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막식에 입장하는 관객들

폐막식에 입장하는 관객들 ⓒ 성하훈


비 내리던 개막식에 비하면 약간 구름만 끼었을 뿐 쾌청한 날씨였다. 하지만 스산한 가을 날씨는 9일 동안 펼쳐진 영화축제에 폐막에 아쉬운 눈길을 보내주는 듯했다.

긴 항해를 마치고 돌아온 사람들이 다음 항해들 준비하듯, 엔딩 크레디트를 뒤로하고 상영관을 나서는 관객들은 1년 뒤를 기약하며 수영만을 떠났다.

지난 4일 개막한 부산국제영화가 9일간 뜨거웠던 열기를 마무리 짓고 12일 마지막 영화 <에반게리온 : 신 극장판 서>를 끝으로 폐막했다.

영화제 폐막식을 보기 위해 5000여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 표정에는 아쉬움이 짙게 배어 있었다. 9일 동안 수영만에서 생사고락을 같이한 자원봉사자들도 9일간의 기억을 오롯이 회상하며, 마무리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비내리던 개막식과 폭우가 쏟아지던 일요일에 영화를 보던 관객들과 함께 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자원봉사자 김보경씨의 고생한 시간은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이다. '젊음의 열정을 불태울 수 있다는 것'을 영화제의 매력으로 꼽은 그는 "오늘로서 영화제의 모든 일을 끝내려니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말했다.

  야외상영관 입구 자원봉사자 김보경씨. 아쉬운 듯 들어오는 관객들을 쳐다보고 있다.

야외상영관 입구 자원봉사자 김보경씨. 아쉬운 듯 들어오는 관객들을 쳐다보고 있다. ⓒ 성하훈


개막식에 비해 분위기가 가라앉은 폐막식이었지만, 김민준의 등장에 팬들의 함성이 커졌고 이정진의 모습에 들뜬 관객들은 영화제와 함께하는 스타에게 아낌없는 갈채를 보냈다.

개막식 사회를 맡았던 장준환-문소리 부부가 다시 마이크를 잡은 폐막식은 이용관 공동 집행위원장의 경과보고가 있은 뒤 펠라리 메달 수여식으로 이어졌다.

유네스코가 수여하는 펠라리 메달은 아시아영화 발전과 문화의 다양성에 애쓴 공로를 인정받아 영화제로는 칸영화제에 이어 부산이 두번째로 수상하게 됐다.

유네스코 관계자는 "부산은 한국의 영화들을 세계에 알렸고 또한 세계 각국의 많은 영화들을 한국에 소개했다"며 수상 이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김동호 집행위원장은 "부산영화제를 사랑해 주시는 모든 분들과 고생한 스태프,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이 기쁨을 나누고자 한다"고 인사했다.  

  아시아지역의 유망한 감독에게 수여되는 빈폴 뉴커런츠 어워드상을 수상한  '주머니 속의 꽃'을 감독한 말레이지아 셍 탓 리우 감독과 '원더풀 타운'을 감독한 태국의 아딧야 아사랏 감독이 수상소감을 밝히고 있다.

아시아지역의 유망한 감독에게 수여되는 빈폴 뉴커런츠 어워드상을 수상한 '주머니 속의 꽃'을 감독한 말레이지아 셍 탓 리우 감독과 '원더풀 타운'을 감독한 태국의 아딧야 아사랏 감독이 수상소감을 밝히고 있다. ⓒ 최윤석


이어진 시상식은 KNN관객상, 운파상, 뉴커런츠 부분으로 진행됐고 수상 감독들의 인사가 이어졌다. 

<궤도>의 김광호 감독은 기쁜 표정으로 여러모로 도움을 준 재외동포재단에 감사한다"고 인사했고, <주머니 속의 꽃> 셍 탓 리우 감독은 "멀리서 왔는데 상을 받아 기쁘다"며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원더풀 타운>의 아딧야 아사랏 감독도 "부산에 4번째인데 올때마다 기분이 좋다. 좋은상을 주셔서 감사하다"며 수상소감을 밝혔다.

이어 조직위원장인 허남식 부산시장의 폐막 선언 뒤 가무악 '천지여 천지여'가 폐막 축하 공연을 장식했다.

화려한 축하 불꽃이 부산영화제의 작별을 알렸고, 미와자키 감독의 <에반게리온 : 신 극장판 서> 상영을 끝으로 부산영화제는 막을 내렸다.

 폐막작 상영이 끝난 후 수영만을 나서는 관객들.

폐막작 상영이 끝난 후 수영만을 나서는 관객들. ⓒ 성하훈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 : 신 극장판 서>는 인류를 위협하는 악의 무리 사도 일당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다. 에빈게리온을 조종하는 두 학생 신지와 레이가 주인공으로 이야기의 중심구조를 이룬 작품은 극적 구조가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애니메이션이 보여주는 세밀한 묘사와 긴박감 있는 전투신은 만화영화의 재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게 해줬다.

그러나, 두번째 승리를 얻고 난후 주인공들이 계속 이어질 싸움에 대한 고민이 이어질 즈음 화면에 뜨는 자막은 'to be continued...(계속)' 마무리되지 않은 영화가 끝난 것이다.

"아~" 하는 안타까움의 함성소리가 일제히 터져나온다.

3부작 작품의 1편이 주는 여운은 다음 영화에 대한 기대를 높게 하는 것이었고, 한편으로 내년 부산영화제 또한 기대하라는 은유로 비쳐졌다. 마지막에 뜨는 자막 때문에 폐막작으로 선정된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 만큼.

엔딩 크레디트를 뒤로하고 관객들이 하나둘 빠져 나가며 9일간의 축제는 마무리됐다. 조명이 점점 희미해지며 분위기가 가라앉는 수영만 주위로 광안대교의 불빛이 수영만 앞 바다를 비추고 있었다.

관객과 함께하는 폐막파티는 끝나는 영화제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고자 마련한 주최측에서 준비한  공식 뒷풀이였다. 영화제를 사랑해 준 관객들에게 감사의 의미로 마련한 폐막파티는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로 마련됐으며 공식명칭은 '롯데와 함께하는 관객 폐막 파티'.

 폐막식후 이어진 폐막파티에서 공연중인 보컬

폐막식후 이어진 폐막파티에서 공연중인 보컬 ⓒ 성하훈


 폐막파티에서 펼쳐지고 있는 공연

폐막파티에서 펼쳐지고 있는 공연 ⓒ 성하훈


밤 10시. 파티장소인 상영관 입구 옆 계측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주최측이 제공해주는 간식과 맥주 및 음료 등을 하나씩 들고 록음악에 몸을 흔들며 12회 부산국제영화제와 이별을 고하고 있었다. 

"오래될수록 좋은 게 세가지가 있어요. 따라해 보세요."
"술, 친구, 록큰롤!"

보컬리더에 목소리에 맞춰 관객들이 따라한다.

"술, 친구, 록큰롤!"

이어지는 거친 전자기타 소리와 질러대는 관객들의  함성!

마지막 열정을 여기서 불태우라는 듯 폐막을 축하하기 위해 무대에 오른 보컬들은 혼신의 공연을 펼치며 관객들을 위로했다. 9일간의 영화보기를 모두 마친 관객들은 보컬들의 공연에 열광하며 부산영화제의 여운을 떨쳐내고 있었다.

 폐막파티 중에서 공연중인 록 그룹

폐막파티 중에서 공연중인 록 그룹 ⓒ 성하훈


 폐막 공연에 열광하는 관객들

폐막 공연에 열광하는 관객들 ⓒ 성하훈


부산국제영화제 폐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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