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늘게 비가 내리던 2003년 6월 어느 날 오세영 선생을 만났다. 그전부터 안면이 있던 터라 나를 좀 그려달라고 부탁을 했다. 나는 속으로 기대를 했다. 그의 작품 속에 나오는 아련한 아름다움을 지닌 여인들처럼 그려주기를 내심 바랐다. 그러나 있는 그대로의 나를 그려주었다. 아름답게 보이지 않아서 서운했다. 집에 와서 찬찬히 그림을 살펴 보았다. 그림 속의 나는 곱게 미소짓고 있었다. 웃는 내가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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