4면의 <암살자(들) 파문…박정희재단 "상영중단" 박근혜측 "패륜">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2002년 방북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증언도 재조명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2007년 자서전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당시 정권 기관의 극단주의자들이 저지른 일로, 극히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유감을 표합니다'라고 말했다"며 "아버지를 암살하려다가 어머니가 돌아가신 사건에 대해 당사자인 북한 최고 지도자로부터 직접 사과와 유감 표명을 들은 것은 뜻밖이었다"고 밝혔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박근혜씨는 자신의 자서전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육 여사 시해 사건에 대해 사과했다고 서술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서전에 육 여사 시해 사건과 관련된 내용이 없다고 지적한 <오마이뉴스>의 팩트체크 보도가 오보가 된다.
    ▲ <중앙일보>에 따르면 박근혜씨는 자신의 자서전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육 여사 시해 사건에 대해 사과했다고 서술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서전에 육 여사 시해 사건과 관련된 내용이 없다고 지적한 <오마이뉴스>의 팩트체크 보도가 오보가 된다. <중앙일보>

    즉, 위 기사에 따르면 박근혜씨는 자신의 자서전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육 여사 시해 사건을 사과했다고 서술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서전에 육 여사 시해 사건과 관련된 내용이 없다고 지적한 <오마이뉴스>의 팩트체크 보도가 오보가 된다.


    박근혜 자서전 확인해 보니... 김정일 만남 관련해 육 여사 시해 사건은 언급되지 않아

    두 언론의 보도 중 어느 쪽이 옳은지 알 방법은 간단하다. 자서전에 해당 내용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해 보면 된다. 절판된 책이었지만 다행히도 중고서점을 통해 금방 구할 수 있었다.


    책에서 2002년 방북을 다룬 분량은 '북한에서 날아든 초청장'이라는 제목의 장으로 10쪽(194쪽부터 203쪽까지)이 할애됐다. 책에서 박씨는 김 위원장과 백화원 영빈관 내 별도의 회의실에서 속기사 한 명을 배석한 채 한 시간 동안 면담을 가졌다면서 이렇게 썼다.

    간단하게 인사말을 주고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김정일 위원장이 불쑥 1968년 북한의 특수부대가 청와대를 습격했던 사태에 대해 사과의 뜻을 전했다. "당시 극단주의자들이 일을 잘못 저질렀습니다.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그 일을 저지른 사람들은 다 응분의 벌을 받았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의 화법과 태도는 인상적이었다.

     책에서 2002년 방북을 다룬 분량은 '북한에서 날아든 초청장'이라는 제목의 장으로 10쪽(194쪽부터 203쪽까지)이 할애됐다. 책에서 박씨는 김 위원장과 백화원 영빈관 내 별도의 회의실에서 속기사 한 명을 배석한 채 한 시간 동안 면담을 가졌다면서 위와 같이 썼다(빨간색 네모 안).
    ▲ 책에서 2002년 방북을 다룬 분량은 '북한에서 날아든 초청장'이라는 제목의 장으로 10쪽(194쪽부터 203쪽까지)이 할애됐다. 책에서 박씨는 김 위원장과 백화원 영빈관 내 별도의 회의실에서 속기사 한 명을 배석한 채 한 시간 동안 면담을 가졌다면서 위와 같이 썼다(빨간색 네모 안). 박성우

    책에서 김 위원장의 사과에 대해 언급한 부분은 이것이 전부다. 이후의 내용은 박씨가 김 위원장과 이산가족 문제, 금강산댐 문제 등 당시 남북 현안에 대한 의견을 공유한 뒤 김 위원장이 언젠가 답방하면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에 참배하겠다고 약속한 뒤 면담 내용에 대해 언론에 공개하는 것을 흔쾌히 수락했다는 서술뿐이다. <중앙일보>가 인용한 내용과 비교해 보면 김 위원장의 발언도 달랐고, 육 여사 시해 사건에 대한 언급도 전혀 없었다.

    혹시나 육 여사가 숨졌을 때 관련한 내용이 있지 않을까 싶어 자서전에서 육 여사 서거 이후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했었을 때를 회고한 부분도 꼼꼼히 읽어봤지만 역시나 <중앙일보>가 보도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물론 내가 읽은 책은 2007년 초판이다. 이후 인쇄본에서 그 내용이 바뀌었는지까지 확인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중앙일보>가 "2007년 자서전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에서"라고 밝힌 만큼 내가 본 책과 같은 책으로 보인다.

     내가 읽은 책은 초판 3쇄본이다.
    ▲ 내가 읽은 책은 초판 3쇄본이다. 박성우

    이는 어찌 보면 당연하다. 일본 <지지통신>이 '김 위원장이 육 여사 시해 사건에 대해 사과했다'고 보도했음을 전하는 2002년 9월 14일 자 <한국일보> 보도를 보면 박씨는 측근을 통해 <한국일보>에 "1·21 청와대 습격 사건에 대한 사과를 받기는 했으나 어머니 사건에 대해서는 들은 적이 없다"고 명백한 입장을 밝혔다.

    안 그래도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역사적 해석과 표현의 자유를 두고 정치권과 사회 전반의 갈등이 심각한 상황이다. 이토록 민감하고 엄중한 시기일수록 언론은 철저한 팩트체크를 통해 냉정하게 사실관계를 바로잡고 사회적 소모전을 줄여야 할 책무가 있다.

    적어도 2007년 판 박근혜 자서전에는 해당 내용이 없다. <중앙일보>는 박근혜 자서전 어디에 자신들이 보도한 내용이 있는지 밝혀주길 바란다.

    #암살자들 #중앙일보 #가짜뉴스 #육영사시해사건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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