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역 광장을 살짝 벗어나 오래된 고층 빌딩들 사이에 교묘하게 가려져 있는 재래시장이 있다. 일명 "대전역 깡시장"이다.
현대화된 도시에서는 흔하게 만날 수 없는 이곳에 가면 어릴 적 추억이 깃든 장면들과 마주칠 수 있다. 빛 바랜 흑백 사진처럼 아련하게 닿아오는 풍경들이 세상에서 받은 피곤함들을 떨쳐 내게 만든다.
그러나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소금에 절여진 고등어만큼이나 비릿하고, 껍질이 벗겨진 도라지의 속살만큼이나 쌉싸름한 인생들이 펼쳐지고 있다. 훨씬 더 치열한 삶의 현장이다.
가끔은 지나간 과거들이 지금을 살고 있는 현재보다 훨씬 더 또렷하고 선명하게 가슴을 두드리는가 하면, 아직 오지 않은 미래들이 슬쩍 말을 걸어오기도 한다.
“넌, 어디쯤 왔니?” ⓒ국은정 2012.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