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양시 평촌 학원가. 출근하다 보니 은행나무들이 바람 불 때마다 속절없이 옷을 벗는다. 괜히 마음 한 구석이 싸하다. 나이 먹는 탓일까? ‘구르몽’의 시 ‘낙엽’이 떠오른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를 읊조리며 한참 서서 하늘을 본다. 프랑스 시인의 시를 떠올리다가 포도주는커녕 갑자기 생뚱스럽게 막걸리 한 사발이 진하게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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