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 없는 삐치는 늘 하루 벌이 할 일에 대비해 그가 가진 모든 연장들을 이고 지고 다니다가 어디선가 일거리를 만나면 당장 필요 없는 짐들을 마을 아무 곳에나 'Keeping' 해놓곤 한다. 역시나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는 삐치는 낡은 가방 하나를 기워도 늘 덧대는 천의 배색과 디자인을 생각해 한 땀 한 땀 심혈을 기울인다. 무엇보다 삐치는 다소 우스꽝스러운 자신의 별명을 사랑하여 모든 물건에 자랑스럽게 적어 놓으니 어디서라도 삐치의 짐은 표가 난다. 마침 그 곳을 지나던 누군가 삐치에게 고마움을 입었던지, 담배 한갑을 비닐 봉지에 담아 고맙다는 메모와 함께 삐치의 짐 사이에 Keeping해 놓았다. ⓒ림수진 2021.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