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형도에 관해 가장 많은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은 단짝친구 성석제다. 시인이 생을 마감한 3월 7일로부터 두 날 남짓한 때에 첫시집을(입 속의 검은 잎) 낼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노력 때문이다. 원재길, 조병준, 이영준, 후배 기자 박해연 등은 누구의 위임도 받지 않은 편집위원으로 자처하고 첫 시집과 전집, 최근 출간된 20주기 기념 문집 작업을 함께 했다. 기형도의 첫 시집을 황망히 엮고 지금은 작고한 김현 선생을 찾아갔을 때 김현 선생이 직접 원고를 받으며(선생은 당시 몸이 불편했다) 손을 꼭 잡아주셨던 그 손의 힘이 기억에 남아 있다고 회고했다. ⓒ오승주 2009.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