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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찰 개혁이란 '슬로건'이 정치와 행정 압도한 느낌"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등록 2026.10.02 19:27수정 2026.10.02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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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중구 수표동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서울지방중대범죄수사청이 입주한 르네스퀘어 빌딩.
    ▲ 서울 중구 수표동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서울지방중대범죄수사청이 입주한 르네스퀘어 빌딩. 권우성

    10월 2일,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검찰청이 폐지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했다. 78년 만에 찾아온 형사사법 체계의 커다란 변화다. 하지만 여권 내 갈등으로 인해 공소청장과 중수청장이 임명되지 않은 채로 출범해 이른바 '개문발차'한 셈이 되었다.

    지금까지의 검찰개혁 추진 상황을 되짚어보고, 새로 출범한 공소청과 중수청 체제에서 우려되는 지점들을 짚어보고자 지난 1일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2일 중수청과 공소청이 출범합니다. 78년 만의 변화인데,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한마디로 걱정이 앞섭니다. 공소청은 명칭 변경과 기존 수사 업무를 덜어내는 수준이라 그나마 무리 없이 변화를 넘길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새로 설치되는 중수청은 앞날을 짐작하기 쉽지 않습니다. 아직 수장도 정해지지 않았고, 필요한 수사 인력도 30% 수준 결원이라고 해요. 형사사법포털(KICS)이나 청사 같은 물적 자원도 미비한 상태고요. 그러다 보니 중수청 중심의 새 수사 체계가 언제쯤 자리 잡힐지도 불분명한 상태입니다."

    - 검찰청 폐지 법안이 통과한 게 1년 전인데, 준비가 왜 이렇게 늦어진 걸까요?

    "중수청법이 제정되긴 했지만, 그 후 보완수사권 인정 문제 같은 기술적·행정적 미시 정책에 매달리다 보니 정작 중요한 수사 체계 구축은 소홀히 한 것 같습니다. 형사소송법 개정 작업이 지연된 것도 큰 핑곗거리가 됐고요. 어쩌면 검찰 개혁이라는 '슬로건'이 형사소송법 개정 과정에서 정치와 행정 두 영역을 압도해버린 느낌도 있습니다. 구체적이고 실무적인 질문들이 적지 않았는데, 개혁을 추진하는 쪽에서는 '다 검토해서 준비하고 있으니 문제없다'는 식으로 핵심을 우회했어요. 이런 점들은 검찰 개혁의 전제이자 실천 방식인데도, 개혁론자들은 행정에 미루고 스스로 답을 구하려 하지 않았던 면이 없지 않습니다."

    - 실무적인 게 중요하지 않나요? 어떻게 할 건지 계획이 나와야 했잖아요.


    "보완수사권 문제가 너무 큰 의제로 거론된 게 걸림돌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에 대한 입장 차이가 개혁 입법의 행정적 지원이나 협조 틀을 부실하게 만든 것 같아요. 개혁을 말하는 쪽은 슬로건에 집착하며 실무 지원 요구를 제대로 하지 못했고, 실무를 담당하는 쪽은 개혁의 큰 그림과 현실의 간극이 너무 크게 느껴져 섣불리 준비 작업에 들어가지 못했던 것 아닐까 싶습니다."

    - 구체적으로 어떤 준비가 안 된 건가요?


    "예컨대 검찰 수사관들은 개혁 과정에서 '검찰 권력의 하수인'이라는 비판 외에, 새 체계에서 어떤 직업적 역할을 구축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정보나 확신을 전혀 얻지 못했습니다. 공소청 인력구조도 마찬가지예요. 개혁론 쪽에서는 수사권이 없어지니 인력도 줄여야 한다는 반면, 검찰 쪽에서는 보완수사 업무가 오히려 늘어나니 감축은 불가하다고 합니다. 공소청 검사들의 직무분석이나 사건처리 시뮬레이션 같은, 반드시 고려됐어야 할 작업이 하나도 이뤄지지 않은 결과인 거죠.

    엄밀히 보면 이런 준비는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이 처리했어야 했는데, 거기서조차 실무적 대비라는 책무가 형사소송법 개정 방향이나 보완수사권 문제에 함몰돼버린 것 같습니다. 요컨대 개혁 전 과정에서 입법은 입법대로 흘러가고, 실무는 실무대로 머물러 있었던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중수청은 공수처의 운명에서 벗어나야"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유성호

    - 중수청장에 검사 출신인 김지용 변호사 지명한 걸 두고도 여권 내 비판이 있어요. 일각에선 검사 출신이 맡는 게 맞다는 의견도 나오고요.

    "수사 영역에 전문화된 게 검찰 쪽이라는 말은 현실적으로 맞는 말일 수 있습니다. 특수, 공안, 대형 경제범죄 등에서 검찰이 수사를 주도해 왔기 때문에 그에 상응하는 전문성을 가진다고 말할 수 있는 거죠. 다만 개혁을 말하는 입장에서는 그동안 검찰 특수 수사나 공안 수사에서 써온 기법들이 인권이나 법치주의 차원에서 바람직한지 진지하게 고민했어야 했는데, 개혁을 추진하던 정치권은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이런 결여 때문에 이번 검찰 개혁을 두고 이세영 한겨레 논설위원 같은 분이 '슬로건 정치'라고 말하게 된 것 같아요. 외형적으로는 거대 개혁 의제를 내세우면서도, 정작 국민 위에 군림했던 권력의 실체에는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은 면이 있는 거죠. 단적인 예가 종래 대검이 가지고 있던 방대한 범죄정보 데이터베이스예요. 외장하드에 복사해 중수청에 넘긴다고 하던데, 그 이전에 이런 자료의 존재 자체를 염려하고 폐기 여부부터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 공수처가 출범할 때 초대 청장을 판사 출신이 맡았잖아요. 판사 출신이라 수사 경험이 없으니까 공수처가 제 기능 못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던 걸로 알거든요. 때문에 중수청장을 검찰 출신으로 한 것 같은데.

    "공수처는 매우 중요한 전례이자 타산지석이 됩니다. 공수처가 부실화된 원인은 여러 가지예요. 공수처장이 수사기관이 아닌 판사 출신이었다는 점과 더불어, 임명 과정이 정쟁에 빠지면서 온전한 리더십을 갖추지 못한 것도 큰 원인이었습니다. 애초 공수처가 허약한 조직으로 설계됐던 점도 무시할 수 없고요. 공수처가 검찰이나 국수본 등 다른 수사기관과 유기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하지 못한 건 그 결과이자 원인이었습니다. 가뜩이나 허약한 공수처가 고립무원 지경에 빠진 거죠."

    - 그럼 중수청은 공수처와는 다를까요?

    "중수청은 이런 운명을 벗어나야 합니다. 검찰 출신 수사관들이 정원의 2/3는 채웠기에 공수처만큼 부실하지는 않을 거예요. 그럼에도 출범 당일까지 리더가 결정되지 않았다는 건 매우 큰 결함이 될 수 있습니다. 중수청의 수사는 국수본과 경합되는 구조고, 공소청으로부터는 보완수사 요구와 기소 여부 판단을 받아야 하거든요.

    그래서 중수청에 가장 필요한 건 수사 전문인력 확보를 넘어, 공소청·국수본·공수처·특사경 등 다른 형사사법기관들과의 협력 체계입니다. 그런데 출범 당일까지 그런 협력 체계를 구성할 기반은 물론, 권한 갈등이 생겼을 때 책임지고 처리할 리더십조차 부재한 상태예요. 지금 중수청에 필요한 건 수사 역량이 아니라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조직의 안정과 효과적인 작동을 이뤄낼 수 있는 기초 공사를 할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작업을 아직 시작도 못 하고 있어 걱정됩니다."

    "형사사법 체계 전반의 개혁으로 바뀌어가야"

    - '수사 기소 분리로 검찰 개혁은 끝났다'고 주장하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검찰 개혁은 된 게 없다'는 의견도 있는데.

    "이런 게 바로 검찰 개혁을 하나의 '슬로건'으로 만드는 사례입니다. 10월 2일부터 검찰이라는 단어는 형사사법 체계에서 사라지고 공소청 검사만 남습니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다 가지고 국민 위에 군림하던 권력 조직으로서의 검찰은 일단 사라지는 거죠. 그래서 지금은 '검찰 개혁'이 아니라 공소청을 포함한 형사사법 체계 전반의 개혁으로 바뀌어가야 합니다.

    공소권 남용 여부, 보완수사 요구가 제대로 이루어지는지 등 세목의 권한에 대한 일상적인 감시와 견제가 필요해요. '검찰 개혁'이 담아냈던 시대적 당위성은 이제 중수청과 국수본, 경찰로 넘어가야 합니다. 중수청이 국민을 억압하는 권력으로 변질되거나 경찰 권력이 민주적 통제에서 벗어나는 걸 막는 노력이 중심에 자리해야 해요. 존재하지도 않는 검찰 권력의 위험성을 과장하는 허수아비 때리기에 빠질 게 아니라, 구체적이고 현실성 있는 개혁 과제를 제시해야 할 때입니다."

    - 유시민 작가가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 상대로 검찰 개혁에 대해 사기 쳤다'는 취지로 말했어요.

    "이게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정치계획과 행정계획의 차이에 대한 오해가 원인이었다고 생각돼요.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들이 일관되고 명확해서 뚜렷한 개혁 지침이 됐으면 좋았겠지만,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개혁 방안까지 대통령이나 정치지도자가 관여하기는 어렵습니다. 추상적 수준에서 개혁 방향을 언급한 게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있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적대적 비난까지 가는 건 너무 과하지 않나 싶어요.

    정치인의 거짓말은 흔한 정치 기법일 수 있죠. 거짓말 자체가 아니라, 상황 변화나 여론 흐름에 따라 자신의 입장이나 발언을 조정해 나가는 일종의 반응적 정치는 필요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속마음이 어땠든, 취임 이후 지금까지 검찰 개혁의 요체를 저버린 적은 없었습니다. 그 점을 중시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 중수청과 공소청이 출범하면 초기라서 시행착오나 미비점이 많을 텐데 가장 우려스러운 건 뭘까요?

    "우선 공소청의 경우는 체제를 안정시키는 데 집중하면 별문제 없을 듯합니다. 그러나 중수청은 상당 기간 문제 지점으로 남을 것 같아요. 이미 말씀드린 것처럼 인력이나 물적자원이 확보되지 못한 채 출범하면서 리더십도 협력체계도 구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수사 권한은 이미 강력한 권력으로 자리 잡은 국수본과 경합되어 있고요. 그러다 보니 중수청의 권한인 6대 범죄 수사권의 상당 부분을 국수본에 의존하면서 자기 권능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KICS 같은 형사사법 시스템조차 경찰 것을 차용해 쓰는 지경이니 더더욱 그렇고요. 기우였으면 좋겠지만, 자칫 공수처의 그림자가 어른거릴 지경이기도 합니다."

    - 예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두고 검찰과 경찰이 갈등했잖아요. 그게 중수청과 국수본의 갈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까요?

    "중수청과 국수본은 더없이 긴밀히 협조해야 하고, 범죄 정보나 수사 기법 등을 공유해야 하는 두 기관입니다. 그런데 조직 구성은 매우 이질적이에요. 중수청은 검찰 출신들이, 국수본은 경찰이 중심이거든요. 그러면서 수사권은 경합이 되고, 태생적 한계로 인해 중수청은 상당 기간 국수본에 의존해야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양자 간 유기적인 협력체계 구축은 너무도 절실한 사항입니다. 그게 여의치 않아 서로 갈등이라도 하게 되면, 그걸 해결할 리더십도 없으니 그 피해는 오롯이 국민들에게 전가돼 버립니다. 공소청과의 관계도 마찬가지고요. 정부와 검찰 개혁을 추진했던 정치권은 이 부분을 한시라도 빨리 정리해야 합니다."

    "과거 검찰 권력으로 회귀하는 건 불가능할 것"

    공소청 공소청
    ▲공소청 공소청 이정민

    - 만약에 정권 교체가 된다면 검찰 개혁이 이전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나요?

    "과거의 검찰 권력으로 회귀하는 건 불가능할 겁니다. 이미 우리 사회는 수사·기소 분리의 필요성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고 깊은 수준의 합의도 이루어냈습니다. 이걸 되돌릴 수는 없을 거예요. 의견이 나뉘는 부분은 보완수사권이나 수사지휘권, 전건송치 같은 행정적 수준의 대안들인데, 정권이 교체돼 변화를 도모한다 해도 이 정도 수준에서 바뀔 것 같습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건 새로 출범하는 중수청이나 공소청이 어떤 행태를 보이고 어떤 성과를 거두는가겠지만, 일반적으로는 바뀌어도 시행착오 수준의 교정 작업에 그치지 않을까 싶습니다."

    - 그럼, 앞으로 전망은 어떻게 하세요?

    "새 형사사법 체계는 그런대로 잘 운영될 겁니다. 다만 개혁 이전 상태에 비해 나아진 것인지는 별도의 고찰이 필요할 거예요. 피해자 보호에서 정의 실현에 이르기까지 부단한 감시와 평가, 조정 작업이 계속 이어져야 합니다. 다만 이번 개혁으로 국민들의 사법적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우려스럽습니다. '형사사법의 민영화'라는 비아냥이 빈말이 아니거든요. 국수본과 중수청이 검찰의 수사권을 이양받았지만 그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전체 수사 역량과 자원이 늘어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늘어난 수사 업무량 상당 부분이 피해자나 일반 국민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커졌고, 법원의 재판 부담도 급증하게 됐어요. 부실한 수사에도 불구하고 유죄판결을 받아내야 하는 부담까지 개인이 지게 되는 거죠. 그러다 보면 탐정업법 제정이나 유죄협상제도 도입 요구도 나올 수 있습니다. 어쨌거나 종래 국가가 감당하던 사법 비용을 이제는 개인이 상당 부분 소화해야 하는 상황이 되는 만큼, 정치권이 책임 있는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합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전북의소리에도 실립니다.
    #한상희 #검찰개혁 #공소청 #중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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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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