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 안내판에 적힌 시루섬 기적의 다리 시설 개요. 다리는 2026년 3월 준공됐다.
김은정
현장 안내판에 따르면 시루섬 기적의 다리는 2026년 3월 준공됐으며 총연장 617m, 보행 폭 1.8m, 주탑 높이 68m의 보행교다. 내진 1등급으로 설계됐으며 초속 28m의 바람에도 견딜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최대 3709명이 동시에 건널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설명도 눈에 들어왔다. 숫자로만 보면 새로운 관광시설 하나가 생긴 것이다.
하지만 이 다리가 특별한 이유는 규모보다는 그 다리가 향하는 곳에 있지 않을까. 다리가 연결하는 곳이 바로 시루섬이기 때문이다. '기적의 다리'라는 이름 역시 1972년 수해 당시 서로의 팔을 붙잡으며 살아남았던 시루섬 주민들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그 사실을 알고 다리를 걸으니 단순한 출렁다리와는 느낌이 달랐다.
직접 걸어보니 다리는 생각보다 길었다. 걸음을 옮길수록 남한강과 주변 산세가 시원하게 펼쳐졌다. 파란 하늘에 흰 구름까지 떠 있어 어디를 찍어도 사진이 잘 나오는 날이었다. 하지만 나는 자꾸 아래를 내려다봤다. 조금 전 본 1972년 지도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 근처였을까.' 시부모님이 살던 집, 매일 오가던 길, 친구들과 뛰어놀던 곳. 정확한 자리를 내가 알 수는 없었다. 수몰된 고향을 가진다는 것이 어떤 마음인지도 내가 온전히 알 수는 없다. 내가 살던 동네가 변하더라도 다시 찾아가 '여기 우리 집이 있었는데', '이 길로 학교를 다녔는데'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물속에 잠긴 고향은 다르다. 가고 싶어도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그런 생각을 하며 다리 위에서 강을 바라보니 아름다운 풍경 뒤로 보이지 않는 마을 하나가 겹쳐지는 듯했다.
새 관광지가 오래된 기억을 지우지 않았으면
요즘 지역마다 출렁다리와 전망대가 생긴다. 멋진 풍경을 보고 사진을 찍는 것도 여행의 즐거움이다. 시루섬 기적의 다리 역시 앞으로 단양의 새로운 관광명소로 많은 사람이 찾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곳에 간다면 다리를 건너는 것만으로 여행을 끝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리 입구에 있는 안내판도 읽어보고, 1972년 시루섬 개황도 앞에도 잠시 서보기를 권하고 싶다. 왜 이 다리에 '기적'이라는 이름이 붙었는지를 알고 걸으면 발아래 흐르는 강이 조금 다르게 보인다.
이곳에는 1972년 물탱크 위에서 서로의 팔을 놓지 않았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보다 앞서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라고 농사를 짓고 아이를 키우며 평범한 하루를 살았던 사람들도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이곳을 '우리 고향'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있다. 그중에 내 시부모님도 있다.
다리를 다 걷고 다시 한번 뒤를 돌아봤다. 처음 도착했을 때는 새로 생긴 보라색 다리부터 눈에 들어왔다. 돌아갈 때는 달랐다. 시부모님이 무심한 듯 건넨 말들이 자꾸 떠올랐다.
새로운 관광지가 생기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 덕분에 사람들이 찾아오고, 잊혀가던 장소가 다시 알려지기도 한다. 다만 새것을 보러 온 사람들이 그곳에 있었던 오래된 이야기도 함께 기억했으면 좋겠다. 다리는 올해 새로 놓였지만, 이곳의 이야기는 그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시루섬 기적의 다리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다리를 넘어, 지금의 우리와 그곳을 고향으로 기억하는 사람들의 시간을 이어주는 다리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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