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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증금도 없는 것들이" 멸시 이겨내고 삶터 지켜낸 주민들

    양동쪽방주민회, 투쟁 백서 <보증금도 없는 것들이 서울역 앞에 공공임대를 지었다> 출간 기념회

    등록 2026.10.03 16:46수정 2026.10.03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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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증금도 없는 것들이 서울역 앞에 공공임대를 지었다> 출간기념회
    ▲ <보증금도 없는 것들이 서울역 앞에 공공임대를 지었다> 출간기념회 박성우

    9월의 마지막 날, 서울역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는 반빈곤운동 공간 '아랫마을'에 사람들이 속속들이 모여들었다. 양동 쪽방촌 주민들이 모인 이유는 지난 7년간의 눈물겨운 주거권 투쟁을 고스란히 담아낸 백서 <보증금도 없는 것들이 서울역 앞에 공공임대를 지었다>의 출간을 기념하고 그동안의 성취를 함께 나누기 위해서였다. 오랜 싸움 끝에 맞이한 결실을 실물로 받아 든 이들의 감회는 어느 때보다 깊고 뜨거웠다.

    행사는 박종만 '양동쪽방주민회' 위원장의 회고로 문을 열었다. 박 위원장은 처음 양동 쪽방촌에 들어와 3개월 만에 집주인의 사업 부도로 쫓겨났던 아픈 기억을 꺼내놓았다. 그는 "이렇게 쫓겨나다 보면 사람이 안 남겠다 생각해 활동가들과 주민분들의 도움으로 양동쪽방주민회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그렇게 7년의 세월을 투쟁했다"라고 회고했다.

    그는 활동가들과 주민들의 투쟁으로 만들어낸 공공임대주택 '해든집'을 두고 서울시와 중구청이 지금까지 양동 주민들의 고통은 외면해 놓고 자신들의 치적이라고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비판하며 "이 정치인들의 세 치 혀에 우리가 희생을 당하고 있어 왔다. 더 이상은 당하지 않겠다. 우리의 투쟁을 끝까지 지켜봐 달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7년의 투쟁과 기록이 담긴 백서... "한 평 방에 산다 한들 사람 아니냐... 주거권은 인권이다"

     ‘양동 주민의 노래’를 참석자들이 다 함께 부르며 승리의 의미를 되새겼다.
    ▲ ‘양동 주민의 노래’를 참석자들이 다 함께 부르며 승리의 의미를 되새겼다. 박성우

    이어지는 순서에서는 백서의 집필진인 홈리스행동 활동가들이 백서의 주요 내용을 세 개의 장으로 나누어 생생하게 풀어냈다.

    1장 '개발 이전의 양동'에서는 해방과 한국전쟁 이후 피난민과 가난한 사람들이 남산 자락에 판잣집을 짓고 모여 살았던 역사와 함께, 양동이 대표적인 성매매 집결지이자 정비의 대상으로 낙인찍혀 끊임없는 철거의 아픔을 겪어온 과정을 짚었다. 외환위기 이후 거리로 내몰린 이들이 최선이자 최후의 주거지로 쪽방을 택했으나, 반복되는 개발 속에서 원주민 대책은 전무했다고 지적했다.

    2장 '재개발이 몰고 온 균열과 투쟁'은 2017년부터 이어진 재개발과 주민들의 투쟁 역사를 조명했다. 개발 계획 속에서 주민들의 삶의 터전은 지워졌고, 건물주들의 폭력과 회유, 사전 퇴거로 인해 471명이던 주민이 230명 이하로 급감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굴하지 않고 2019년부터 "쪽방에 산다고 주거의 권리까지 쪼갤 수 없다"라고 외치며 투쟁에 나섰다. 주민들은 설문조사를 통해 이곳에 계속 살겠다는 의지를 모았고, 주민회를 조직해 도시계획위원회 피케팅, 전입신고 거부 민원 제기 등 끈질긴 싸움을 이어갔다.

    그 결과 처음 계획에 없었던 공공임대주택과 사회복지시설이 마련되었고, 마침내 2025년 8월 해든집이 준공되어 142세대가 입주할 수 있었다. 다만 사전 퇴거와 전입신고 누락으로 배제된 이들이 여전히 존재하는 만큼 "모두의 집들이는 아직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3장 '이야기: 떠난 자와 남은 자'는 투쟁의 과정에서 세상을 떠난 이들과 여전히 고립 속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의 이야기를 전하며 깊은 울음을 남겼다. 투쟁의 맨 앞에 나섰으나 결실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주민들과 동고동락했던 이웃들이 타지로 떠나간 기억은 참석자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이후 행사는 고단했던 여정을 위로하고 연대의 의지를 다지는 문화제에서 매주 불렀던 '양동 주민의 노래'를 참석자들이 다 함께 부르며 "보증금도 없는 것들이"라는 멸시에 맞서 싸워 얻어낸 승리의 의미를 되새겼다. "한평 방에 산다 한들 사람 아니냐. 하나 되어 외쳐보자 주거권은 인권이다"라는 가사에서 이들의 심정이 절절하게 느껴졌다.

    "깨끗한 집에 어머니 영정사진 모시게 되어 마음 놓여"

     출간 기념회 장면
    ▲ 출간 기념회 장면 박성우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해든집에 입주한 양동 주민들의 생생한 육성 증언과 그간의 삶을 되짚어보는 시간이었다.

    사업 실패 후 곡절 끝에 2019년 크리스마스이브에 양동 쪽방촌에 들어오게 되었다는 이화진씨는 "투쟁 끝에 해든집이 완공돼 잘 거주하고 있다"라고 소회를 밝히며, 앞으로 주민회가 양동 내부 일에 머무르지 않고 동자동 공공주택 사업 등과 연대하는 중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53년 어린 시절 배고픔을 견디지 못해 열차를 타고 올라와 양동에서 70년 세월을 살아온 권영태씨는 1984년 첫 철거를 포함해 한 곳에서 무려 세 번의 철거를 겪으며 고물을 주워 생계를 유지해 온 고된 세월을 회고했다. 하지만 해든집에 입주한 이후 난생처음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 방으로 편안하게 들어가는 일상에 큰 행복을 느끼고 있다고 웃어 보였다.

    2014년 상경한 후 건설업을 전전하다 양동에 흘러들어 살았다는 백고현씨는 밤마다 쫓겨날까 두려워하고 추운 겨울 공원에서 떨며 지내던 시절을 떠올리며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지금은 어머니의 영정사진을 깨끗하고 좋은 집에 모시게 되어 마음이 참 놓인다며 해든집에서의 안락한 삶에 깊은 만족감을 표했다.

    참석한 주민들과 활동가들은 아직 집을 찾지 못한 이들과 동자동 등 다른 지역의 쪽방 주민들도 하루빨리 안정된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할 수 있기를 소망하며, 서로 연대하여 더 나은 주거권을 만들어갈 것을 힘차게 다짐했다. 7년의 세월 동안 차별과 배제에 맞서 당당히 내 집을 일궈낸 양동 쪽방촌 주민들의 발걸음은, 이날 세상에 나온 백서의 기록처럼 앞으로도 멈추지 않고 계속될 것이다.
    #양동쪽방주민회 #양동쪽방촌구거권투쟁백서 #해든집 #홈리스행동 #주거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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