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장 사진을 찍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어쩔 수 없이 ‘그림 나오는’ 사진을 찍어야 하는데 영 내키지 않고 달갑지 않습니다. 그래서 다른 이들이 앞에 나와 부지런히 펑펑 불을 터뜨리며 찍을 때면 뒤에 멀찌감치 물러나서, 행사장에 모인 사람들 얼굴을 찍든지, 행사장에 아버지 어머니 손 잡고 온 아이들을 담습니다. 나라안에서 내로라하는 ㅅ시인 강연자리에서 사진을 찍는데, 한 시간 가까이 지루한 이야기만 늘어놓아서 저도 지겹고, 이날 시읽기를 해야 할 아이도 지겨워해서, 아이가 지겨워하며 몸을 비비 꼬는 모습을 슬쩍 담았습니다. ⓒ최종규 2008.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