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헬기가 날라다 준 원형 철조망을 군인들이 두르고, 군 포크레인이 수로를 파고, 또 철조망을 두르고, 두르고. 군 포크레인이 지나간 들녘은 매일 봐도 낯설기만 하다. 언제 이곳에서 벼가 자랐을까. 어떻게 이런 땅에서 농사를 지었을까. 발을 삐끗하기만 해도 죽을 것만 갔다. 숨이 막힌다. 군 포크레인이 지나간 자리는 자꾸만 깊어진다, 자꾸만 넓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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