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들어서지 못하고, 오로지 두 다리로 뚜벅뚜벅 걸어야 하는 데에 몇 군데 살짝 남게 된 나무전봇대입니다. 보기에 못마땅하고, 세계화시대요 최첨단시대에 무슨 ‘나무전봇대’이냐고 한다면 할 말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나무로 짠 책꽂이가 한결 좋고, 나무로 만든 책상이 더욱 보드라우며, 나무로 깎은 수저가 더욱 구수하고, 나무로 마련한 옷장이며 걸상이며 훨씬 살갑다고 느끼다 보니, 몸통이 뎅겅 잘려 동그랗게 자국만 남은 나무전봇대 조 조그마한 모습을 보면서도 애틋해서 무릎을 꿇고 입을 맞추게 됩니다. ⓒ최종규 2009.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