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뼘 길이의 뒤란 텃밭에서 자란 고추조차도 다 먹을 수 없게되었습니다. 모두 고향을 등진 탓이지요. 여름에 짙은 그림자를 만들고 주렁주렁 감을 달았던 뒤뜰의 먹감나무는 이제 세월탓에 그 역할을 끝냈습니다. 생명을 잃은 썩은 가지들이 집을 상하게 할 염려로 아버지께서 잘랐습니다. 사랑채앞의 물감나무는 그루터기만 남았습니다. 광음光陰은 아껴도 아껴지지않는 것인가 봅니다. 달고 맛난 이 물감나무의 차세대가 아버지께서 접붙여 주신 연유로 모티프원에서 자라고 있습니다. ⓒ이안수 2009.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