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송 녹색친구들 건물 외벽. 세입자들이 걸어놓은 플래카드가 보인다.
신민주
내가 살고 있는 삼송점은 특히 더 심각하다. 삼송은 사건 초창기부터 공공매입 논의에서 자주 이탈해 있었다. 그 이유를 오랜 시간 동안 모르다가 세 주택의 사업 지침서를 모두 읽어본 이후에야 알게 되었다. 세 주택 모두 사회주택 사업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을 경우 공공기관이 주택을 매입하도록 되어있지만, 세부 항목의 차이가 있었다.
삼송점은 다른 지점과 달리 건물 감정가액의 100%가 아닌 50%로 공공기관이 사업자로부터 주택을 매입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얼핏 보면 공공기관에 매우 유리해 보이는 조항임에도, 사건이 터지자 HUG에서는 그 조항 때문에 공공매입을 결정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자칫 그 조항에 따라 50%로 사게 되면 배임 등 법적 이슈가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그러고는 세입자들에게 아주 복잡한 계산식들을 늘어놓으며 이해를 구한다고 했다.
아직까지도 문제 해결에 걸림돌이 될 조항을 넣어놓고, 그 조항 때문에 문제 해결을 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 쉬이 이해되지는 않는다. 사업을 시작하며 세입자 보호장치를 마련했다고 홍보하면서도, 사실은 공공기관이 귀찮은 문제를 해결하기 싫어 이를 무력화할 수 있는 조항을 넣어 두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사업 설계부터 이러한 문제를 몰랐더라면, 그것은 공공기관의 무능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노릇이다.
해당 지침서를 만든 기관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 땅 주인인 HUG와 사업 설계 책임이 있는 LH는 모두 국토부 소속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토부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공식적 입장을 밝힌 적도 없다. 최소한의 사과도, 유감 표현도, 해결을 위한 대책도,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도 마찬가지였다. 진심으로 국토부에 묻고 싶다. 이런 방식의 사업이 청년과 서민을 위한 방법이냐고.
장관에게 바라는 것.
기자회견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어쩌면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더 있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기자회견 전, 홍지선 장관의 인사청문회 영상을 열심히 돌려봤다. 홍 장관은 20년 동안 무주택자로 전세살이를 하다가 대출을 받아 집을 사게 되었다고 말했다. 2년마다 이사를 다니는 것이 힘들었다며, 무주택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하겠다는 말도 했다.
홍지선 장관에게 20년 동안의 무주택자 시절은 어떻게 남았을지 궁금하다. 청년 시절에 잠시 겪었던 고생 정도로 그 시기를 넘겨버렸을지, 아니면 정말로 무주택자의 권리에 대해 고민하고 싸워 나가겠다는 결심을 하는 계기가 되었을지는 모르겠다. 이왕이면 그때의 기억이 본인의 성장 스토리 중 하나로 쓰고 버리는 기억으로만 남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나의 고통을 이해하는 사람이 장관이 되길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홍지선 장관님께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런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아직 녹색친구들 주택에 살고 있다고. 집이라는 것이 고통의 공간으로 바뀌어버린 이후에도 쭉 그렇게 살고 있다고. 이 문제는 사실 끝나지 않았다고. 우리를 한 번만 돌아봐달라고. 우리를 이해해달라고.
홍지선 장관이 일부 청년들의 불쌍함 정도로 무주택자들의 설움을 취급하지 않기를 바란다. 동시에 홍 장관이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 장관이 되기를 바란다. 새로운 임기를 새로운 방식으로 시작하고 싶다면, 이제 국토부가 입을 열어야 한다. 사과와 문제 해결, 지극히 상식적인 요구를 외면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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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택 '녹색친구들' 삼송점에 거주하는 입주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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