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분들은 소중한 사진이라면서 비싼 사진틀에 꽂아 놓고 고이 모시기도 합니다만, 저는 아무리 소중한 사진이라고 해도 따로 사진틀에 모셔 놓지 않습니다. 그냥 빨래집게로 집어서 집이나 도서관 한켠에 꽂아 놓고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합니다. 만져 볼 수도 있습니다. 지난 2004년 1월, 경상도 안동에 계신 권정생 할아버지를 찾아뵈었을 때 슬그머니 사진 몇 장 찍었습니다. 사진 찍히기를 좋아하지 않는 권정생 할아버지였지만,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모습을 몇 장 남겨야 한다는 말씀을 듣고는,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 때 옆에서 중형사진기로 찍었습니다. 이때 권정생 할아버지는 왼발이 붓는 병에 걸려 제대로 못 걸으셨습니다. ⓒ최종규 2008.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