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월 4일(현지 시간) 미국 디트로이트 머제스틱 극장에서 열린 경선 개표 행사에서 지지자들에게 연설하는 압둘 엘사예드 미시간 상원 후보(민주). 그는 미국 자동차노조의 지지를 받으며 경선을 치러 헤일리 스티븐스 하원의원을 꺾었다.
연합뉴스
'맘다니 열풍'은 해를 넘겨서도 이어졌다. 6월 중간선거 경선에서 맘다니의 지지를 받은 DSA 소속의 멜라트 키로스는 15선 현역 의원 다이애나 디게트를 꺾고 콜로라도 하원의원 후보로 지명됐다. 8월 상원의원 경선에서도 샌더스 등의 지지를 받은 민주당 진보파 압둘 엘사예드가 당권파의 지지를 받은 헤일리 스티븐스를 꺾고 본선 후보로 지명됐다.
그러나 이들의 미래가 마냥 장밋빛은 아니다. 특히 미시간 등의 '스윙 스테이트'에서는 중도층과 무당층의 표심이 당락에 결정적인 만큼 진보 후보의 출마가 본선에서 이들의 지지를 흡수하는데 어려움을 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도부와도 미묘한 불협화음이 발생하고 있다. 반(反)트럼프 결집으로 의회 다수당 탈환을 노리는 민주당의 전략과 생활비, 보험료 문제에 초점을 두는 진보·DSA 후보들의 전략에는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 익명의 민주당 의원은 <악시오스>와 한 인터뷰에서 선거 이후 좌파 의원들이 지도부의 표결 전략을 흔들 가능성을 우려하기도 했다.
선명한 정치색을 내세운 후보들을 향한 정치적 공세도 쏟아지고 있다. 미시간에서 스티븐스를 지원했던 에이팩(AIPAC·American-Israel Public Affaires Committee)은 경선 후 이스라엘 지원에 반대한 엘사예드를 낙선시키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공화당 역시 DSA와 진보 후보들을 '공산주의자'라고 칭하며 민주당 전체에 급진적이고 불안정한 정당이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
이념 공세에 민주당 내부에서도 동요가 일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현역 하원의원을 포함한 민주당 후보 60여 명은 '미국을 향한 약속(Promise to America)'이라는 서약에 서명했다. 해당 서약은 사회주의에 반대하며, 자본주의의 시장 경제 체제를 옹호하고 강조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미국에서 사회주의 금기 풀릴까
그렇다면 오랫동안 금기였던 사회주의가 왜 지금 다시 미국 정치의 대안으로 거론되기 시작한 것일까. 그 배경에는 지난 수십 년간 미국 진보 정치가 겪은 변화가 있다.
소련 해체와 냉전 체제의 종막 이후, 미국에는 신자유주의적 경제 질서가 확고히 자리잡았다. 동시에 경제적 재분배와 계급 정치는 미국 정치에서 설자리를 잃었다.
이런 정치적 환경에서 미국의 진보 정치는 경제적 재분배보다 인종·정체성·성적 지향 등 사회문화적 의제를 중심으로 외연을 넓혀갔다. 흔히 '정치적 올바름(PC·Political Correctness)'이나 정체성 정치라는 이름으로 불린 이러한 움직임은 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고, 이들의 권리를 확대하는 데 적잖이 기여했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경제적 평등의 언어와 충분히 결합하지 못했다는 데 있었다. 신자유주의 체제 하에서 경제적 불평등과 고용 불안정성이 심해지는 가운데, 정치적 담론에서는 언어와 대표성, 정체성을 둘러싼 논쟁이 더욱 두드러졌다. 정치철학자 낸시 프레이저는 이를 '진보적 신자유주의(progressive neoliberalism)'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영화와 게임 등 대중문화에서도 이를 둘러싼 논쟁이 확대됐고, 이러한 흐름은 일부 대중에게 피로감과 반발을 불러왔다. 실제로 2016년 퓨 리서치센터 조사에서 미국인의 59%는 '요즘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사용하는 언어에 지나치게 쉽게 불쾌해한다'라고 답했고, 트럼프와 공화당 역시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반발을 자신의 정치적 언어로 적극 활용했다.
결국 한쪽에서는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고, 다른 한쪽에서는 문화와 정체성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바로 이 틈에서 샌더스는 계급과 재분배를 다시 전면에 내세웠다. 의료비와 대학 등록금, 최저임금과 부의 불평등 같은 생활의 문제를 정치의 중심으로 되돌려놓으면서, 오랫동안 금기시됐던 사회주의 역시 새로운 대안의 하나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특히 Z세대(Gen-Z)를 위시한 청년층은 사회주의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는 대표적인 세대다. 2026년 8월 갤럽 조사에서는 18~34세 미국인의 57%가 사회주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자본주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비율은 43%에 그쳤다. 매카시즘 시대 이후 사회주의라는 단어의 낙인 효과가 젊은 층에서는 힘을 크게 잃었다는 반증이다.
10년 전, 선풍적인 돌풍을 이끈 샌더스의 도전은 경선에서 좌절됐다. 그러나 10년 뒤 미국의 진보층은 중간선거 본선에 직접 나서고 있다. 이들이 맘다니의 성공을 재현하고 사회주의라는 금기를 깨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아니면 중간선거 패배의 원흉으로 지목될지, 11월은 그 중요한 갈림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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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는 왜 미국 정치의 '뜨거운 감자'가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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