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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미친년', 아빠는 '찌질이'.. 부모의 불안이 아이를 망친다

등록 2012.08.17 17:23수정 2012.08.17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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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착에 가까운 엄마의 교육열에 지쳐 먹고 잠만 자는 개로 태어나고 싶은 아이, 돈 버는 기계로 전락한 것도 모자라 아이에게 찌질이라고 불리는 아버지, 가정을 지키기 위해 오히려 바람을 피우는 아내. 대한민국 가정이 얼마나 병들었는지 보여주는 책 <대한민국 부모>. 상담소에서 만난 대한민국 십대와 그 부모들의 피하고 싶은 진짜 이야기들을 담아 불편한 현실을 직면하게 한다.

<대한민국 부모>의 공동저자이자 정신분석가인 <이승욱의 공공상담소> 이승욱 소장이 16일 오후 <오마이뉴스>에서 저자와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이날 이 소장은 '인간은 어떻게 성장하는가'에 대해 이야기하며 팍팍해진 자녀교육의 좀 더 나은 방향을 제시했다.

이 소장은 '신뢰, 인정, 평가'를 인간이 성장하는 데 가장 중요한 키워드 세 가지로 꼽니다. 먼저 자녀의 성장기에 일관성, 즉 예측 가능한 원칙으로 신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요즘 부모들은 사회적 평가에 휘둘려 자신의 원칙을 세우지 못하고 오히려 아이들보다 더 불안해한다고 지적했다.

"부모가 불안해하니까 아이가 불안해한다. '나는 이렇게 불안한데 너는 왜 불안해하지 않니? 나 혼자만 답답하면 되냐 이게 다 너 좋으라고 하는 일인데'라는 것은 부모의 불안이지 아이의 불안은 아니다. 지금 우리 한국사회에서 부모들이 아이들을 키우면서 느끼는 불안은 아이들이 느끼는 불안보다 훨씬 더 클 거다. 그러니까 아이들이 이렇게 불안해하는 부모들을 보면서 성장할 수 있을까싶다. 제가 부모님들 욕하는 것 절대로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싸워야 될 대상이 아이들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부모들은 이런 불안 때문에 아이들을 더욱 몰아세우지만, 사실 부모들이 싸워야 할 대상은 아이들이 아닌 이런 구조를 만든 사회라고 강조했다.

"'초등학교 3~6학년 특목고 진학반 개설'이라고 버스에 크게 붙여서 가더라. 그거 보면 초등학교 5, 5학년 자녀가 있는 부모님들은 되게 불안할 것 같다. '특목고 입학준비를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시작하네?' 불안을 조장하는 이 사회를 왜 우리가 용납해야 되는 건가. 불안을 증폭시키는 이 사회를 왜 부모님이 아이를 잡음으로써 자기불안을 해소하려고 하는 건가. 누차 말씀드리지만 우리가 사실은 아이들하고 싸워야할 게 아니라 지금 현재 이런 시스템을 만들어놓은 구조나 국가와 싸워야 되는 거다. '네가 공부 안 해서 대학 못 간 거잖아, 네가 돈이 없어서 애 학교를 못 보내는 거지'라며 개인의 문제로 다 돌린다. 이건 전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이건 구조와 시스템의 문제다. 그런데 우리는 왜 이것들을 묵과하고 불안과 불만을 아이에게 퍼붓는 건가"

이어 이 소장은 아이들이 '나' 보다 '엄마'라는 언어를 먼저 배우는 것을 예로 들며 인간이 타인의 개념을 통해 자신을 인식하는, 결국 타인의 인정을 받아야 하는 슬픈 운명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부모의 잘못된 인정욕구가 아이들을 옥죄고 있다며 이를 포기하면 아이에 대한 부모의 불안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 소장은 또 아이들이 성장하기 위해 인정을 받아야 하는데 우리 사회는 인정이 아닌 평가를 하려고만 한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심리학자로서 이런 평가를 통해 아이들이 자신을 정의하게 될 것이 가장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이승욱 소장은 아이를 성장시키기 전에 부모 자신이 먼저 책임감 있는 진짜 어른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리고 이러한 불안사회에서 결국 정신이 우리를 지켜줄 것이라며 아이들에게 잘 못 쏟고 있는 에너지를 잘 못된 구조를 가진 사회를 바꾸는데 쓰자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픈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부제를 가졌지만 "모두 내 얘기"라며 공감하는 독자들 또한 많은 책 <대한민국 부모>. 책은 우리 사회 모두가 아파하지만, 또 모두가 애써 외면하는 가정의 실태를 적나라하게 들춰내며 함께 치유의 손길도 내민다.

#김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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