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락교를 건너 적멸보궁으로 가는 길목엔 자장율사가 사용하던 주장자를 꽂아놓았다는 주목이 한 그루 있다. 고목이 되어버린 외피의 주목은 천년쯤은 묵었을 자장율사의 손때처럼 고색이 완연하다. 그런 고목 속에 청년색 뚜렷히 자라는 신목의 가지들은 고목의 틈새를 헤집고 무성히 자라고 있지만 결코 고목의 세월무게를 감하려는 경솔함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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